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원광대학교 정보통신공학과 교수
김범수 원광대학교 정보통신공학과 교수

코로나19로 한참 중국 우한의 병원건설이 연일 CNN에 나오고 있던 즈음 미국에 입국했었다. 연일 계속되는 한·중·일의 코로나19 뉴스는 그들에게는 매일 아침 뉴스에서 오랫동안 주목할 정도로 주요관심사였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방역을 위한 계획과 실천을 유기적으로 진행하지는 못했다. 그들은 1918년 스페인 독감의 경험을 이야기하며 방역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그룹과 낙관론을 펴는 그룹으로 나눠 한 달 남짓의 준비시간을 탁상공론으로 써버린 대가를 너무도 뼈아프게 치르고 있다. 무한하게까지 느껴졌던 물자가 점점 고갈되고 이에 따른 시민사회의 동요와 국가통제를 거부하는 문화적 저항감까지 가중돼 코로나19는 미국을 포함한 거의 모든 나라에서 조기 극복이 쉽지 않은 난제가 됐다.

비상시 모자라는 병상과 공공의료를 위시한 사회 기반 확충 이야기도 뉴스에 오르내리고 있다. 기본적으로 사익을 추구하는 물류유통, 병원, 에너지 관련 기업 등이 일반적인 수요공급의 경향을 벗어난 소비자들의 일시적 소비증대를 감당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공공재로서의 물류확보, 공공병원, 발전공기업의 공공성 등을 어느 정도 확보해 놓는 일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공공재로서의 전기와 에너지에 대한 위기감은 산유국의 카르텔 사이에서 모든 국가가 직면한 20세기의 화두였다. 환경문제와 함께 신재생에너지의 등장으로 이러한 에너지산업의 재편이 꾸준히 있었고 현재까지 전 국가적인 연합을 통해 인류의 숙제로서 진행돼온 과제는 에너지와 환경이었다.

최근 유가는 1991년 이후 국제유가의 낙폭이 최대치로 기록경신을 하는 모양새다. 이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생활 방식과 에너지 수요변화를 이끌어서일 뿐 아니라 코로나19 이전에 미국, 러시아, 중동의 미묘한 신경전과 함께 금융시장 하락의 가속화 속에서 벌어진 복합적인 측면이 있다. 세계 산유국 1위인 미국, 2위인 사우디아라비아, 그리고 3위 러시아, 기타 중동의 산유국들 사이에서 협상결렬과 자존심 싸움, 셰일가스 등의 문제로 각자 자국의 이익을 위해 석유 전쟁이라고 불려도 될만한 선언들을 잇달아 발표한 결과다.

이러한 유가 하락은 신재생에너지 시장과 전력시장의 개편속도 및 계획변화를 일으키게 될 수도 있다. 최소한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전기의 전체적인 수급 안정성이 화력발전과 같은 기성 전력원과 공존하는 시간이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각 국가의 경제성장률 정체로 인한 기간산업의 예산문제가 이를 장기화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인간을 우선하고 환경을 고민하는 측에서는 답보와 퇴보의 상황을 직면할 수 있겠다.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인해 현재의 판데믹 위기가 4차 산업혁명의 도입을 앞당길 것으로 전망한다. 흔히 오프라인으로 불리는 각종 산업체는 5G, 빅데이터, VR, AR 등의 수단으로 어디서나 접속 가능한 서비스를 선호하는 만큼 소비자의 필요에 따라 기술보급은 더욱 빨라지게 될 것이다. 최근 온라인 강의와 원격업무처리의 증가로 인해 인터넷 사용량이 증가하고 단말기와 컴퓨터 사양을 업그레이드하는 현상이 보인다.

미국에서는 실시간 원격수업을 위한 각종 서비스가 활성화된 지 오래인 만큼 코로나19의 조치 중 하나로 온라인수업 전환을 빠른 속도로 진행할 수 있었다. 또 다른 예로 미국 IoT 시장을 통해 공급된 스마트체온계 등을 제작하는 의료기기 업체 K사에 따르면 미국 전역의 최근 일주일 동안, 비전형적인 발열 환자 발생 건수가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유추해 코로나19의 감소세를 예측했다. 이는 2018년의 독감 발생 정보를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CDC)보다 앞서 예측하면서 유명해졌던 기업이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의 성공으로 인해 인류는 새로운 형태의 근무방식 보편화를 더 빠르게 직면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시간과 거리상 제약이 줄어든 만큼 세계적인 무한경쟁의 콘텐츠 싸움이 어느 직종을 막론하고 대두될 시점이 앞당겨지고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다가올 근미래가 코로나19보다 인간에게 무자비한 것이 아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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