대한민국은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해치백의 무덤’으로 알려져 있다.

세단이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만 보더라도 베스트셀링카 반열에 올랐던 차종이 얼마나 많은가. 그런데 해치백에서는 대표 모델이 딱히 떠오르질 않는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독 세단을 좋아한다. 최근 세계적인 SUV 열풍으로 인해 국내에서도 SUV 수요가 늘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자동차=세단’이라는 인식이 대부분 깔려있다.

반면 해치백은 예나 지금이나 인기가 없다. 실제로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의 ‘2019년 결산 자동차 등록데이터’에 따르면 외형별 대수는 세단, SUV, 해치백, 레저용차량(RV), 픽업트럭, 쿠페, 컨버터블, 왜건 순서다. 이 중 해치백 판매는 전년대비 15.2%나 감소했다.

여기에 큰 차를 선호하는 경향까지 더해져 있다. 지난해 차급별 비율을 보면 중형 32.1%, 준중형 20.0%, 준대형 13.3%, 소형 12.8% 대형 14.2%, 경형 7.5%로 나타나 중형급 이상의 큰 차가 차지하는 비율이 60%에 달한다.

이러한 세단, 대형차 선호 현상에 대해 뭐라 콕 집어 얘기할 수는 없다. 조용하고 편안한 승차감 중심의 세단이던지 아니면 적재공간이 넓고 험로 주행이 수월한 SUV던지 둘 중 하나로 호불호가 뚜렷한 한국인들의 확실한 성격 때문이라는 얘기도 있고, 타인의 시선을 많이 인식해서 이왕이면 큰 차를 산다는 소리도 있는데, 해치백이 왜 안되는지는 도통 알 수가 없다.

매우 주관적이긴 하나 아마도 해치백이 세단처럼 날렵한 것도 아니고 SUV처럼 듬직한 것도 아니게 이도저도 아닌 디자인이라서가 아닐까 싶은데 외국만 보더라도 잘 팔리는 해치백들은 다 예쁘지 않은가.

우리나라와 달리 유럽이나 일본에서는 해치백 판매가 높다. 이유는 흔히들 말하는 ‘실용적이라서’다. 해치백은 뒷좌석과 트렁크가 분리돼 있지 않아 2열을 모두 접으면 적재용량이 크게 확대된다.

또 뒷바퀴 뒤의 오버행에 실리는 무게가 감소한 덕분에 세단에 비해 운동성능이 뛰어난게 특징인데, 동일한 엔진을 장착하더라도 코너링이나 속도 등에서 좀 더 유리하다.

얼마전 현대자동차가 ‘아이오닉’ 하이브리드(HEV)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모델을 국내에서 연내 단종시키기로 했다. 물론 내수에서는 전기차(EV)만 생산·판매하고 수출의 경우 3개 모델을 모두 계속한다고 밝혀 완전히 시장에서 퇴장(?)하는 것은 아니다.

아이오닉은 해치백 스타일의 친환경차다. 이 차를 타고 있는 오너 입장에서 이번 단종 소식은 씁쓸할 수 밖에 없다. ‘역시 한국에서는 해치백이 통하지 않는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1년간 친환경 해치백을 타면서 개인적으로 실내외 디자인도 만족한다. 게다가 적재 공간, 승차감, 주행성능 그리고 22.4km/ℓ에 달하는 훌륭한 연비까지 갖춰 두루두루 좋은 차라고 느꼈는데 뭐라 더 설명해줄 방법이 없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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