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기준 가스·신재생 합쳐 40~50% 비율이 적당
전력·가스산업 경계 허물고 전기요금 원료비 연동제 등 ‘진정한 경쟁’ 필요
천연가스 중동의존도 낮춰야...미국, 러시아, 호주, 아프리카, 미얀마 등 옵션 고려 가능

국내 에너지업계는 최근 도전적인 변화를 직면하고 있다.

‘에너지전환’으로 대표되는 탈원전·탈석탄과 재생에너지 3020 정책과 노후 석탄화력발전소의 액화천연가스(LNG) 대체건설 이슈, 발전용 LNG 직도입 증가에 따른 개별요금제 도입 등은 국내 요인에 따른 변화다.

국외 요인에 따른 변화로는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긴장,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감산 합의 불발,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에너지수요 감소 등 일련의 사건으로 인해 국제 유가가 널을 뛰며 에너지업계는 장기적인 전략을 수립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와중에 업계는 올해 정부가 확정해 발표할 예정일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제14차 장기 천연가스수급계획 등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본지는 류권홍 원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만나 국내 에너지산업의 현안을 정리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물었다.

▶올해 계획된 일정 중 에너지업계의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게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제14차 장기 천연가스수급계획인데 각 계획의 핵심은 무엇인지.

가장 민감하고 중요한 쟁점은 ▲석탄화력발전소 몇 기를 언제까지 폐기할지 ▲원전 폐로 계획 ▲신축 원전을 어디까지 허용할지 등이다. 우선 석탄과 원전의 가동을 중단하는 규모에 따라 천연가스 수급이 결정되므로 제14차 장기 천연가스수급계획이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종속변수라고 볼 수 있다. 다만 ‘탄소배출 감축 목표’가 천연가스 수급에 영향을 주는 새로운 요소로 떠올랐다. 에너지전환 감축량 2370만t 외에 미확정 추가감축잠재량으로 분류된 3410만t의 추가감축 목표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에 따라 천연가스 수요량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만약 온실가스 감축의 해답을 석탄화력에서 찾게 된다면 천연가스 수요는 급증할 것이고 이는 국내 천연가스 시장의 구조는 물론이고 국제 가스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국은 천연가스 공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중동지역의 정세 불안정에 따라 두 계획에서도 이에 대한 고려가 필요한데.

중동의존도를 낮출 필요는 있으며 에너지 안보 확보를 위해 관련 조치들이 이미 이뤄지고 있다. 미국, 러시아, 호주, 아프리카 동안 등 대안을 넓게 가져가야 한다. 각 대안은 각기 다른 리스크를 안고 있다. 미국 셰일가스의 경우 파나마운하를 통과해야 한다는 게 걸림돌이다. 통항이 밀리면 대서양, 인도양을 건너와야 한다. 러시아 사할린이나 야말반도의 천연가스도 대안으로 고려할 수 있지만 미국과의 관계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호주는 거리가 가깝고 정치적 안정성도 확보할 수 있지만 가격이 높다는 문제가 있다. 아프리카 동안은 한국가스공사가 개발에 성공한 모잠비크를 중심으로 논의가 필요하며 포스코인터내셔널이 발견한 미얀마 가스도 고려사항이 될 수 있다.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석탄, 원자력, LNG, 신재생은 각각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으며 2030년을 기준으로 에너지 믹스는 어떻게 구성돼야 하는 게 적당하다고 보는지.

석탄화력은 친환경성을 얼마나 확보하고 주민수용성을 높이느냐가 관건이다. 한국은 석유·가스전 생산량 증대 수요와 폐석유가스전의 부재로 인해 미국이나 캐나다, 호주에서 사용하는 지하매설 방식의 이산화탄소 포집·저장(CCS)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현실에 맞는 이산화탄소 포집·활용 기술이 개발된다면 그야말로 ‘석탄의 재발견’이 이뤄질 것이다. 신재생발전의 한계가 분명한 국내 상황에서는 원자력이 이산화탄소 배출과 미세먼지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다. 원자력은 안전기준을 강화하고 투명성, 사회적 신뢰성을 확대하면 충분히 지속가능한 에너지원이다. 2030년을 기준으로 석탄 20~30%, 원자력 30%, 가스 30~40%, 신재생 10%의 에너지 믹스가 적당하다고 본다. 다만 천연가스 가격에 따라 원자력이나 석탄의 적정 비중은 더 높아질 수 있다.

▶가스공사의 발전용 천연가스 개별요금제 도입이 확정됐고 세부 사안을 논의하는 협의체가 운영될 예정이다. 협의체에서 중점적으로 논의돼야 하는 부분은 무엇인지.

가스공사와 체결한 천연가스 매매계약의 만기가 도래하지 않아 평균요금제의 적용을 받는 기업, 개별요금제의 적용을 받게 되는 기업의 차별성을 어떻게 해소할지가 협의체에서 논의돼야 한다. 기존 계약(평균요금제)에 구속된 기업이 정부 정책과 가스공사의 요금제도 변경으로 인해 불공정한 대우를 받게 된다면 국가와 가스공사가 시장의 불공정성을 형성한 게 된다. 국가와 공기업도 공정거래법의 적용을 받는다. 따라서 어떻게 차별과 불공정을 해소할 것인지 합리적인 대안이 제시돼야 한다. 또한 개별요금제 도입 이후 가스공사가 다수의 천연가스 공급자 중 하나의 지위를 갖게 되는지, 가스 배관망 등 외부 요인이 천연가스 공급계약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없는지 등 핵심 쟁점들은 명확하게 정리될 필요가 있다.

▶평소에 전력산업과 가스산업의 경계를 허물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시는데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부탁드린다. 경계를 허물기 위한 최우선 과제는 무엇인지.

천연가스 직수입을 추진하는 발전사들은 이미 전력사업을 넘어 가스사업까지 하고 있는 셈이다. 도시가스사업법상 자가용 직수입자의 거래제한이 풀리면 제도적인 경계도 풀어질 것이다. 발전사업자의 가스사업을 막을 정당한 이유도 없으며 발전사업자에게 LNG 수입과 국내 판매를 허용하고 가스사업자에게 발전사업을 허용하면 각 시장의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다. 가스공사도 이미 풀린 직수입을 제한하는 것보다는 발전산업 진출을 원할 수도 있다. 개별요금제 도입은 전력시장과 가스시장의 벽을 허무는 원인이 됐다. 누구든 가스를 저렴하게 구매해 발전한다면 발전시장에서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하게 됐기 때문이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전력시장에서 진정한 경쟁이 허용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전기요금 원료비 연동제, 계약에 의한 전력 수급(PPA) 등도 논의돼야 한다.

▶정부가 수소경제 활성화에 힘을 쏟고 있는데 수소경제 연착륙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 있을지.

수소경제의 핵심은 수소를 어디에서 어떻게 가져올 것인지다. 정부가 발표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은 이 부분을 분명하게 밝히지 않고 있다. 비싼 천연가스로 수소경제를 추진하는 게 옳은 것인지, 우리 현실에서 그린수소를 생산하는 게 가능한지, 호주의 태양광을 활용해 생산한 수소를 액화해 국내로 들여온다면 경제성이 보장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일본의 경우 호주의 석탄에서 수소를 채집해 액화 후 수입한다는 방침을 세웠는데 한국도 그 방법을 사용하거나 원자력발전을 통해 전기로 물을 분해하는 게 그나마 현실적으로 보인다. 다만 두 가지 방법 모두 효율성과는 거리가 멀다.

▶거주하고 계시는 인천지역에는 에너지시설이 많고 인천연료전지 등 이번 4·15 총선에서 이슈로 떠오를 에너지 분야의 현안이 많이 있는데.

에너지가 선거의 이슈가 돼야 하는데 언제나 후순위에 머물러 있다. 전기는 국가가 당연히 저렴하게 공급해야 한다는 인식이 깊기 때문이다. 전기요금 대신 전기세라는 단어에 더 친숙하다. 이번 4·15 총선에서는 코로나19 사태와 경기침체 등으로 인해 인천지역의 에너지 시설 관련 이슈는 부각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수도권매립지와 소각장 문제가 뜨거울 수 있다. 일각에서는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영흥화력을 폐쇄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현실적인 실현 가능성을 본다면 미지수다. 다만 이를 계기로 석탄화력발전에서 주민수용성에 대한 고민이 시작될 필요성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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