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법은 달라도 결론은 ‘안전 강화’

지난해 10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국정감사를 열고 그 해 잇따라 발생한 승강기 사망사고에 대한 진상조사에 들어갔다.

환노위 소속 위원들은 당시 현대, 오티스, 티센크루프, 미쓰비시 엘리베이터 등 국내 메이저 승강기 4사 대표이사를 증인으로 불러 ‘엘리베이터 사망사고 관련 현안질의’를 열었다. 그 중에서도 현대와 오티스, 티센크루프 등 3개사는 매년 신규승강기의 80% 이상을 설치하고 있고, 지금까지 국내 설치된 승강기의 60% 가량을 유지관리하고 있다.

이날 환노위 소속 의원들은 최근 잇따른 승강기 사망사고의 원인과 위험의 외주화 문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불공정 계약행태 등을 지적하고,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 행정안전부, 공정거래위원회 관련 부처에 대책마련을 주문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9년 12월까지 최근 5년간 승강기현장에서 사망한 사람은 총 38명에 달한다. 연간 7명꼴로 컴컴한 승강로에서 세상을 떠난 셈이다. 지난 3월 부산 해운대구의 한 아파트 17층에서 교체작업 중이던 승강기가 1층 바닥을 떨어져 근로자 2명이 숨지는 등 올해만 8명이 숨졌다.

승강기 회사별로는 현대엘리베이터가 11명으로 가장 많았고, 티센크루프가 5명, 미쓰비시가 2명 사망자를 냈다.

특히 승강기를 설치할 때 가장 많은 사망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망사고 대다수는 추락과 끼임이 원인이 됐다. 특히 추락사는 안전한 비계를 사용하는 독일·미국·일본 등 해외에선 드물지만 한국에선 자주 나타나는 대표적인 사고유형으로 꼽힌다.

일반적으로 승강기를 설치할 때는 높은 곳에서 일할 수 있도록 임시가설물을 조립해 이를 발판으로 삼아 작업을 한다. 하지만 국내에선 일부 작업자들이 비계를 설치하지 않거나 허술하게 설치하는 행태가 국감을 통해 드러났다. 비계 조립시간을 줄여 승강기를 조금이라도 더 빨리 설치하기 위해서다.

또 최소한의 안전장치 없이 승강기를 설치하고 관리하거나, 2인1조 원칙을 어기고 혼자 작업을 하는 일도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 승강기 기업들의 안전관리 미흡과 작업자들의 안전불감증이 사고를 키웠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지난해 국감 이후에도 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승강기업계의 안전에 대한 혁신과 변화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감 이후 우리나라 승강기를 이끌어가고 있는 ‘빅3’ 기업들의 안전관리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티센크루프는 지난해 12월 전국의 설치, 서비스, 비계, 양중 파트너사 대표 150여명을 초청해 ‘상생안전결의대회’를 개최하고 강화된 안전 기준을 준수할 것을 다짐했다. 서득현 대표 취임 이후 안전 경영에 전사적인 노력을 집중하고 있다.
티센크루프는 지난해 12월 전국의 설치, 서비스, 비계, 양중 파트너사 대표 150여명을 초청해 ‘상생안전결의대회’를 개최하고 강화된 안전 기준을 준수할 것을 다짐했다. 서득현 대표 취임 이후 안전 경영에 전사적인 노력을 집중하고 있다.

◆티센크루프, 작업현장 안전수칙 강화…파트너사와 ‘상생안전결의’ 다짐

티센크루프는 지난해 국감기간 중 자사 현장에서 사망사고가 일어나 대표이사가 교체되는 일이 발생했다. 새로 취임한 서득현 티센크루프 대표는 국감에서 “모든 방법을 동원해 개선책을 마련하고, 승강기 안전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후 서 대표는 ‘안전’과 ‘상생’을 키워드로 안전절차와 교육프로그램을 개선하고, 파트너사에 안전문화를 전파하는데 앞장섰다.

티센크루프는 가장 먼저 안전수칙을 개선했다. 글로벌 티센크루프의 안전수칙인 ‘SWMS; 안전(Safety), 업무(Work), 체계성(Method), 절차서(Statement)’를 국내환경에 맞춰 강화했다.

현장의 모든 작업자들이 강화된 SWMS 안전수칙을 의무적으로 교육받도록 했고, 절차를 무시할 경우 패널티를 부과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특히 승강기를 설치할 때 미리 비계나 추락방지망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해 사고위험을 최소화했다. 작업자가 이를 어길 경우 파트너사에 자체적으로 패널티를 부과하도록 했다. 패널티가 누적되면 파트너사에게는 불이익이 돌아가도록 해 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높였다.

또 현장에 프로젝트매니저(PM)를 파견해 설치작업 이전에 현장에 위험요소가 있는지 확인하고, 이를 파트너사에게 알려줘 설치할 때 반영될 수 있도록 했다. 설치업체는 이 같은 내용을 숙지한 뒤 위험요소에 맞는 안전대책을 마련해야만 설치작업을 할 수 있다. 특히 위험이 감지되거나 돌발상황이 생기면 즉시 작업을 중단하고, 관리자에게 보고할 수 있는 시스템도 구비할 계획이다.

서 대표는 “프로젝트매니저가 현장을 방문할 때 모든 순간을 영상으로 기록할 수 있도록 IoT 헬멧을 도입했다”며 “위험요소가 발견되면 원거리통신을 통해 본사에서 지시를 내릴 수 있고, 설치과정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어 작업자들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데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안전팀도 안전실로 승격하고, 인원을 충원해 안전관리자를 전문적으로 교육하고 육성하는 팀을 별도로 신설했다. 전국에 연간 2000~3000개의 현장이 가동되는 만큼 프로젝트매니저를 더 충원할 복안도 내놨다.

파트너사들의 대표와 중간관리자와 신입사원들에게 분기에 한 번씩 안전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이밖에도 ‘안전코칭’ 제도를 강화해 본사 임원들이 분기에 한 번씩 현장에 방문해 작업자들을 격려하고, 조언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설치와 유지관리 파트너사들과 ‘상생협의회’를 열어 분기별로 한 번씩 현장의 소리를 경청, 안전한 작업환경을 만드는데 반영할 예정이다.

이 일환으로 지난해 12월 티센크루프는 파트너사 대표 150여명을 초청해 ‘상생안전결의대회’를 개최하고 강화된 안전 기준을 준수할 것을 다짐하기도 했다.

오티스는 안전 전담 부서를 두고 안전을 강화하기 위해 매월 조익서 대표 주재하에 전사 차원의 ‘안전보건회의’를 개최, 사고 예방을 위한 선제적 대응책과 현장에 맞는 개선책을 마련하고 있다.
오티스는 안전 전담 부서를 두고 안전을 강화하기 위해 매월 조익서 대표 주재하에 전사 차원의 ‘안전보건회의’를 개최, 사고 예방을 위한 선제적 대응책과 현장에 맞는 개선책을 마련하고 있다.

◆오티스, ‘올 세이프’ 경영원칙 고수…철저한 안전규정 준수로 5년간 사망사고 ‘0’

오티스(대표 조익서)는 대기업들 중 유일하게 지난 5년간 승강기 사망사고가 한 건도 없었다. 임직원은 물론 고객과 협력업체 및 탑승객의 안전까지도 고려한 ‘All Safe(올 세이프)’ 경영원칙을 고수하기 때문이라는 게 조익서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오티스에서 안전하게 일하는 것은 절대 타협할 수 없는 가치”라며 “‘기본안전수칙(Cardinal rule)’을 항상 100% 지키는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회사는 비계설치와 관련 글로벌 오티스의 안전규정을 철저하게 지키고 있다. 추락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작업 전 생명선과 작업공간 안전 난간대 등을 설치, 만약의 위험에 방지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유지관리 현장에서는 2014년부터 로프 및 풀리 교체를 위해 승강로에 바닥에 직접 설치 가능한 시스템 비계를 자체 개발해 보급함으로써 작업자의 안전을 확보하고, 작업 품질을 높이는 데에도 기여하고 있다.

오티스는 작업현장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고/노고(Go/NoGo)’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설치 및 교체공사를 할 때 사전에 정의된 안전 항목을 확인해야만 작업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와 관련 자체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실시간으로 현장을 확인하고, 검증함으로써 위험요소를 일체 없애도록 했다.

또 글로벌 차원에서 안전 전담 부서(EH&S: Environment, Health & Safety)를 두고 있으며, 설치 및 서비스 사업부 내에도 안전관리 담당 인력을 두고 있다.

이들 안전관리자들은 중대재해 예방을 위해 지역현장을 주기적으로 방문, 위험요소를 제거하기 위한 조언을 비롯해 작업자들의 안전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올세이프데이(All Safe Day)’가 대표적인 행사다. 오티스는 파트너사와 함께 매월 양쪽의 전문가들이 현장을 방문해 작업을 공동으로 점검하고 있다.

또 안전을 강화하기 위해 매월 조 대표 주재 하에 전사 차원의 ‘안전보건회의’를 개최, 사고 예방을 위한 선제적 대응책과 현장에 맞는 개선책을 마련하고 있다. 유지보수 현장 전문가들이 매주 그룹별 회의를 통해 각자가 한 주간 경험한 불안전 사례를 공유하고, 토론을 통해 안전 개선대책을 수립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전 임직원의 안전 의식을 고취하기 위해 조 대표를 비롯한 관리자를 대상으로 매월 8시간 이상의 안전과 관련된 현장 활동을 의무적으로 실시하고, 안전 관련 사항을 개인의 연간 목표에도 의무적으로 반영하도록 하고 있다.

이 같은 활동에 힘입어 오티스는 2007년부터 5년 연속으로 ‘안전경영대상’을 수상, 2013년에는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한편 현대엘리베이터 측은 “국감 이후 안전개선책 마련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내용을 말해줄 수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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