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역사상 가장 드라마틱한 성장을 이룬 나라는 누가 뭐래도 대한민국이다. 한국전쟁의 폐허 속에서 모두가 ‘평등하게 가난했던’ 이 나라는 세계사에 길이 남을 경제사(史)를 썼다.

한국전쟁 직후인 1953년 우리는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67달러에 불과한 지구상 최빈국이었다. 자본과 기술 없이 오로지 노동력만 존재하던 땅은 부정부패와 독재 속에서도 빠르게 ‘자본의 원시적 축적(Primitive accumulation of Capital)’을 달성했다. 모두가 찢어지게 가난했던 빈곤의 평준화 덕분에 값싼 노동시장이 형성됐고, 정부 주도의 해외자본 차입과 인플레이션 정책 등이 시너지 효과를 냈다.

‘우리도 한번 잘살아보자’고 외치며 전 국민이 전쟁 같은 산업화에 나선 결과, 6·25 이후 24년이 흐른 1977년, 마침내 1인당 국민소득은 1000달러 고지에 도달한다. 1만 달러를 넘은 것은 17년이 더 지난 1994년(1만168달러).

2000년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ODA 협력국 명단에서 제외됐다. 공적개발원조(ODA) 수혜국 지위를 벗어나 원조하는 국가 대열에 당당히 합류한 것이다. 세계사에 유일하다.

2006년 2만 달러 돌파 이후 마침내 2018년, 대한민국은 인구 5000만명 이상- 1인당 GNI 3만 달러를 의미하는 ‘3050클럽’에 진입했다. 세계에서 7번째다.

우리의 1인당 GNI가 2만 달러에서 3만 달러로 진입하는 데 걸린 기간은 12년. 미국(9년)과 영국(11년)보단 길었지만, 프랑스·이탈리아(14년)보다는 짧았다.

○…세계사에 길이 남을 고도성장을 이뤘지만, 여기서 파생된 후유증도 간단치 않다. 재벌 대기업과 수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경제구조, 정경유착, 사회경제적 양극화 등은 ‘한강의 기적’이 낳은 대표적 사생아들이다.

그래서 우리 경제는 필연적으로 동반성장, 경제민주화, 소득 분배 등 불공정 극복과 양극화 해소라는 시대정신과 마주했고, 지금도 열심히 어려운 시험문제를 풀고 있는 중이다.

최근 한 유력 경제단체는 “이탈리아는 지난 2005년 국민소득 3만 달러 국가에 진입했음에도 여전히 4만 달러를 넘지 못하고 있다. 한국 경제가 이를 답습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우리 정부가 현금성 복지 정책을 추진하는 점이 이탈리아와 유사하다며 건실한 재정운영과 기업경영환경 개선이 우선시돼야 한다는 게 이 단체의 결론이다.

다소 ‘과녁을 비껴간’ 훈수로 보여진다.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는 앞으로 한국경제의 지상 목표가 될 수도, 돼서도 안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야구장 관중석에 만약 안전망이 없다면 누구나 공에 맞아 크게 다칠 수 있다. 사회도 마찬가지다. 자본주의의 파울 타구에 맞아 부상을 입을 확률을 줄이는 것, 복지는 곧 ‘사회적 안전망’이나 마찬가지다.

예컨대, 대한민국은 65세 이상 노인이 가장 가난한 나라다. 노인 소득 빈곤율은 OECD 국가 중 압도적 1위다. 여전히 갈 길이 멀다. 더구나 이제는 성장의 미명 아래 다른 가치가 훼손돼서는 곤란하다.

지금은 구로공단, 구미공단에 24시간 불이 켜지던 시절이 아니다. 조금 더디고 느리게 가더라도, 제대로 가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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