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수어드의 아이스박스(Seward's icebox)’ 또는 ‘수어드의 어리석음(Seward’s folly)’이라는 말이 있다.

과거 알래스카의 매입을 성사시켰던 윌리엄 헨리 수어드(William Henry Seward) 미국 국무장관의 판단을 조롱했던 말이다.

1867년 로마노프 왕조가 통치하던 제정 러시아는 국가의 재정적 위기와 영국의 알래스카 강점을 우려해 이 땅을 미국에 720만달러에 매각했다. 1㎢당 5달러에 판 셈이다.

그러나 당시까지만 해도 알래스카의 가치를 알지 못했던 미국의 여론은 매매 작업을 주도했던 윌리엄 헨리 수어드의 판단을 비판하고 ‘수어드의 어리석음(Seward’s folly)’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맹비난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수어드의 판단이 옳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알래스카는 눈과 얼음의 땅이 아니라 금과 석유 등이 풍부한 자원의 보고(寶庫)라는 게 알려진 것이다.

알래스카에서는 1800년대 후반부터 대규모 금광이 잇달아 발견됐고 엄청난 양의 석유, 천연가스 등이 개발되면서 1982년부터 주민들에게 배당금까지 지급하고 있다.

덕분에 한 때는 ‘어리석다’고 놀림을 받았던 수어드가 이제는 선견지명의 대명사로 불리고 있으며 주민들은 3월 마지막 월요일을 ‘수어드의 날’로 지정해 그의 업적을 기리고 있다.

#2. 선견지명(先見之明)은 앞을 내다보는 안목(眼目)이라는 뜻으로, 장래를 미리 예측하는 날카로운 식견을 두고 이르는 말이다.

지난해 성장률이 2.0%에 머물면서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에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든 한국경제의 회복을 위해서는 반드시 갖춰야 할 덕목이다.

최근 정부의 경제팀을 보면 선견지명 식의 대책보다는 단기적인 처방에 급급한 것 같다.

성장 둔화를 막기 위해 조기에 재정을 투입하고 통화정책 완화, 추경편성 등 단기처방식의 대책들이 매년 반복되고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재정과 가계·기업의 건전성 악화로 귀결된다.

물론 이런 대책들도 필요는 하지만 한국 경제의 체질을 바꾸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기업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들이 선행돼야 한다.

기술개발뿐만 아니라 산업혁신, 규제개혁, 노동시장 유연화 같은 친기업적 정책들이 필요한 이유다.

지금 당장은 욕을 먹고, 어리석다고 놀림을 당해도 나라와 국민을 위해 자신의 판단과 결정을 밀어붙인 미국의 윌리엄 헨리 수어드 장관 같은 선견지명을 가진 정책 결정자가 보이지 않아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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