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는 지난 5일 ‘2050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Long-term low greenhouse gas Emission Development Strategies, 이하 ‘LEDS’)’ 검토안을 공개하고 탄소중립에 관한 장기 비전을 제시했다. 환경부가 발표한 LEDS는 지구평균온도 상승을 2℃ 이하로 제한하기로 한 파리기후변화협정에 따라 UN기후변화협약에 제출해야 하는 의무사항의 일환이다. 민간의 검토안 자체가 바로 정부의 공식 입장으로 정해지는 것은 아니지만, 장기 비전과 온실가스 감축목표에 관한 사회적 가이드라인이 제시됐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검토안을 작성한 전문가들은 “저탄소 사회 전환과 지속가능한 탄소중립 국가경제 구현”을 국가비전으로 제시하고 탈석탄과 재생에너지 확대가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탄소 순배출량을 제로로 만드는 탄소중립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필수조건으로 꼽히고 있다. 영국, 독일, 스페인 등 70여개 국가가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했고 EU역시 2050년 탄소중립대륙이 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검토안은 205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최소 40%에서 최대 75%로 제시하고 있다. 유럽선진국의 2050년 탄소중립과는 거리가 있다. 이를 두고 환경단체와 일부 전문가들은 검토안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의견수렴 과정과 내부 논의 과정 중에 탄소중립 시나리오로 바뀔 가능성은 열려 있다. 올해 안에 유엔에 제출될 최종안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추후에 재검토할 수도 있다.

검토안이 “넷제로(순배출제로)를 달성하려면 포럼의 최대 감축안인 1안(2017년 대비 75% 감축)보다 더 획기적인 감축수단 도입과 정책·기술·행태 변화 등의 제반 조건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와 같이 탄소중립을 목표로 우리의 준비 정도를 끌어올리는 게 더 중요하다. 즉 핵심은 인프라다.

최근 출간된 제레미 리프킨의 ‘글로벌 그린 뉴딜’에서도 녹색 인프라 구축 여부가 기후위기대응의 핵심으로 꼽히고 있다.

탈석탄·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위해 공격적으로 투자하면 한계비용이 제로에 가까워져 기후위기대응은 탄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탄소경제 시스템으로 고착화된 현재의 경제체제를 탈탄소 기후대응체제로 조기에 전환해야만 한다. 정부가 발전분야 뿐만 아니라 교통, 건물까지 전방위적으로 투자할 경우 관련 시장이 형성되고, 이후에는 수요가 증가하면서 변화는 산술적인 속도를 넘어설 것이다. 탄소중립의 비전이 구체적인 목표로 나오지 않아 아쉽다는 평가는 존중하지만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 녹색경제 인프라 구축에 총력을 다하는 게 더 시급하기 때문이다.

탄소중립은 경제성장을 이끌어 온 현재 경제체제와의 결별을 뜻하므로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고려돼야 한다.

또 여전히 전환의 발목을 잡고 있는 기득권층을 어떻게 끌어안고 갈 것인지도 염두에 둬야 한다. 2가지 전제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아무리 좋은 비전이라고 해도 사회적 중지가 되긴 어렵다.

게다가 환경부가 발표한 내용은 말 그대로 ‘검토안’일 뿐이다. 논의는 이제 시작이라는 의미다. 목표 숫자에 매몰되는 순간, 계획의 구체 내용과 접근단계를 논의할 시간은 오히려 지연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면 LEDS를 어떻게 수정·보완할 것이냐 하는 생산적인 논의가 더 절실하지 않을까.

최종안 논의 과정에서 탄소중립 시점 역시 여러 의견을 수렴해 수정하는 것을 검토해야겠지만, 녹색인프라 구축을 위해 GDP의 몇%를 녹색재정으로 배분할 것인지, 재정 용처는 어떻게 규정할 것인지, 민간 기업과 시민들의 참여는 어떤 방법으로 이끌어낼 것인지에 더 많은 시간이 할애돼야 한다. 변화는 같이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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