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I의 현명한 선택…한국 태양광 산업 정말 위기인가
업계, OCI 군산 공장 중단 두고 경영환경 개선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는 시선
태양광 무너졌다는 시선 아직 일러…완제품 업계 고부가가치 산업 육성해야
작성 : 2020년 02월 12일(수) 22:28
게시 : 2020년 02월 12일(수)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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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I가 최근 가동 중단을 선언한 군산 공장.(제공=연합뉴스)

한국 태양광을 대표하는 업체 중 하나인 OCI가 국내 태양광 폴리실리콘 공장 가동 중지와 함께 사업 구조 재편을 선언했다. 중국발 저가 공세 탓에 태양광 폴리실리콘 국제가격이 급락, 적자 폭이 커지면서 국내 생산을 중단하겠다는 것.
OCI는 사업 구조 개선을 위해 군산 공장의 태양광 폴리실리콘 생산을 중단하고 군산 공장을 반도체용 폴리실리콘 생산 공장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해외 말레이시아 공장에서 태양광 폴리실리콘을 생산해 원가를 25% 절감한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결정을 두고 업계에서는 국내 태양광 소재 산업이 사실상 사라질 위기라는 우려를 하고 있다. 특히 태양광 산업이 크게 알려지기 전부터 관련 산업을 한국에 소개해 온 OCI라는 기업이 갖는 상징성이 무너졌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화솔루션 역시 국내에서 태양광 폴리실리콘 사업을 접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현상을 두고 일희일비하기엔 이르다는 지적이다. OCI를 비롯한 국내 태양광 폴리실리콘 업계의 쇠퇴는 자연스러운 수순이라는 시선도 있다. 오히려 OCI의 결정이 대규모 적자를 줄이며 경영환경을 대폭 개선하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OCI의 경쟁력 하락의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된 비싼 전기요금을 해결하는 것만으로는 이미 주도권이 넘어가 버린 중국시장과 경쟁하기 힘든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매년 대규모 적자, OCI의 현명한 선택 =폴리실리콘의 공급과잉 문제는 그동안 수차례 지적돼 온 사안이다. 업계에 따르면 폴리실리콘의 수요 대비 공급 과잉률은 14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세계 폴리실리콘 생산량을 놓고 살폈을 때 중국 기업이 1, 2, 4위를 차지하는 모양새다.
OCI가 생산량 3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하지만 이미 세계 폴리실리콘 시장의 대부분 물량이 중국에서 나온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OCI의 경쟁력은 중국 대비 높은 순도의 폴리실리콘 제품을 생산해낸다는 점이다. OCI는 일찌감치 중국이 따라오기 힘든 수준의 일레븐나인(99.999999999%) 즉 100억분의 1 수준의 순도를 자랑하며 세계 시장을 선도했다.
당시 중국은 식스나인(99.9999%) 정도의 순도로 한국 제품 대비 퀄리티가 높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시장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는 게 업계 한 관계자의 설명이다.
태양전지 관련 한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웨이퍼 기술이 크게 발달하며 일레븐나인 폴리실리콘이나 식스나인 제품이나 효율 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업체도 웨이퍼를 구매할 때 어느 정도 순도의 폴리실리콘을 원재료로 사용했는지 이제는 확인하지 않는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중국은 약 200개의 폴리실리콘 업체 가운데 30~40곳을 작정하고 육성하는 상황이다. 냉정한 시선으로 바라봤을 때 이미 규모의 경제도 밀려버린 OCI가 효율도 크게 차이 나지 않으면서 가격경쟁력까지 갖춰버린 중국 제품과 상대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OCI가 2010년 초반까지 고순도의 제품을 통해 시장을 이끌었다면, 이제는 순도는 다소 떨어지더라도 가격경쟁력을 갖춘 제품이 유리한 시장이 됐다.
이 같은 시장에서 이미 고순도 제품 생산을 위해 막대한 투자를 해버린 OCI가 노선을 바꾸는 건 쉽지 않다. 아울러 폴리실리콘의 수요처인 웨이퍼 역시 중국산이 시장을 장악했다. 국내에도 넥솔론과 웅진에너지 등 대표 웨이퍼 제조업체가 있었지만 넥솔론은 이미 문을 닫았고, 웅진에너지도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OCI가 중국 웨이퍼 업체에 폴리실리콘을 팔아야 하는 현 상황에서 전기요금을 낮춰 원가를 절감하는 것만으로는 이미 해답을 모색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심지어 중국 내 웨이퍼 업체 대다수가 이미 폴리실리콘을 자체 생산하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같은 상황을 종합할 때 OCI의 국내 생산 중단 선언은 과거 세계 D램 반도체 업계 5위권까지 올랐으나 오랜 시간 지속된 치킨게임을 버티고 버티다 결국 파산을 선언한 독일 키몬다나 일본 엘피다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각오로 풀이된다.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용 폴리실리콘 분야는 태양광과 상황이 다르다.
여전히 고순도 제품이 중요한 시장이며 제품 단가 역시 태양광보다 높다.
DB금융투자에 따르면 지난해 OCI 군산 폴리실리콘 공장의 적자규모는 23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미 수년간 태양광 폴리실리콘 분야에서 막대한 손해를 기록하고 있으며 이 같은 대규모 적자를 무리하게 지속하는 것보다 빠르게 정리해 수익구조를 개편하는 편이 유리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국내 생산 중단을 밝히기 전일인 10일 OCI의 주가는 5만8900원이었으나, 11일 6만5900원으로 크게 뛰어오른 채 장을 마감했다.
군산 공장 가동중단을 통해 수익가치 훼손을 막아 주가순자산비율(PBR) 하락을 줄인 것으로 11일 하루 동안의 급격한 주가상승은 OCI의 수익구조 개편을 향한 첫걸음에 시장이 우선 반응한 것으로 보인다.
DB금융투자는 군산 공장의 정지가 말레이시아 공장의 제조 물량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세계 태양광 폴리실리콘의 8% 수준인 4만7000t의 생산능력을 가진 공장이 정지함으로써 태양광 폴리실리콘의 공급 과잉이 일부 해소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OCI가 국내 생산을 중단한다는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예견돼 온 일이다. 실제로 OCI도 지난해부터 반도체용 폴리실리콘 생산으로의 전환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신호를 수차례 보내왔다”라며 “OCI가 갖는 상징성이 무너졌다는 것은 분명 뼈아픈 일이지만, 이를 두고 태양광 산업의 위기로까지 시선을 넓히는 것은 무리”라고 꼬집었다.

◆태양전지·모듈 기업 육성에 정부 힘 보태야 =국내에서 태양광 소재 산업이 기를 펴지 못하는 상황이지만 올해 태양전지·모듈 등 완제품 업계의 시장 전망은 상당히 밝은 편이다.
한화솔루션과 현대에너지솔루션, 신성이엔지 등 국내 태양광 셀 및 모듈 제조업체들은 올해 미국을 중심으로 지속적인 사업을 펼쳐 나가며 지난해보다 높은 실적을 거둘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최근 발표한 ‘2019년 4분기 태양광산업 보고서’를 통해 올해 미국 태양광 시장에서 12~17GW 규모의 신규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IBK투자증권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화솔루션의 태양광 부문 이익 기여도는 올해 53%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지난해 미국공장 증설과 단결정(모노) 셀로의 라인 전환 등을 통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현대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9월 미국 현지 판매법인을 설립하는 등 미국 태양광 모듈 판매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 1월 377억원 규모의 미국법인 공급계약을 공시하는 등 실질적인 성과를 보이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신성이엔지도 지난해 캐나다 실팹 솔라, 미국 선파워 등과 맺은 셀 대규모 수출 계약에 힘입어 올해 역시 좋은 실적을 기대하고 있다. 올해도 추가계약에 성공하며 공장을 100% 가동하고 있다.
신성이엔지는 2018년 232억원의 영업적자를 냈지만 지난해 영업적자를 40억원으로 크게 축소했다. DB금융투자는 레포트를 통해 올해 신성이엔지의 태양광 사업부가 전년 대비 50% 늘어난 2400억원 매출에 영업이익 50억원 달성으로 흑자전환까지 기대했다.
현재 미국은 중국산 모듈에 대한 관세를 부과하며 진입을 차단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 기업들이 중국 저가공세의 영향을 받지 않고 미국 시장을 충분히 공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OCI의 군산 공장 가동 정지를 국내 태양광 밸류체인의 붕괴로 보는 시선이 있는 한편 정부의 선택과 집중을 통한 태양광 산업 육성의 기회로 여기는 반응도 적지 않다.
사실상 소재 분야에서는 국내 시장이 붕괴됐지만 여전히 해외에서 기회를 잡고 있는 셀·모듈 등 완제품 제조 분야에서 기업과 정부의 협력을 통해 경쟁력 확보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것.
이와 관련 업계 한 관계자는 “앞으로 기업들의 과제는 분명하다. 셀·모듈 등에서 지속적인 기술개발과 효율화를 통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육성할 수 있도록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며 “아울러 정부 역시 해당 산업이 지속성장할 수 있도록 R&D 등 다양한 측면에서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그동안 정부가 보급에만 힘썼지 태양광 산업계 성장 등에 신경을 쓰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라며 “세간의 우려처럼 정말 국내 태양광 밸류체인이 붕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적극적인 지원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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