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기 대부분 30일 이내로 짧아, 수주해도 실제 납품 불가능
또 총가계약이라 제때 생산 어려워, 차라리 입찰 들어가지 말자 분위기

한전의 재고 누적 문제로 입찰이 나오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전력량계 업계가 최근 한전이 다수의 입찰 공고를 냈음에도 참여하지 않아 그 속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전은 최근 조달청을 통해 고압고객용전자식 전력량계, G-Type 저압전자식전력량계 등에 대한 입찰 공고를 냈다.

고압고객용전자식전력량계(0.5급) 입찰은 지난 13일 4건, 16일 1건, 17일 1건 등이 나왔고, G-Type 저압전자식전력량계의 경우 지난 16일 2건, 18일 2건 등이 나왔다.

이는 지난 몇 년간 한전의 재고 문제 등으로 수주를 못해 어려웠던 업체들에 반가운 소식이지만 업체들은 한전의 이번 입찰을 주저하고 있다.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한 것은 바뀐 입찰 방식 때문이다. 최근 한전의 전력량계 구매 방식은 연간 단가보다 총가 형태가 주를 이루고 있다.

한전과 1년 단위의 연간 단가 계약을 맺을 경우 자재와 근로자 확보 등을 미리 준비할 수 있어 계획생산이 가능하지만 필요할 때마다 물량을 구매하는 총가계약을 체결하면 업체들이 사전에 생산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다.

업계 관계자는 “총가로 계약을 맺으면 거기에 맞춰 업체 생산 라인을 돌리기 힘들다”며 “업체 입장에서 생산을 하려면 근로자가 있어야 하는데, 평소에 납품을 할지 말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회사가 직원을 계속 보유할 수 있겠느냐”고 밝혔다.

이 때문에 전력량계 업계에서 최근 한전에 총가 대신 연간 단가를 시행해 달라고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한전 관계자는 “연간 단가 계약 후 발주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했고, 이로 인해 지난해 계약업체들의 민원이 많았다”며 “사실상 연간 단가가 부담되는 상황이라 당분간은 총가 비중이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고 부족으로 납기 일자를 맞추기 어렵다는 것도 업계가 참여를 주저하는 이유 중 하나다.

업계에 따르면 고압고객용전력량계의 경우 지난 2년가량 입찰이 없어 재고를 확보해 놓지 않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계약 이후 자재구매와 생산공정, 검증을 통해 납기를 완료하기까지는 최소 8~9주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그러나 현재 입찰 시장에 올라온 고압기의 납기일은 대부분 30일 내지 최장 40일 정도다. 입찰을 통해 사업을 수주해도 사실상 납품이 불가능한 셈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한전이 요구하는 납기일을 충족할 수 없다”며 “어렵게 계약해놓고 취소할 수도 없으니 아예 입찰에 참여하지 않는 게 낫다”고 털어놨다. 또 “그나마 G-Type은 업체들이 재고가 있어 입찰에 참여하는 경우도 있지만 고압기의 경우 지난 2년가량 입찰이 없어 재고조차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한전 관계자는 “납기일과 관련해 고려의 여지는 있지만 납기일이 이전과 비슷한 상황”이라며 “발주 부서와 협의해 계약을 변경하는 사례도 있어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러나 업계는 납기를 지키지 못하고 다시 계약 체결이 안 되는 경우 지체 상금을 물어야 한다는 점을 부담으로 여기고 있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