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중공업 경영난 이유 두고 ‘정부 탓’ vs ‘경영진 탓’
가운데 낀 두산중공업은 아무 말도 못 해
‘신재생 vs 원자력’ 제로섬 게임에 신산업 키울 동력 상실

두산중공업 본사.
두산중공업 본사.

두산중공업이 순환휴직, 명예퇴직에 이어 ‘일부 휴업’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이 다시금 도마 위에 올랐다.

두산중공업은 지난 10일 노동조합에 “고정비 절감을 위한 긴급조치로 경영상 사유에 의한 휴업을 실시하고자 한다”며 “휴업 대상 선정과 휴업 기간 등 세부 실시 방안에 대해서는 노동조합과 성실히 협의해 나가겠다”고 요청했다.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포함돼 있던 원자력·석탄화력 관련 프로젝트가 현 정부 들어 취소되면서 두산중공업은 10조원 규모의 수주물량을 잃었고 이에 따라 2012년과 비교했을 때 두산중공업의 현재 매출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며 영업이익은 17% 수준까지 떨어졌다.

두산중공업은 “영업활동만으로는 금융비용조차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며 “그동안 위기극복을 위해 다양한 자구노력들을 시행해 왔지만 소극적인 조치만으로는 한계에 도달했다”고 ‘일부 휴업’ 조치를 검토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두산중공업 노조는 일부 휴업 제안을 거부하고 특별단체교섭이나 임단협을 통해 논의하자는 의견을 밝혔다.

두산중공업의 ‘일부 휴업’ 검토가 더욱 크게 다가오는 이유는 지난달 18일 ‘명예퇴직’ 카드를 꺼내든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나온 고강도 대책이기 때문이다.

채용 축소와 순환휴직 등 고강도 대책이 이어지던 중 명예퇴직과 일부 휴업 조치가 연이어 발표되자 두산중공업 주가는 폭락했다.

지난 11일 두산중공업 주가는 전일 종가 대비 21.44% 떨어진 3590원에 장을 마쳤다.

두산중공업은 “명예퇴직과 별개로 경영상의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일부 휴업을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일부 휴업은 특정한 사업 부문에 대해 실시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조업에 지장이 없는 수준의 제한된 유휴인력에 대해서만 시행하는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시장에 미칠 영향을 예상하면서도 이와 같은 조치를 강행해야 할 정도로 두산중공업이 자금난을 겪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두산重 힘들게 하는 건 따로 있다

두산중공업의 경영난이라는 한 가지 상황을 놓고 정반대의 ‘정부 책임론’과 ‘경영진 책임론’이 동시에 불거지고 있는 현 상황은 두산중공업이 얼마나 힘든 상황인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사업을 영위하다 보면 여러 원인에 의해 자연스럽게 부침이 있을 수 있는데 두산중공업은 정치 프레임에 갇혀 기업의 입장표명조차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에너지전환 정책을 놓고 정치권의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두산중공업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양측의 ‘창과 방패’로 쓰이면서 조직의 사기가 많이 떨어졌다는 전언이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일각에서 제기하는 것처럼 기업이 시대적인 변화를 읽지 못한 것은 아니다”라며 “2005년부터 풍력사업을 시작했고 가스터빈과 수소 등 사업다각화를 위한 노력도 꾸준히 진행해 왔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기업 차원의 전략을 수립하면서 사업을 분류할 때 수익성과 성장성을 기준으로 구분하는 방법이 있다.

이 구분법에 따르면 두산중공업의 원자력·석탄 사업은 성장성은 낮지만 수익성은 높은 ‘캐시 카우’에 속한다.

반면 가스터빈과 풍력터빈은 상대적으로 성장성은 높지만 수익성이 아직은 떨어지는 ‘물음표’ 사업으로 분류할 수 있다.

기업들은 수익성은 좋지만 성장성이 낮은 사업에서 수익을 창출하면서도 향후 수익성이 떨어질 것에 대비해 일반적으로 ‘캐시 카우’에서 벌어들이는 돈을 ‘물음표’ 사업에 투자한다.

이를 통해 해당 사업을 성장성도 높고 수익성도 높은 ‘라이징스타’ 사업으로 육성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는 전략이다.

이를 두산중공업의 상황에 대입하면 정치권을 중심으로 신재생과 원전의 대결 구도가 형성되고 두 에너지원이 ‘제로섬’ 양상을 보이면서 두산중공업이 ‘물음표’를 ‘라이징스타’로 밀어 올릴 동력을 잃어버린 셈이다.

글로벌 발전기기 시장에서 두산중공업이 차지하는 위상은 작지 않다.

석탄·원자력발전 시장에서는 GE, 지멘스, MHPS 등 해외 선진기업을 추월했고 가스터빈과 풍력터빈도 이들 기업의 ‘턱 밑까지’ 쫓아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두산중공업이 국책과제로 개발한 가스터빈을 외부에 최초로 공개하던 지난해 9월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세계 2차대전을 주도했던 국가를 제외하면 대한민국이 가스터빈을 개발한 최초의 국가”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도 “한국 기계공학의 쾌거”라고 입을 모았다.

‘에너지 안보’가 시대의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권 밖의 발전업계에서는 전력생산에 필수인 터빈제조기술을 지켜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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