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는 국내 시장만으로 버틸 만 했을지 모르죠. 그러나 머지않아 곧 새 돌파구를 찾아야 할 시점이 올 겁니다. 그때 미리 준비가 돼 있지 않은 기업들은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될지도 모릅니다.”

최근 취재차 만난 한 제조업 협단체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본격화되고 있는 국내 제조업계의 침체를 ‘존폐의 기로’로 표현했다. 현재 기업들이 마주한 어려움이 단순히 경기순환주기에 따른 침체가 아닌, 대내외적인 경제·기술 변화 등 환경적인 요인에 따른 예견된 위기라는 지적이다.

제조업의 위기는 수치로도 확인할 수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체 제조업 재고율(5월)은 117.9%까지 치솟은 반면, 제조업 평균 가동률(1분기)은 71.8%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보다 근본적인 자구책 마련을 주문하고 있다. 특히 경기부진의 장기화에 따른 수요 감소, 고령화로 대표되는 인구구조 변화 등과 같은 사회적인 요인까지 감안하면 선제적으로 기업 혁신에 나서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제조업 혁신안으로는 스마트화와 해외진출이 꼽힌다. 먼저 스마트화는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제조업계가 피할 수 없는 하나의 흐름의 돼가는 중이다. 통신망의 변화가 대표적인 사례다. 전통적인 전자기기가 케이블선을 접속해 정보를 송수신했다면, 최근에는 무선통신망을 활용한 제품이 확산되는 추세다.

건물·시설물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자동제어분야 한 전문가는 “근래 들어 기기 통신방식이 무선으로 바뀌면서 업계에 위기의식이 커지고 있다”며 “수년 내 무선통신이 주류가 되면 현재 존재하는 기업들의 3분의 1만 살아남게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반면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해 제조 공정 및 시스템 운영을 스마트화한다고 할지라도, 성장이 정체된 국내 시장의 한계를 넘어서기에는 어려울 것이란 우려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해외진출이 궁극적인 돌파책으로 주목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내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선 기술력·제품 경쟁력의 비교우위가 여전히 기능하는 해외시장을 물색하는 수밖에 없다.

품목별로 대기업, 벤처기업에서는 해외진출의 중요성을 인식, 본격적으로 사업을 계획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여전히 전체 업계 상황을 놓고 보면 진출 시도는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위기는 새로운 반전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침체의 늪을 지나 정체기에 접어든 국내 제조기업들이 올해는 해외에서 길을 찾는 한 해가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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