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케이 구글~ OOO한테 전화해줘.”

운전 중 전화를 부탁받은 휴대폰이 묵묵부답이다.

배터리야 급속충전 중이고 1년밖에 되지 않은 나름 최신폰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휴대폰이 사춘기에 접어들어 반항하는 게 아니라면 자체적인 문제는 없어 보인다.

아니면 SK텔레콤의 T맵으로 운전 중에 집에 있는 구글홈 스피커와 헷갈려서 시동어를 잘못 불렀던지.

왜 아리한테는 ‘오케이 구글(구글의 AI스피커 시동어)’이라고 부르면 안될까.

사실 스마트홈에서 AI스피커가 필수불가결의 요소는 아니다. 그러나 전등부터 온갖 가전제품, 옥내 매입된 스마트홈 기능을 활용하는데 그때마다 휴대폰을 찾아서 앱을 구동시키는 것보다 스피커를 통한 음성 명령이 훨씬 편리한 건 누구나 공감할 부분이다. 무엇보다 폼나지 않나.

문제는 현재 국내 이동통신 3사를 비롯해 LG전자, 삼성전자, 네이버, 카카오 등 스마트홈에 뛰어든 국내 대기업은 모두 다른 시동어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단순히 스피커로 호출하는 단어의 문제가 아니라 스마트홈을 구축하는데 있어 상호 연동은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기업마다 각기 다른 연결 방식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시동어를 하나로 통일한다고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 7월 한경희 생활과학이 단순한 아이디어로 이를 어느 정도 해결책을 제시하기도 했다. 리모컨의 적외선 통신을 한 곳에서 수신해 앱과 음성으로 컨트롤하는 ‘한경희스마트홈’이 바로 그것이다.

통신사나 가전제품의 메이커와 상관없이 ‘리모컨’이라는 공통 분모로 엮은 아이디어는 훌륭했지만 리모컨을 사용하지 않는 전등이나 RF스위치 등에는 활용할 수 없어 결국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었다.

소비자의 편의 차원에서도, 개발원가 차원에서도 비효율적인 문제라 정부 주도하에 국내 스마트업이 공동 표준을 마련하고 있긴 하다. 당연히 서로의 기준을 앞세우고 싶어서 지지부진한 상황이지만 말이다.

우리가 국내에서 갑론을박 하는 사이 해외에서는 지난해 말부터 애플과 구글, 아마존이 함께 뭉쳐 다자 플랫폼 연동 스마트홈 연결 표준을 마련하는 ‘IP 기반 프로젝트 커넥티드 홈’을 개발 중이다.

어쩌면 국내 기업은 멀리 봤을 때 작은 이득을 보며 다투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구글홈 스피커를 향해 “오케이 구글?, ‘아리’한테 불 좀 켜라고 해봐”라고 했을 때 “아리가 뭐예요?”라는 말은 듣지 말아야 할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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