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집 에너아이디어즈 대표
김희집 에너아이디어즈 대표

최근 SK, GS, 포스코와 같은 민간 발전기업 외에도 동서발전, 중부발전, 남부발전 등 발전공기업 들이 가스 직도입을 늘리고 있습니다. 국내 가스 수입의 대부분을 담당하던 한국가스공사는 이에 대항하여 기존의 평균요금제와 전혀 다른 저렴한 발전기별 가스 개별요금제를 본격적으로 도입하여 발전 가스 공급 경쟁에 더욱 경쟁적으로 참여하고자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스발전시장은 원자력과 석탄발전시장 대비 이미 상대적으로 훨씬 더 경쟁적이었는데, 이제는 경쟁의 강도가 높아져 거의 무한 경쟁의 시대로 접어 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금까지 석탄과 원자력 발전소는 짓기만 하면 안정적으로 상당히 돈을 벌 수 있는 황금알을 낳는 사업으로 간주되었습니다. 운영 수준에 따라 조금 차이는 있지만 안정적으로 좋은 수익을 내는 사업이어서, 발전 공기업 중 어느 기업이 석탄과 원자력 발전을 많이 허가 받고 보유하느냐가 수익성을 결정짓는 요소였습니다. 하지만, 가스발전은 석탄발전과는 전혀 다른 시장 원리가 작동되고 있습니다. 민간 가스 발전 시장에서는 수년 전 가스공급을 직도입으로 의사결정한 기업과 가스공사를 선택한 기업 간에 이미 수익성에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많은 돈을 버는 발전소가 있는가 하면, 적자에 허덕이면서 파산을 걱정하는 발전소가 있습니다. 최근의 가스발전시장의 구조적 변화는 이러한 수익성 차별화를 향후 10년, 20년 뒤 더욱 심화되게 할 것입니다.

가스 발전소가 원가 경쟁력을 반드시 갖추어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지금의 석탄발전처럼 가스발전도 향후 15년 20년 뒤에는 좌초자산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의 일부 장기 계획에 의하면 저탄소 사회로의 노력이 강화되어 2040년경 이후 로는 가스발전의 의존도가 상당히 낮아지는 것으로 계획되고 있습니다. 발전원가 경쟁력이 부족한 발전소는 최근의 석탄발전소처럼 수명을 다 채우지 못하고 조기 폐쇄될 수도 있습니다.

가스발전의 원가경쟁력과 수익성은 발전소가 지어지고 나서, 운영상의 노력으로 개선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기획 및 설계 단계에서 어떻게 경쟁적인 원가를 구조적으로 갖추는 가입니다. 가스발전은 전략적으로 많은 고민을 하고 기획되고 설계되어야 합니다. 기획, 설계되어지고 준공되면 사실상 향후 20여년간의 원가경쟁력과 수익성이 결정된다고 보면 됩니다. 가스 연료 공급은 직도입과 개별요금제 중 어떤 것을 선택할지, 직도입과 개별요금제 각각에서 어떠한 공급 가격 조건을 받아낼지, 구매 량 중 장기 계약과 현물 물량의 분배는 어떻게 할지, 장기 계약의 경우에도 가격 공식에서 유가 연동과 미국 헨리 허브 가격 연동 비중은 어떻게 분배할지, 안정적이면서 유연한 가스발전을 수행할 수 있도록 수급 계약조건은 어떻게 구성할지, 그리고 특히 터미널 및 가스 배관의 공급비용을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가 대단히 중요하며, 철저한 분석과 전략적인 의사결정이 필요합니다.

올 해 안에 발표될 것으로 예상되는 제9차 전력수급계획의 진행 모습을 보면 500MW 기준 20기의 석탄발전소가 가스발전소로 대체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최근 전력 수요가 여러가지 이유로 줄어들어 신규 발전소가 얼마나 허용될지 확신할 수 없지만, 소수나마 일부 신규발전소까지 허용된다면 상당히 많은 숫자의 가스발전소가 향후 신규로 들어설 것이며 우리나라 전력시장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아무쪼록 신규 가스발전소를 기획하는 업무를 전략적으로 신중하게 수행하여 국가적으로도 전력과 가스 산업의 효율이 높아지고, 개별 기업 입장에서도 구조적으로 수익성 높은 기업이 되시고, 현재의 의사결정자들이 후배들에게 지속적으로 존경받게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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