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경제칼럼니스트 한국경제언론인포럼 회장
김상철 경제칼럼니스트 한국경제언론인포럼 회장

세계가 코로나 19에 따른 경제피해를 최소로 줄이기 위해 본격적으로 돈 풀기에 나섰다.

먼저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준이 금리를 0.5%포인트 내려 인하 행렬의 선두에 섰다. 미국이 금리 인하를 전격적으로 결정한 배경은 파월 연준 의장의 말대로 공급망의 붕괴와 그로 인한 생산 차질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미국의 1분기 경제성장률을 1%로 낮춘 스탠다드앤푸어는 이번 사태로 2분기 성장률도 1%에 가까워질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경제가 나빠져 어떤 이유로든 성장률이 갑자기 예년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다면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이 큰 타격을 받게 된다. 복잡한 계산이 필요 없는 결론이다.

미국에 이어서 캐나다 중앙은행도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낮춰 1.25%로 설정했다. 캐나다가 금리를 내린 것은 2015년 중반 이후 처음이다. 유럽중앙은행은 이미 기준금리를 0%로 유지하고 있다. 금리를 더 낮출 수는 없을 것 같지만 다른 방법이 있다. 지난해 9월부터 시중 은행이 중앙은행에 돈을 맡겨 놓을 때 적용하는 예금 금리를 –0.5%로 낮췄다. 예금하면 이자를 받는 게 아니라 수수료를 내야 한다. 유럽중앙은행은 이 금리를 더 낮출 수 있다고 한다. 수수료를 더 내야 한다는 뜻이다.

각국 정부도 바쁘다. 우리나라에서 11조7천억 원 규모의 추경을 잡았지만, 미국도 83억 달러 규모의 긴급 예산을 편성했다. 당조 미국 정부가 요청한 긴급 예산은 25억 달러였다. 의회 심의과정에서 세 배 이상 늘었다.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B) 등도 잇달아 긴급 자금 지원 계획을 내놓고 있다. IMF는 저소득 국가가 코로나 19에 대응하는 것을 돕기 위해 500억 달러 규모의 지원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대부분 자금이 무이자로 지원된다. 세계은행은 120억 달러를 지원하기로 했다.

경쟁적인 금융완화 덕분에 금융시장이 차츰 안정을 찾는 분위기인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조금 다른 의견도 내놓고 있다. 금융시장에 나타난 충격은 코로나 19 때문이 아니라 11년 동안 쌓였던 거품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코로나는 그저 핑계일 뿐이었다는 시각이다. 사실 코로나 전에도 미국 경제가 좋은 상황이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성장률이 작년보다 낮을 거란 전망이 다수였고 소비와 투자 둔화를 눈여겨봐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문제는 그렇지 않아도 세계는 이미 너무 많은 부채를 안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3분기 세계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은 322%였다. 금액으로는 253조 달러, 사상 최고 수준의 부채다. 구글이나, 애플,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회사들은 부채가 없다. 빚이 많은 기업들은 전통적인 제조업 쪽에 집중돼 있다. 공급망 차질이 이어진다면 경영악화로 인해 빚을 갚기 어려운 기업은 날이 갈수록 늘어날 것이다. 미국 연준의 금리 인하도 주식시장에 큰 효과는 없었다. 미국 주가가 오른 건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 경선 결과 때문이었다.

아직 위기의 조짐이 있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불안은 갈수록 커진다. 미국 연준의 금리정책이 예상했던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것도 불안한 이유다. 정상적인 시장이 아니라는 뜻이 되기 때문이다. 지금의 부채 수준이라면, 세계 경제는 2009년 경기침체 수준의 절반 수준의 경기둔화만 닥쳐도 위기가 닥칠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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