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두영 (주)데이비드스톤 대표이사, <세대 공존의 기술></div> 저자
허두영 (주)데이비드스톤 대표이사, <세대 공존의 기술> 저자

2019년 5월 30일 영국의 경제지 이코노미스트에서 ‘꼰대’를 소개하는가 하면, 같은 해 9월 24일에는 영국의 공영방송사인 BBC의 공식 페이스북에 오늘의 단어로 ‘꼰대(Kkondae)’를 선정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각각 꼰대에 대한 해석은 다음과 같이 했다.

“젊은 사람들의 복종을 당연시하며 거들먹거리는 나이 든 사람”

“자신이 하는 비판은 재빠르지만, 자신을 향한 비판은 인정하지 않는 사람, 자신은 항상 옳고 남은 틀리다고 주장하는 나이 든 사람”

이제 꼰대는 익숙한 단어다. 그만큼 시대 변화의 속도가 빠르고, 이를 따라잡지 못하고 과거의 나에 사로잡힌 사람이 늘고 있다는 방증일 것이다. 한 취업포털의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10명 중 9명이 “입사 후 후회한 적 있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후회하는 이유 중 1위는 “꼰대가 많고 수직적 조직문화를 가진 회사기 때문"이라는 응답이었다. 실제 꼰대는 젊은 후배 세대의 퇴사를 부르는 주범이다. 구글 트렌드에서 ‘꼰대’라는 검색어를 입력하면 최근 몇 년 사이 꾸준히 관심이 커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 포털 사이트에 ‘꼰대’라는 키워드를 입력하면, ‘꼰대 뜻’ ‘꼰대 테스트’ ‘꼰대 어원’ ‘직장 스트레스’ ‘꼰대가르송’ ‘꼰대질’ ‘세대 차이와 갈등’ ‘싫은 사람’ ‘X세대 꼰대’ ‘90년대생’ 등 다양한 연관 검색어가 뜬다.

이렇듯 꼰대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실제 직장은 물론 사회 도처에 꼰대질을 넘어 갑질을 일삼는 다양한 꼰대들이 도사리고 있다. 신분 의식, 권위주의, 특권 의식 등 서열 중심 사고와 차별주의, 가족 우선주의, 남존여비 등의 왜곡된 유교 문화의 원인이 크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꼰대의 대표적인 유형을 다음과 같이 정리해볼 수 있다.

서열주의자: 주민등록증부터 내민다. 호구조사까지 끝나면 바로 반말을 한다. 친근함의 표현이 아니다. 서열이 정해진 것뿐이다.

책임 전가 박사: 맡은 업무의 상황이 불리해지면 책임지기보다는 슬그머니 발을 뺄 궁리부터 한다. 함께 일한 후배가 낭패를 볼 수도 있다.

빨간펜 선생: 마이크로 매니저(Micro Manager)다. 일을 완벽하게 하는 유형이라기보다는 소소한 것을 따지느라 큰 그림을 못 보는 유형이다. 이런 유형과 일하는 후배라면 오탈자, 띄어쓰기 등 별것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도 신경 써야 한다.

존버러 부장: 능력, 재력, 매력 그 어떤 것도 없이 처자식 때문에 버티며 근근이 직장생활을 연명한다.

인터셉터: 후배의 공을 가로채는 게 특기다. 그래서 대부분의 직원이 기피하는 인물이다. 후배가 힘들게 일해도 공감이나 측은지심이 부족하다. 오로지 그가 잘 보여야 할 대상에게만 시선이 고정되어 있다.

녹음기: 회식, 미팅 등 후배와 대화하는 자리가 생기면 녹음기를 재생하듯 똑같은 내용의 무용담을 되풀이한다.

답정너: 모든 업무와 상황이 자기가 원하는 대로 돌아가야 직성이 풀리는 유형이다. 자기 생각과 반대되는 의견에 예민하고 쉽게 수용하지 못한다. 회의 때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결론이 나야 하고, 심지어 식사 메뉴를 선택하는 것마저 리더십을 발휘한다.

스크루지: 회식이나 티타임 후 기분 좋게 한턱내는 일이 드물다. 이런 유형이 불문율처럼 지키는 룰이 있다. ‘N 분의 1’

테러리스트: 휴가나 업무 시간 외에 후배에게 SNS나 이메일로 삶에 태클을 걸어오는 유형이다. 업무 중심이거나 워라밸에 대해 부정적이다.

야근을 부르는 자: “나를 좀 만족시켜 봐.” 끝을 알 수 없는 눈높이로 어지간한 업무 결과에는 만족하지 않는다. 후배 직원들은 그의 업무 요구 수준에 맞추느라 역량은 늘지 모르지만, 야근으로 몸은 시들어간다.

기업문화라는 건 만들기는 어렵지만 무너지는 건 쉽다. 이를 모르는 꼰대들이 너무 많다. 예컨대 다음의 두 단계만으로도 기업문화를 쉽게 망가뜨릴 수 있다.

1단계, 휴가를 간다.

2단계, 휴가를 가서도 계속 일한다.

위에서 제시한 직장 내 꼰대들의 유형 중 ‘테러리스트’에 해당한다. 실제 연구에 따르면, 업무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는 ‘완전한 휴가’가 어려운 회사는 직원들의 충성도도 낮고, 이직률도 높다. 휴가 중 보낸 이메일은 ‘휴가를 가도 완벽하게 쉴 수 없다’는 기업의 부정적인 단면을 보여준다. 작은 관행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큰 문제를 낳을 수 있다. ‘그 사람 없이는 일하는 것을 신뢰할 수 없다’라거나 ‘휴가를 떠나기 전에 일을 완전히 마무리하는 게 힘들 정도로 체계적이지 않다’라는 메시지이기 때문이다. 이런 리더는 구성원들에게 호감을 주기 힘들고 능력을 과소평가 받게 만든다. 조직에서 꼰대의 부정적인 역할은 생각보다 크다. 그들은 후배 직원들의 직장생활 질을 떨어뜨리는 주범이며, 건강한 조직문화를 저해하는 요인이다. 어디든 꼰대는 있다. 꼰대들과 공존하는 방법을 터득하고, 스스로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필수이다. 세상은 넓고 꼰대는 많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