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돌아보게 한다. 특히 자연병리적 현상과 사회병리적 현상이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난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동시다발적 현상은 이 둘이 서로 상호작용하면서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고 상황을 상쇄시켜 진정시킬 수 있는 양면성을 모두 갖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말하는 사회병리적 현상은 디지털 시대의 신 흑사병으로 불리는 ‘정보전염병’ 얘기다. 인터넷 문화가 발달하고 스마트폰을 비롯한 각종 스마트 미디어의 보급과 온라인, 모바일, 소셜 미디어 이용 인구가 증가하면서 루머의 생산과 재생산이 과거 어느 때보다 용이해졌기 때문이다.

정보전염병(Infodemics)은 정보(information)와 전염병(epidemic)의 합성어로 정보 확산으로 인한 부작용으로 추측이나 뜬소문이 덧붙여진 부정확한 정보가 인터넷이나 휴대전화를 통해 전염병처럼 빠르게 전파됨으로써 개인의 사생활 침해는 물론 경제, 정치, 안보 등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을 의미한다.(출처: 지식경제용어사전)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에서 가장 흔하게 사용하는 바이럴(viral)이라는 용어가 바이러스에서 차용됐다는 점에서 감염병과 정보을 조합한 신조어는 절묘하기까지 하다.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과 정보 확산 현상을 일컫는 바이럴은 여러 면에서 닮은 꼴이다.

괴담 유포와 비방 등의 프라이버시 침해, 불확실한 정보, 가짜뉴스(의도적 오정보) 등이 바이러스라면 이들 바이러스가 사람들의 두려움과 편견, 정치경제적 이해관계 등을 숙주로 확산하는 현상은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현상을 그대로 복제하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발생 초기에 중국인 입국 봉쇄 문제를 놓고, 과학적 의학적 판단이 아닌, 정치적 경제적 판단을 고려했어야 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으나 결과적으로는 현실에서 이 둘을 분리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상황은 더 확산되고 인과관계까지 모호해지면서 정보감염병은 더 확산됐다.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을 저지하는 해결의 실마리를 고민할 때 드라마 ‘하이에나’의 대사 한 줄이 귀에 들어왔다. “자존심 세우려고 묘수만 부리지 말고, 악수를 두지 말아야 해”.

우리는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저지의 묘수를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악수를 피해야 한다.

우선 전염병이라는 위기 상황은 실체적 위기와 인식적 위기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탓에 대처방안도 동시다발적이어야 한다는 점을 상기해야 보자.

2007~2008년 광우병 사태를 통해 우리는 자연병리학적 조치(검역 강화 등)와 함께 사회병리학적 문제(불안감, 불신 등)를 다루는 데 실패한 경험이 있다. 다만 코로나바이러스 문제는 실체적 위험이 분명하게 존재하다는 점에서 광우병 사태보다 훨씬 위험하지만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는 분명하다.

코로나 바이러스 전염병 확산에 대한 대응조치가 정보전염병 대응 조치와 같은 맥락에서 정보감염병을 대처해야 한다. 감염증후에 대한 철저한 모니터링-격리와 검사-진단과 봉쇄-치료 순으로 정보전염병의 확산을 저지하는 것이다. 하지만 정보감염병에 대한 격리와 봉쇄는 현재의 미디어 환경과 법 규제로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격리와 봉쇄는 오보와 가짜뉴스에 대응하는 정확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실제 차단하고 격리, 봉쇄하는 효과를 걷을 수 있다.

위급상황에 대한 즉각적 대응조치와 함께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대책 마련도 필요하다. 평소에 개인위생관리(불건전 정보의 유통 차단)를 철저히 하고 면역력(불완전하고 왜곡된 정보에 대한 분별력)을 높이며 환경관리(법 제도 정비, 사회의식 고양)를 해나가는 것이 그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의료진과 정부의 노력을 지원하면서 위기를 악화시키는 정보감염병이라는 인식적 위험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들이 동시에 진행돼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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