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에 열린 유럽정상회의는 EU집행위원회가 제시한 유럽 그린딜에 합의해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량을 ‘0’(zero)로 만드는 이른바 ‘탄소중립’ 목표를 발표했다. 핵심은 화석연료 사용을 중단하고, 건물과 교통분야 에너지효율을 통해 친환경 에너지생산 저소비 에너지 사용 구조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특히 에너지 소비의 40%를 차지하는 건물의 에너지효율화 사업이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건물의 에너지효율을 높이는 것이 탈탄소화를 앞당길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공공지원주택(social housing), 학교, 병원 등 공공 시설물의 에너지효율을 높이는 데 재정적 지원을해 에너지약자들이 변화에 적응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우리나라도 건물의 에너지소비 효율화와 전체 전기에너지의 55%를 사용하는 산업용 에너지사용을 줄이는 것이 탄소 제로화로 근접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정부도 제로에너지건축물에 대한 각종 인센티브를 통해 건물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정책을 펴고 있지만, 인센티브 따먹기에 그치지 말고 실질적으로 에너지효율이 숫치로 나타날 수 있게 지원을 강화해야한다. 건물부문에서 에너지소비 감축 목표를 세우고 신축 건물뿐 아니라 기존 건축물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한다. 현재는 지원제도를 보면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을 받으면 용적률과 건축높이를 최대 15% 늘릴 수 있다. 또 건축물 취득세를 최대 15% 감면된다. 인증을 취득한 공공임대주택 및 분양주택에 대해 주택도시기금 대출한도가 20% 상향되며 기반시설 기부채 납 부담수준(해당 사업부지 면적의 8%)에 대해 최대 15% 경감률이 적용된다. 이런 제도들이 현장에서 적용될 수 있도록 신축 건축물에 대해선 선택이 아닌 강제화 하는 것도 고려해 볼만 하다.

이산화탄소 제로 사회 구현을 위해선 산업구조의 변화도 함께 추진해야한다. 유럽국가들도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 철강 시멘트 산업의 구조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전기에너지 요금이 저렴하다 보니 중화학, 철강, 조선 등 에너지다소비 업종이 전체 산업을 주도해 왔다. 산업용 전기요금은 지난 2014년 이후 동결돼 OECD 평균보다 훨씬 저렴하다. 우리나라의 산업용 요금은 100달러/MWh로 OECD평균 106달러/MWh 보다 저렴하다. 현재는 생산원가에도 못 미치게 판매를 하고 있다. 특히 전체 전기에너지의 25%를 사용하는 경부하요금은 원가의 절반수준에도 팔린다. 건물과 산업용 에너지효율을 높이기 위해선 요금인상을 통해 수요를 낮춰야 하지만, 산업계이 저항이 거셀 뿐 아니라 전기요금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일부 몰 지각한 정치인들 때문에 점진적인 산업구조 전환도 힘들다.경쟁력을 잃은 산업조차도 전기요금의 뒷다리를 잡고 있는 형국이 됐다. 에너지전환을 통한 이산화탄소 제로는 이상적인 목표가 될 수 있지만, 이미 유럽의 국가들은 행동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값싼 전기 에너지의 향수를 버리지 못하면 이산화탄소 제로를 위해 한 발자국도 뛰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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