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헌수 숭실대학교 교수
한헌수 숭실대학교 교수

세상일은 알 수가 없다. 많은 문제들이 산적해 있었지만 그래도 우리가 가진 역량이면 하나씩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어느 정도의 희망을 가지고 새해를 시작했다. 그런데 상상도 못했던 질병이 중국에서 발생해 세계로 번져가면서 우리나라가 최대의 피해국이 돼 버렸다. 당장에 호치민에 1월에 2달 계획으로 입국해 머물고 있는 나만 해도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지금은 누굴 만나거나 어디 나돌아 다니기 눈치 보이는 상황이 돼 버렸다.

우리나라가 마치 바이러스의 숙주국인 것처럼 세계적인 취급을 받는 것에 대해 억울하다고 강변하고 싶은 심정이다. 우리나라는 의료기술의 발전과 의료체계의 효율성으로 인해 감영여부를 가장 신속하게 많은 수를 판단하다보니 확진자의 수가 많이 나왔을 뿐 피검사자 수 대비 확진자의 수를 따지면 다른 나라와 별반 차이가 없다고 알려주고 싶다.

우리나라의 경우 확진자의 대부분이 특정종교 집회 참석자들이고 특정지역에 몰려있는 것도 그렇다. 신흥교단의 포교와 집회방법의 특성으로 인해 많은 감염자가 생겨난 것이고 그들로 인한 지역감염이 심해진 것이다라고 알아듣게 알려주고 싶다.

우리나라는 중국이나 베트남과의 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해 최대의 우호적 조치들을 취했는데 그들은 앞장서서 우리국민들에 대한 제재를 가하고 있으니 이 또한 억울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억울함은 아무리 호소해도 소용이 없다. 이번 바이러스 사태는 우리의 책임이고 가장 큰 책임은 과학자들에게 있다. 바이러스의 연구와 관리는 분명 과학의 영역이고 전문가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알려지기로는 중국의 우한바이러스 연구소와 미국의 노스 캐놀라니아 대학의 전문가들이 공동으로 연구해 2015년도 네이초 메디슨이라는 저널에 다음과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한다.

‘중국의 말굽박쥐가 가진 사스 바이러스로부터 얻어진 코로나 바이러스가 치명적이고 전파력이 강해 유행할 가능성이 있으나 이번연구에서는 치료제나 백신은 개발하지 못했다.’ 이런 연구논문이 있었음에도 이에 주목하여 대비하지 못한 것은 과학자들의 책임일 수밖에 없다.

온 나라가 뒤집히고 나서 정부가 11조원의 추가예산을 투입하겠다고 하지만 그것으로 충부하지 않은 개연성 또한 이 논문에서 다음과 같이 예견하고 있다.

‘이 코로나 바이러스는 변형의 속도가 매우 빨라서 전파자를 1명 거칠 때 마다 돌연변이가 생겨났다’는 것이다. 중국에서 이미 수 만명의 몸을 거쳤고 우리나라에서도 수 천명의 몸을 거친 바이러스가 어디에 잠복했다가 어떤 모습으로 다시 등장할지 모른다는 얘기다. 인류의 종말을 가져올 수 있는 여러가지 것들 중에 바이러스가 될 가능성이 가장 크다는 것에 많은 과학자들이 동의하고 있다. 과학자들이 준비하고 대비하지 않으면 누구도 할 수 없다.

우리나라는 과학의 문제를 정서적이고 정치적 방법으로 해결하려는 성향이 매우 크다. 원자력발전소의 문제도 그렇고 환경문제도 그랬는데 유행성 질병의 문제마저도 그리하려한다. 그러면 명분도 있고 시원하기도 하다. 그러나 그렇게 해결하는 경우 문제는 반드시 다시 발생한다는 것을 이미 경험하고 있다.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뭍이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이번 사태가 너무나 잘 보여주고 있다. 또한 전문가들이 예견된 문제들조차도 제대로 대비하지 못하고 정서적이고 정치적인 결정에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하면서 끌려다니면 그 책임 역시 면하기 어렵다. 이제는 전문가가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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