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제어, 효율성보다는 효과성에 초점 맞춰야”
“건물장수명화·에너지절감 위한 정부 지원 필요”

(2)신영기 세종대학교 기계공학과 교수

(3·끝)백강철 바스코리아 대표

4차 산업혁명이 지핀 불씨가 전 세계 산업계로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2016년 다보스 포럼에서 처음 개념이 언급된 지 4년여 만의 일이다. 초기에 AI·IoT·빅데이터 등 신기술 개발 담론이 주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기후·경제사회적 변화 등 화두와 맞물려 실제 현장에 적용하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자동제어분야는 4차 산업혁명 이행의 한 축으로 손꼽힌다. 제어 대상에 미리 설정한 목표 값을 자동적으로 조정하도록 하는 이 기술은 적용 가능성이 높아 건물 자동제어·스마트팩토리·에너지관리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특히 국내에서는 정부가 에너지전환 정책을 역점 과제로 추진함에 따라 빌딩에너지관리 시스템, 제로에너지빌딩, 스마트그리드 등 분야에서 각광받고 있다.

자동제어 분야 최고 전문가들에게 국내 산업의 현황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성에 대해 들어봤다.

양인호 동국대학교 건축공학과 교수<사진>는 국내 건축설비 및 에너지 제어 분야의 전문가 중 한 명이다. 서울대학교 건축학과에서 학사 및 석·박사를 모두 취득한 이후 교단에 서기까지 산업현장 일선에서 직접 관련 분야 경험을 쌓기도 했다. 현재에도 정부·지자체 다수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양 교수에게는 현장 경험과 학문적 지식을 효율적으로 융합한 인물이란 평가가 뒤따른다.

“자동제어 기술 자체는 원하는 설정값에 수치를 맞추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중요한 건 기술 도입에 따른 건물관리의 효용성과 거주자(건물 사용자)가 느끼는 기능적인 편의입니다.”

양 교수는 국내 자동제어 산업의 현황을 ‘효과성(effectivness)의 부재’란 한 구절로 압축해 설명했다. 건축적인 측면에서 자동제어 기술은 거주자에게 쾌적함·편리성·안전 등의 기능을 제공해야 하는데, 국내에서는 여전히 건축과정에서의 투자대비 경제성인 ‘효율성(efficiency)’에 초점이 맞춰진 경향이 강하다는 지적이다.

양 교수는 “건축 분야는 보수적인 성향이 강하다보니 항상 투자비에 대한 경제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한다”며 “문제는 이 과정에서 자동제어설비를 단순히 투자비용으로 인식함에 따라 실질적인 효과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자동제어 중요성 인식의 부족은 이 같은 상황을 만든 일차적인 원인으로 지목됐다. 건축주, 설계자, 시공자 등 건물이 탄생하기까지 과정에서 자동제어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는 이들이 적다보니, 본질보다는 신기술에만 천착해 이름만 변경된 각종 시스템이 우후죽순 등장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양 교수는 “현재 국내 산업은 과거 글로벌기업 제품에서만 가능하던 자동제어·상태감시 등 기능을 충실히 구현할 수 있는 상태까지 도달했으나 딱 거기까지인 것 같다”며 “효과성 제고란 본질에 집중해 보다 심도 깊은 연구개발이 이뤄져야 하는데, 국내에선 시장 규모가 아직 작아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사업이 진행되다보니 한계점이 있는 것 같다”고 짚었다.

건물 활용계획에 대한 인식과 기술도입·시공에 집중된 사업 시스템도 향후 개선이 필요한 대목으로 꼽혔다. 일례로 일본·독일 등 일찍이 자동제어 산업을 육성해온 선진국의 경우 건물의 장수명화를 목적으로 유지·관리업무의 기술력과 경험을 축적하는 방향으로 사업 시스템이 운영되고 있는 만큼 참조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양 교수는 “자동제어 분야의 발전은 건물 장수명화 논의와 관련이 깊다”며 “인식 개선이 뒤따라야 하는 작업인데, 단순히 사업주체들의 인식 변화만 기다리기보다는 국가 차원에서 제도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변화의 방향성으로는 사업 주체별로 중소기업에 대한 실질적인 기술 개발 지원(정부), 효과성을 띨 수 있는 예방적 관리·에너지절감 기술 개발(기업) 등을 제시했다.

양 교수는 “국내 산업환경을 고려해 정부에서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체계적인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며 “아울러 에너지전환 정책의 경우에도 일단 전력소비가 가장 많은 건물부문에서 절감이 이뤄져야 하는 만큼 다 같이 전체 그림을 보며 각자의 역할을 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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