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중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환자는 5만9000명을 넘었다고 한다. 사망자는 1300명을 넘었다. 위중한 사람이 천 명 이상이라고 하니까 더 늘어날 것이다. 바이러스는 지금 중국 정부를 시험하고 있다. 홍콩 시위보다 더 어려운 시험이다. 생명과 안전이 걸려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2019년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이다. 1인당 소득은 1만 달러를 넘는다. 먹고 사는 문제만 해결하면 되는 나라가 아니다.

중국 정부는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신종 코로나의 발원지로 알려진 우한 등 허베이성 주요 도시를 봉쇄했다. 진단 장비와 의료시설을 확충하고 주민의 이동도 강력하게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초기 대응의 실패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코로나 발병 규모는 이미 8개월에 걸쳐 진행되었던 사스를 넘는다. 감염자가 이토록 늘어난 것은 중국 당국이 초기에 적절한 대응조치를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발생을 처음으로 알렸다는 의사는 공안 당국으로부터 조사를 받아야 했다. 반성문까지 썼다고 한다. 그 역시 환자로부터 감염돼 사망했다. 교수들의 성명 그대로 그의 말을 유언비어로 여기지 않고 시민들이 진실을 이야기할 수 있었다면 지금 같은 국가적 재난은 없었을 것이다. 초기에 정보를 통제해 사태를 확산시켰다는 분노는 당연하다. 그런데도 중국 정부 당국은 여전히 유언비어 통제에 매달리고 있다.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공산당의 강력한 지도로 중국 특색 사회주의의 제도적 우세를 발휘해 전염병과의 싸움에서 이길 자신감과 능력이 있다고 했다. 거꾸로 말하자면 만약 바이러스와의 싸움에서 지면 당과 체제가 흔들릴 수 있다는 말이 되겠다. 그럴 만도 하다. 이른바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는 그 효율성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하지만 바이러스로 중국 체제는 취약점을 모두 드러냈다. 정보 은폐와 언론 통제, 중앙의 명령만 기다리는 관료조직의 경직성이 모두 작용해 가장 자율적이고 유연해야 할 신속한 위기 대응에 실패했다. 조기경보 시스템은 존재하지 않았고 관료체제는 위만 바라볼 뿐, 움직이지 않았다. 통계는 조작됐으며 그럴듯한 보고만 올라갔다. 사실 그동안 중국은 대외적인 충격에 비교적 효과적으로 대처해왔다. 금융위기 때는 물론이고 최근의 미국과의 무역분쟁에서도 생각보다는 잘 버텼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세계는 내부에서 발생한 위기에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중국의 모습을 확인했다.

장담할 수는 없지만, 일반적으로 전망하자면 코로나가 중국을 전면적인 시스템의 위기로까지 몰고 갈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일반적으로 바이러스는 계절이 바뀌면 활동력을 잃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강력한 방역 대책도 시행하고 있고, 시간은 다소 걸리겠지만 어떻게든 상황을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그리고 나면 중국 정부는 지지 회복을 위해 대대적인 경기부양책을 전면적으로 시행할 것이다. 어느 정도의 성장률 하락은 불가피하지만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 될 것이라는 말이다. 하지만 위기는 가라앉을 뿐,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전염병이든 뭐든 중국이라는 나라의 시스템을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는 리스크는 언제든 또 발생해서 중국의 능력을 시험할 것이다. 그때 중국은 지금과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김상철 경제칼럼니스트 한국경제언론인포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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