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내 화이트리스트 지원 정책 등 통해 호실적 거둬

국내 배터리 3사가 지난해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서 각각 3000억∼5000억원대 적자를 기록한 가운데 중국 CATL의 작년 순이익이 전년 대비 최대 45% 급증한 것으로 추정된다.

4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1위 배터리 기업인 CATL은 최근 잠정 실적 발표를 통해 지난해 순이익 추정치를 전년 대비 20∼45% 늘어난 40억6000만∼49억1000만위안(6864억∼8294억원)으로 제시했다.

CATL은 순익 증가의 요인으로 전기차 시장 확대로 인한 배터리 수요 증가, 자사 생산능력 확대, 생산비용 축소 등을 꼽았다.

반면 국내 배터리 3사는 지난해 나란히 적자를 기록한 모양새다.

LG화학은 배터리 사업에서 영업손실 4543억원을 기록했고,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업은 실적이 소폭 개선됐으나 여전히 영업손실이 3091억원 수준이다. 삼성SDI도 중대형 전지 사업에서 최대 5000억원대 적자를 냈을 것으로 추정됐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상위권 업체들이 법정 다툼에 휘말린 사이 CATL은 정부의 배터리 사업 집중 육성을 발판으로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정부는 이른바 ‘화이트리스트’를 통해 자국 배터리가 탑재된 전기차 위주로 보조금을 지급해 왔으며, 배터리 업체 수가 2년 만에 절반으로 줄면서 CATL 등 상위권 업체에 지원을 집중하고 있다.

아울러 국내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소송전이 이어지면서 CATL이 어부지리 격의 이득을 얻고 있다는 게 업계 평가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파우치형 배터리 제조사로 각형 배터리가 주력이던 중국 CATL도 최근 파우치형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앞서 LG화학은 작년 상반기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영업비밀 유출 소송을 제기했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양사 모두 막대한 비용을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LG화학과 삼성SDI는 ESS 화재 대응에 따른 일회성 비용을 작년 4분기에 각각 3000억원, 2000억원으로 반영하며 적자 규모를 키웠다.

다만 CATL에도 올해 들어 큰 악재가 생겼다. 가파르게 확산하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다.

CATL은 푸젠성, 칭하이성, 장쑤성에 있는 모든 공장의 가동을 중단했으며, 10일 재개할 예정이다. 특히 CATL은 생산물량 가운데 60% 정도를 내수 시장에 납품하고 있어 타격이 불가피하다.

다만 업계 관계자는 “중국 완성차 공장도 가동 중단 상태여서 납기를 맞추는 데는 무리가 없을 것”이라며 “기업의 성장에는 큰 영향이 없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배터리 업체 가운데서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중국 배터리 공장 가동을 멈췄고, 삼성SDI는 공장을 정상 가동 중이다. 당장은 피해가 중국 공장 가동 중단에 그쳤지만, 신종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중국 소재 수급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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