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호정 교수의 월요객석)요크타운 항모의 위기관리 능력과 원전산업의 인재 확충
작성 : 2020년 03월 05일(목) 09:24
게시 : 2020년 03월 06일(금)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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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호정 고려대학교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의 호주 침략을 방어하기 위한 산호해 전투는 격렬했다. 일본제국 해군에 미국과 호주 연합군이 맞선 이 전투에서 쌍방이 큰 피해를 입었으며 당시 참전했던 미국의 항공모함 요크타운 역시 만신창이가 돼 진주만으로 복귀했다.
251m 길이에 2만5900t의 무게, 4개의 터빈엔진을 갖춘 요크타운 함은 약 90대의 전투기를 탑재하며 총 80개의 화포와 기총으로 방어능력을 갖춘 미 해군 주력 항모 중의 하나였다.
그러나 진주만에서 수리를 기다리고 있던 요크타운의 상태는 말이 아니었다고 한다. 250kg의 일본 전투기 폭탄이 활주로 갑판을 뚫고 모함 내부에서 폭발했으며 보일러 엔진과 레이더와 조명 시스템의 피해는 물론이거니와 모함 내부구역 전역이 파괴됐다. 당시 피해 보고서는 요크타운을 다시 전투에 배치할 수 있는 수준으로 복구하기 위해서는 90일 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니미츠 제독은 여유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미드웨이 대해전이 임박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미드웨이 해전에서는 일본도 전력을 총동원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항공모함 한 척도 놓침 없이 중요한 전략자산으로 활용돼야 했다. 어떤 수를 강구하더라도 빠른 시일 내에 복귀시키라는 니미츠 제독의 지시 이후, 요크타운 항모는 48시간 내 수리라는 기적을 달성하고 전투에 임하게 된다. 요크타운의 눈부신 활약에 힘입어 미드웨이 해전에서 미군은 일본의 항공모함 세 척을 파괴하는 눈부신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이처럼 신속하고 강력한 요크타운 수리의 비결은 밤낮 가리지 않고 현장에 투입된, 1400명이 넘는 숙련된 선원과 수리기사들에 있었다. 당시 전투를 사후적으로 분석한 여러 보고서들은 한결같이 이들의 공적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한편 산호해 전투에서는 요크타운 뿐만 아니라 일본의 항공모함인 쇼가쿠와 즈이가쿠 역시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하지만 이들 두 항모는 숙련된 승조원과 기술자가 부족해 제때 수리를 마치지 못하면서 결국 미드웨이 해전에도 참여할 수 없었다. 전문 기술자 인력을 풍부하게 갖춘 진주만으로 요크타운이 복귀해서 빨리 수리를 마친 반면, 쇼가쿠와 즈이가쿠는 그러지 못했다.
후세 전쟁사가들은 이러한 점에서 산호해 전투가 미드웨이 해전의 승패를 가늠하는 전초전으로 작용했다고 평가한다.
일본은 이보다 더 어이없는 피해도 입게 되는데, 이는 태평양 전쟁 막바지에 이르러 사상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시나노 항공모함이 미 잠수함의 단발 어뢰로 격침되면서였다. 건조된 이후로 전투다운 전투 한 번 못하고 시나노가 허무하게 바다에 가라앉은 이유는 전쟁 말기에 숙련된 승조원이 부족해 초기 화재진압에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인재는 위기 상황에서 빛을 발한다. 평상시에 인재는 너무도 평범하거나 또는 불필요하게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한순간 집중적으로 위기가 닥쳐올 때에는 고도의 지식과 경험으로 훈련된 인재들만이 능숙하게 대응할 수 있다.
요크타운에는 풍부했으나 최첨단으로 설계된 쇼가쿠, 즈이가쿠, 시나노에는 부족한 1%가 인재 풀이었다. 시나노 함이 어뢰를 맞자 승조원들은 시나노의 최첨단 어뢰방어 기능만을 믿고 안일하게 대응해 패전을 자초했다. 위기는 수 초 내에 찾아오고,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은 몇 분에 지나지 않는다.
그동안 우리나라 발전 산업은 초기의 주변 산업에서 탈피해 세계 시장에서도 주목 받게 되는 위치로까지 괄목한 성장을 거두게 됐는데, 원전 산업 역시 예외가 아니다.
원자력 발전의 규모를 줄이고자 하는 이유가 지진과 같은 확률적인 자연재해로 인한 원자력 발전의 피해를 예단했기 때문이라면 더더욱 원자력이나 방사능 분야의 전문 인력이 제대로 육성돼야 한다.
서해 건너 중국만 하더라도 현재 45기의 원자로에 더해 2030년 무렵까지 100개가 넘는 원자로가 가동될 예정이다.
반면 우리나라의 원자력 정책은 발전규모 축소에 더해 관련 전문인력 감축까지 주도하고 있거나, 아니면 미래전망을 어둡게 보는 청년과학자 층이 자진 퇴출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코로나19 사태에서 보는 것처럼 위기관리에는 초동대응이 중요하며 여기에는 역학전문가와 같은 인재 풀의 역할이 매우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블랙스완의 교훈이 말하는 바는 어떤 이벤트의 확률이 작다는 것이 아니라, 작은 확률일지라도 그 이벤트는 반드시 생긴다는 것이다. 위기관리 능력을 갖춘 전문인재 풀을 강화하는 우리나라의 원전산업 정책이 수립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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