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는 짝수, 갤럭시 노트는 홀수’

누가 먼저 말했는지 모르지만 공식처럼 굳어버린 갤럭시 시리즈의 구매 팁이다. 2011년 출시된 갤럭시 S2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 혁신적인 기술을 담은 반면 다음 해 공개된 S3가 안정화에 주력했다는 평을 받았다.

이후 갤럭시S 시리즈가 비슷한 사이클을 반복하자 ‘갤럭시는 짝수’라고 믿는 사람이 늘어났다. 한편으로는 잘 만들어진 짝수에 비해 홀수가 망하면, 영혼을 갈아 갤럭시 노트를 만들기 때문에 ‘노트는 홀수’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노트2부터 갤럭시 시리즈를 쓰고 있는 나 또한 같은 마음에 삼성전자의 아픔이 담긴 갤럭시 노트FE에서 지난해 갤럭시 S10+로 바꾸는 결정을 내렸다.

그 사이 갤럭시 시리즈는 많은 발전을 거듭했다. 마치 1990년식 차량을 몰다가 갑자기 2019년식 차량을 모는 것처럼 신기한 기능과 높은 성능에 만족했다.

그리고 오늘, 갤럭시 S20을 만나고 나니 내 S10+가 매우 뒤떨어진 것처럼 느껴졌다. 불과 어제까지만 해도 잠들기 전까지 만지작거렸는데.

‘갤럭시 시리즈는 짝수’라는 공식이 어디에서부터 잘못된 걸까 생각해보니 ‘5G’가 마음에 걸렸다.

5G 포럼이 주최 아래 6G를 준비하기 위해 산학연 관계자들과 함께 모인 심포지엄에서 ‘5G는 곧 끝난다’는 충격적인 의견이 나왔다. 5G가 새로운 혁신의 의미를 넘어 안정화에 접어들 것이라는 의미다. 6G는 5G의 안정화를 기반으로 한다. 마치 지금의 LTE가 5G를 보조하는 것처럼.

갤럭시 시리즈의 홀짝을 논하기 전에 5G 폼팩터로서 역할을 생각해야 했다. 지난해 S10과 LG전자의 V50 등이 출시됐음에도 불구하고 통신가전업계에서는 제대로 된 5G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들이 주를 이뤘다. 어느덧 5G가 첫 전파를 송출한 지 3년째. 안정화와 함께 가속화를 이룰 5G 산업을 예상했을 때 ‘홀짝’을 넘어 제대로 된 5G 스마트폰이 쏟아져 나올 것이라는 걸 예상하지 못했다.

이번 S20으로 어쩌면 홀짝의 공식이 깨질지도 모른다. 아니면 갤럭시 S11이 아니라 ‘S20’이니까 짝수라고 우길지도 모르겠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도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기기들은 나올 것이며 아마도 그 바탕에는 5G, 또 6G가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통신의 혁신이 기기의 혁신을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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