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뿔소와 백조는 경기 변동시에 단골로 등장하는 동물들이다.

‘회색 코뿔소’는 지속적 경고로 충분히 예상할 수 있지만 쉽게 간과하는 위험요인을 의미한다. 덩치와 진동이 커서 코뿔소의 움직임은 멀리서도 느낄 수 있지만 두려움이나 대처방법을 몰라 정작 아무것도 하지 못하거나 외면하는 상황이다. 예컨대 중국 경제는 성장률 위축보다 신용위기, 부채문제가 회색 코뿔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백조는 ‘블랙’과 ‘화이트’가 자주 등장한다.

‘블랙 스완(검은 백조)’은 도저히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이 일어나는 것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초래한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대표적이다. 불가능하다고 인식되던 상황이 실제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일반적 기대 영역의 바깥에 존재하는 관측 값, 극심한 충격 동반 등이 수반된다.

이에 반해 ‘화이트 스완’은 과거의 경험에 의해 충분히 예상되는 위기임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의미한다. 누리엘 루비니 교수가 2011년 저서 ‘위기의 경제학(Crisis Economics)’에서 처음 사용했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코로나 패닉에 완전히 빠졌다. 미국 뉴욕 증시는 1987년 블랙먼데이 이후 33년 만에 최악의 폭락을 경험했다.

블룸버그가 86개국 증시의 시총을 집계한 결과 세계 증시의 시가총액은 코로나19 발생이후 52일 만에 1경9000조원 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10배에 달하는 금융자산이 허공에 사라진 셈이다.

각국 정부가 통화 재정정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아직은 시장을 안정시킬 만한 시그널을 주지 못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회색코뿔소’가 몰려오고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코뿔소는 경기 침체, 중앙은행의 금융완화정책의 한계, 초저금리로 인한 채무 거품을 등에 업었다.

다만 현 상황이 과도한 ‘기대의 붕괴’ 때문이란 시각도 있다. 코로나19가 예상과 달리 세계적으로 확산됐고 때 마침 국제유가가 급락하며 세계 경제의 수급 불안을 부추겼다는 것이다. 기대의 붕괴에 사실상 기름을 부은 것은 ‘인재(人災)’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유럽과 사전 논의없이 유럽과의 통행을 30일간 전면 차단했고 유럽중앙은행(ECB)은 금리 인하 기대를 저버렸다. 우리나라도 비슷하다. 공매도 금지와 금리 인하는 ‘뒷북’을 쳤다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바이러스의 확산은 아무도 예상치 못한 블랙 스완이다. 안타깝지만 벌어진 일이다.

아직은 두려움의 영역이지만 실제 신용경색이나 실물경제가 급격히 위축되는 상황까지 간다면, 이를테면 미국 지방은행의 도미노 파산 등으로 이어진다면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가 재현되지 말란 법은 없다.

글로벌 정책공조와 더불어 과감하면서 선제적인 정책패키지가 절실하다. 블랙스완이 회색코뿔소로 바뀌는 걸 막으려면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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