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용 순천향대학교 IoT보안연구센터 교수
김학용 순천향대학교 IoT보안연구센터 교수

지난 2월 17일, 미국의 민간 우주탐사 기업인 스페이스X는 60기의 소형 위성을 한번에 쏘아 올렸다. 지난해 5월 1차로 60기의 저궤도 위성을 쏘아 올린 후 다섯 번째다. 비록 이번에는 네 번이나 사용한 로켓 발사체를 회수하지 못했지만 스페이스X는 모두 300대의 위성을 보유함으로써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위성을 보유한 기업이 되었다.

스페이스X는 올해에만 모두 22차례에 걸쳐 소형 위성을 발사할 예정이다. 연말이면 약 1500대의 소형 위성이 지상 550km 상공을 회전하며 북미지역을 대상으로 위성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스페이스X는 이를 ‘스타링크’라 부르는데, 2024년이면 모두 1만 2000여 개의 위성으로 전세계를 대상으로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스페이스X가 이처럼 위성 인터넷 사업에 집중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이야기된다. 하나는 대양이나 사막처럼 인터넷 통신이 불가능한 음영지역은 물론 저개발 국가를 대상으로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이유는 CEO인 일론 머스크가 누누이 밝힌 것처럼 화성에 자족 도시를 건설하기 위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함이다.

실제로 스페이스X는 스타링크 프로젝트를 통해 2025년까지 약 300억달러 규모의 이득을 예상하고 있다. 이를 위해 스페이스X는 광대역 위성 인터넷 접속 서비스는 물론 이를 위한 디바이스 판매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두 가지만으로는 1만개가 넘는 저궤도 위성을 발사하는 이유를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화성에 자족도시를 만들 계획이 없는 아마존이나 원웹, 텔레샛, 구글, 그리고 중국의 지리(Geely) 그룹 등이 저궤도 위성 인터넷에 관심을 두는 이유도 설명되지 않는다.

원웹이나 텔레샛과 같은 통신기업들뿐만 아니라 아마존이나 구글 같은 인터넷 기업, 그리고 지리 그룹 같은 자동차 제조사마저도 위성 인터넷 비즈니스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이들이 발사하는 위성이 저궤도 위성이라는 데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저궤도 위성은 약 3만6000km의 높은 위치에 머무는 정지궤도 위성과는 달리 주로 고도 500km에서 1500km 사이의 특정한 지구 궤도를 매우 빠른 속도로 돌게 된다. 따라서 저궤도 위성으로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많은 수의 위성이 필요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정지궤도 위성에 비해 훨씬 낮은 궤도를 도는 저궤도 위성은 빠른 통신 속도와 아주 적은 통신 지연 특성을 제공하게 된다. 스타링크 서비스를 예로 들면, 통신 속도는 정지궤도 위성보다 30배에서 100배 정도 빠르며 통신 지연은 100분의 1 수준으로 낮아진다. 정지궤도 위성이 2G나 3G 수준이라면 저궤도 위성은 4G나 5G 이동통신 서비스에 버금가는 특성을 제공한다고 할 수 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저궤도 위성은 GPS보다 훨씬 높은 정확도의 위치정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GPS가 수 미터의 오차를 제공하는 것과 달리 저궤도 위성들은 1cm 이내의 정확도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뛰어난 특성들은 항공기나 선박의 자율주행뿐만 아니라 앞으로 보편화될 것으로 기대되는 자율주행차에서는 필수적이다. 또한, 자율주행차를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형태의 딜리버리 서비스나 응용 서비스를 위해서도 없어서는 안 될 요인이다.

물론, 기내(In-Flight) 혹은 차량내(In-Car)에서의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에도 활용될 것이다. 그리고 초고속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컨텐츠 서비스는 물론 인터넷 쇼핑이나 클라우드, 사물인터넷 등의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이것이 전기차 제조사인 테슬라의 CEO이자 스페이스X의 CEO인 일론 머스크가 스타링크 서비스를 하려는 이유이며 미국 전자상거래 1위 기업인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가 ‘카이퍼(Kuiper)’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이유다. 자율주행차 기반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구글이나 이를 준비하려고 하는 중국의 지리 그룹도 같은 생각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다가올 6G 이동통신 서비스에서도 저궤도 위성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선도기업들은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 될 것으로 기대되는 2020년대 후반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벌써부터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