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릿의 내적 갈등, 판소리로 만난다

소리꾼이 모노드라마 배우이자 완창 판소리 창자(唱者)가 돼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중 하나인 ‘햄릿’을 선보이는 공연이 열린다.

제작사 플레이위드는 연극과 완창 판소리가 결합한 형식의 공연 ‘판소리 햄릿-송보라 편’이 오는 6∼8일 대학로 연우소극장 무대에 오른다고 2월 26일 밝혔다.

햄릿은 권력을 향한 암투 속 인간들 모습과 인간사 무상함을 그린다.

‘판소리 햄릿’은 원작의 핵심 키워드인 ‘복수’보다 평범하게 살고 싶지만 어쩔 수 없이 풍파에 휩쓸리는 햄릿의 내적 갈등에 초점을 맞춘다.

고수(서어진)는 추임새를 넣는 것은 물론 창자의 상대 역할을 하고 피아노 연주자(정한나)와 함께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또 중중모리, 자진모리, 휘모리 등 빠른 장단을 주로 사용해 햄릿의 흔들리는 자아를 대변한다.

이번 공연은 특히 최근 공연계에서 유행하는 젠더 프리 공연으로 눈길을 끈다.

여성 창자 송보라는 작품 속 다양한 남성 인물들을 연기한다. 배우가 성별과 관계없이 배역을 맡아 연기하는 젠더 프리 공연으로 꾸린다는 것.

최근 판소리극 적벽, 뮤지컬 데미안, 연극 언체인 등 다양한 공연들이 성별에 관계없이 무대를 채우는 젠더 프리 공연을 선보여 눈길을 끌고 있다.

과거부터 남성 배역 위주의 공연들이 많다는 지적과 함께 여성 배우들의 역할을 한층 강화하기 위해 유행하는 방식이다.

그동안 남성의 목소리로 많이 전달됐던 적벽가를 여성이 직접 부르는가 하면 조조 역할에 남녀 배우를 각기 더블로 캐스팅해 성 구분을 없앴다.

데미안에서도 남녀 두명의 배우가 성별 구별 없이 다양한 배역을 번갈아 맡으며 의미를 더하는 모양새다.

‘판소리 햄릿’ 역시 이 같은 흐름에 발맞춰 여성의 섬세한 표현으로 햄릿의 내적인 갈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판소리 햄릿’은 국악뮤지컬집단 타루가 지난 2012년 두산아트센터 인큐베이팅 프로그램 ‘두산아트랩’을 통해 음악극 ‘판소리 햄릿 프로젝트’란 이름으로 처음 선보였다.

이후 다양한 극장에서 수차례 공연하며 발전해 왔다.

지난 2001년 창단한 타루는 그동안 판소리와 국악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공연을 통해 이름을 알려 왔다.

시간을 파는 남자, 판소리, 애플그린을 먹다 등 다양한 공연으로 국악에 대한 대중의 접근성을 높여 왔다는 평가다.

제작사는 “완창판소리는 아무리 뛰어난 명창이라도 체력적인 부담 때문에 2회 이상 거듭하기 힘들다”며 “이번 공연의 주인공인 송보라는 3일간 3회 공연에 도전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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