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현장・습식기반 건설패러다임
기술・공장・건식기반으로 대전환
인허가 간소화해야 보급 활성화 기대
전기공사 등 분리발주 영역, 미리 대비해야

건설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주목받는 모듈러공법이 13층 중고층 규모로는 국내 처음으로 올해 본격 적용된다.(모듈러공법에 따라 공장에서 제작해 운반한 유닛을 건설현장에서 크레인으로 적층하는 모습)
건설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주목받는 모듈러공법이 13층 중고층 규모로는 국내 처음으로 올해 본격 적용된다.(모듈러공법에 따라 공장에서 제작해 운반한 유닛을 건설현장에서 크레인으로 적층하는 모습)

건물을 ‘짓는다’는 개념에서 ‘만든다’, ‘제작한다’는 개념이 더해진다. 변압기, 배전반, 차단기, 케이블 등 기기, 설비, 자재, 부품을 만들 듯이 아파트, 오피스텔을 짓지 않고 공장에서 만들어내는 것이다. 최근 들어 공업화주택으로도 불리는 ‘모듈러 주택’이 상용화단계로 접어들고 있어 건설업계는 물론, 관련 업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특히 2020년에는 모듈러 주택의 새로운 이정표가 세워진다. 13층 이상의 중고층 건물에 모듈러 공법이 처음 적용되기 때문이다. 모듈러 주택은 건축물을 공장에서 미리 제작한 뒤 설치현장으로 운반해 조립하는 방식으로 전 공정의 70% 이상이 공장에서 이뤄진 방식이다. 아파트 각 세대를 하나의 유닛으로 공장에서 제작하고 현장에서는 기초작업만 수행한 뒤 유닛을 차곡차곡 쌓아 아파트를 완공하는 개념이다. 지금까지는 6층 이하 저층 규모에서 모듈러 시공이 진행됐는데, 2020년부터는 13층 규모에 새롭게 적용된다. 건물은 13층부터 ‘3시간 내화구조’가 적용된다. ‘3시간 내화구조’란 건물 구조와 내외장재가 화재발생시 3시간이상을 견딜 수 있도록 규제하는 것이다. 저층 건물에서는 1시간이나 2시간의 내화구조를 적용하는데 반해 3시간 내화구조를 적용하려면 모든 면에서 기술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해외에서는 30층 이상으로도 모듈러 공법이 적용된다. 우리나라도 이번 13층 규모를 시작으로 초고층 모듈러 공법이 확대 적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모듈러 시공은 왜 하는가.

모듈러 주택이란 주택을 구성하는 자재와 부품을 공업화 공법을 활용해 조립 생산하는 주택이다. 레고블럭 형태의 유닛 구조체에 창호와 외벽체, 전기배선 및 배관, 욕실 주방가구 등 70%이상의 부품을 공장에서 선조립하는 주택이다. 주택법에 의한 공업화주택의 정의는 주택 주요 구조부의 전부 또는 일부를 일정한 성능 및 생산기준에 따라 공장에서 미리 생산해 현장으로 운반, 설치, 조립하는 공업화공법으로 건설하는 주택으로 규정하고 있다.

모듈러 주택 공법으로는 모듈을 적층해가며 완성하는 적층형과 구조체 시공 후 모듈을 끼우는 인필(Infill)형이 있다.

모듈러 주택은 현장과 공장에서 동시에 공정을 진행하기 때문에 전체 공사기간이 대폭 단축된다. 또 표준화, 규격화, 대량생산으로 원가절감이 가능하다. 또 이축 및 재설치가 가능해 모듈의 재활용, 지속가능한 친환경적 건축 실현이 가능하다.

이런 특징으로 인해 건설산업 패러다임을 노동, 현장, 습식기반에서 기술, 공장, 건식기반으로 전환시킨다. 특히 청년인구 감소, 건설인력 노령화. 외국인 건설노동자 증가, 낮은 생산성, 주52시간 근로시간단축 등 건설 노동시장 여건변화에 모듈러 공법이 한층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현장 공기를 대폭 줄임으로써 원가절감 효과는 물론 지역 민원 해결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

◆LH, SH, 모듈러주택 적용 박차

2017년 12월 준공된 평창동계올림픽 미디어레지던스(호텔)도 대표적인 모듈러 건축물이다. 지상 4층 3개동, 300객실 규모로 2017년 6월부터 착공해 7개월 만에 완공했다. 이 건축물은 이동 및 재설치가 가능하다는 것이 특징이었다.

SH는 지난해 10월 ‘2019년도 제3차 매입임대주택 매입공고’를 내면서 ‘모듈러주택 매입 허용’를 처음으로 명기했다. 이 제도는 SH가 서울시민의 주거안정 및 주거비 부담완화를 위해 서울시 소재 다세대 등 건축예정주택을 임대공급 목적으로 매입하는 것으로 매입주택에 모듈러주택도 허용한다는 것이다. 건축사업자나 건설회사가 모듈러주택을 지어 SH에 팔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한 것이다.

SH 관계자는 “2019년 제3차 매입분에는 모듈러주택이 들어오지 않았지만 앞으로 지속적으로 홍보해 나갈 것”이라며 “2020년도 제1차 매입공고는 오는 2월 공고할 계획인데 계속 모듈러주택도 허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2018년부터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주도적으로 대량발주를 진행하고 있다.

천안 서북구 두정동 581번지 일대에 6층 40가구 중소형 아파트를 모듈러 방식으로 2018년 4월 착공해 2019년 7월 완공했다.

LH는 또 인천 옹진군 백령도에 마을정비형 공공실버 아파트를 모듈러방식으로 4층 150세대 규모로 건설 중이며 2020년 4월 준공 예정이다. 이 물량은 국내 최대 규모 모듈러 공공발주 프로젝트며 시공책임형CM 발주방식으로 건설 중이다. 특히 해상운송이란 점에서 도서지역 모듈러 건축의 새 모델로 주목 받고 있다.

LH는 이외에도 2020년 한해동안 모듈러 주택을 약 1000여세대 공급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대상지는 세종시, 인천시 연평도 등이 거론된다.

LH 관계자는 “현재 구체적인 모듈러 공급계획을 검토하고 있으며 국토교통부와 검토해 1분기 중에 구체적인 공급계획을 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발표는 구체적인 대규모 발주계획이 처음 제시된다는 점에서 모듈러제작업체, 설계, 건설업체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도 모듈러주택 활성화에 적극적이다. 2016년 서울 가양동에 6층 규모 모듈러주택을 처음으로 선보인데 이어 올해는 민간 모듈러는 주택 건설을 적극 지원한다.

SH는 지난해 10월 ‘2019년도 제3차 매입임대주택 매입공고’를 내면서 ‘모듈러주택 매입 허용’를 처음으로 명기했다. 이 제도는 SH가 서울시민의 주거안정 및 주거비 부담완화를 위해 서울시 소재 다세대 등 건축예정주택을 임대공급 목적으로 매입하는 것으로 매입주택에 모듈러주택도 허용한다는 것이다. 건축사업자나 건설회사가 모듈러주택을 지어 SH에 팔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한 것이다.

SH 관계자는 “2019년 제3차 매입분에는 모듈러주택이 들어오지 않았지만 앞으로 지속적으로 홍보해 나갈 것”이라며 “2020년도 제1차 매입공고는 오는 2월 공고할 계획인데 계속 모듈러주택도 허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기 용인에 13층 규모로는 올해 첫 적용

지금까지 6층 이하로 진행되는 모듈러 건축사업이 올해 처음으로 13층 중고층규모에서 시작된다.

건설기술연구원과 경기도시공사는 빠르면 올 하반기에 13층 모듈러주택 시공사를 선정한다. 이에앞서 상반기까지 기획설계를 완료할 예정이다.

건설기술연구원은 작년 9월 공모를 통해 ‘중고층 모듈러 공공주택 실증단지 사업’ 수행기관과 부지를 경기도시공사 ‘용인영덕 경기행복주택 단지’로 선정했다.

중고층모듈러연구실증과제는 건기연의 총괄아래 ▲설계 엔지니어링 내화구조 층간소음 연구(건기연) ▲모듈 공장 생산 연구(아주대) ▲시공 운반 경제성평가 연구(서울대) ▲실증사업(경기도시공사) 등 4개 세부연구로 진행중이며 올해부터는 경기도시공사 주도로 실증사업이 본격 진행되는 것이다.

경기도시공사는 해당 사업부지에서 정부출연금 70억원을 지원받고 건설기술연구원과 함께 13~15층 규모의 중고층 모듈러 공공주택 실증단지를 구현한다. 경기도시공사는 작년 7월 입주 완료한 ‘성남하대원 경기행복주택’을 저층 모듈러 공법을 적용해 시공한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사업 총괄책임자인 건기연 ‘모듈러건축 중고층화 및 생산성 향상 연구단’ 배규웅 연구단장은 “공모 당시에는 13~15층으로 공고했는데 선정부지의 도로사선제한 등에 따라 13층으로 적용될 것”이라며 “13층부터는 ‘3시간 내화구조’가 적용되고 건축계획에 구조계획이 첨가되기 때문에 기존 성과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과정이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앞으로 경기도시공사는 시행사의 지위를 갖고 설계, 제작, 시공사 선정 입찰을 발주하게 된다. 오는 4월까지 기획설계가 나오고 이후 입찰 방식을 결정해 6월경에는 발주할 예정이며 9월경에는 시공사 등이 결정된다. 또 선행 일정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올해말까지 건축인허가를 신청하고 건축심의를 거쳐 내년 6월 이전에 착공할 수 있을 것이란 게 배 단장의 설명이다.

완공시점은 착공 후 11개월로 2022년 6월경으로 전망된다.

실증사업이 포함된 중고층모듈러연구실증과제는 2014년 8월부터 시작해 2021년 7월에 완료되는데 실증사업 완공시점까지 연장될 것으로 보인다.

배 단장은 “현재의 기획설계가 기존의 연구결과를 최적으로 반영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 설계·시공·제작 각 분야의 민간사업자들도 국내 첫 대형사업이란 점에서 선점효과를 기대하며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입찰과 시공과정에 최대한 많은 사업자가 참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배 단장은 “모듈러주택은 건축인허가를 일반건물과 똑같이 받고 있다. 공장생산 건물임을 인정받게 되면 기존 인허가를 간소화해야 모듈러주택 보급이 활성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배 단장은 이어 “전체공정의 70%인 모듈러가 ‘부품’으로 발주되면 기존 발주체계가 크게 영향을 받게 된다. 분리발주를 시행하고 있는 전기공사, 정보통신공사는 공장제작과 건설현장 각 공정에서 어떻게 연계될지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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