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헌 한국전기산업연구원 이사장
허헌 한국전기산업연구원 이사장

지난해 12월 26일자 중앙일보의 『집 짓는 공사 따로, 전기공사 따로... 건설업계 ‘비효율적’』보도 기사를 보면서 정보의 왜곡을 방지하고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바로 잡고자 하며, 또한 올바른 건설문화의 정착과 대한민국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성장하는데 도움을 주고자 한다.

2014년 5월 26일 오전 9시 5분경 고양시 일산동구 백석동 소재 ◯◯종합터미널 화재사건으로 잘 알려진 ◯◯터미널 지하1층 설비공사는 가스배관 가용접 작업 중 용접불티에 의한 화재로 소중한 생명을 8명이나 앗아갔고, 중상 5명, 경상 52명 등 65명이 질식 등의 재해가 발생한 것으로 보도를 통해서 알 수가 있다. 필자가 여러 해가 지난 이 시점에서 사건을 살펴본 결과, 그 당시 사고원인은 ‘인재’로 밝혀졌다.

실제 2014년 9월 17일 의정부지방검찰청 고양지청 형사 2부는 안전관리 감독을 소홀히 한 현장소장 등 7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구속하는 한편, 공사 하도급업체 대표를 포함한 18명은 불구속 기소하는 선에서 사건을 종결했다.

우리나라 법정에서 공식적으로, 사고 원인은 CJ푸드빌이 용접기능사 자격이 없는 사람을 고용해 가스 배관 및 소방 설비를 공사하였고, 분리발주가 아닌 하도급 형태로 공사를 진행했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그러므로, 가장 큰 사고의 원인은 무자격자에게 하도급을 맡긴 도급업체의 관리능력의 부재 때문이라고 필자는 강하게 주장하는 것이다.

필자는 전기공사기업을 오랫동안 운영했던 기업 대표로서, 통합 발주된 하도급공사와 분리 발주된 전기공사를 모두 수행해 보았다. 이런 경험을 비추어 건설업계의 주장보다 오히려 분리발주로 시행되는 공사가 시설물의 품질 확보는 물론 작업 중에 근로자 안전 확보 측면에서 더 합리적이었다고 판단된다. 그 이유는 전문가의 정당한 주장이 묵살되지 않는다는 점과 품질과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적정공사비의 책정이 가능하여 현장 관리가 전문성을 갖고 주체적으로 진행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건설업계는 또 “건설공사는 업종별로 법적규율과 소관부처가 다르고 분리발주를 할 경우 현장에서 상호연계가 곤란한 만큼 시공 효율이 떨어져 경쟁력이 약해진다” 고 지적한다.

하지만 공사는 설계기준과 재료의 성능대로 관련 규정에 따라 시공되어야 하며 관련 규율을 준수해야 하는 것이지 소관부처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효율적이 아니라는 주장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특히 통합 발주해 공사가 진행되더라도 자격과 전문 인력을 갖춘 협력업체(하도급)가 진행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외면하면 안 된다. 오히려 전기·통신·소방 등 전문영역으로 분리된 시공업체들의 소관부처가 같다면 그 효율성은 의심이 될 수 밖에 없다.

건설업계는 또 부실공사의 위험과 도급업체(건설)와 전기공사업체 간 책임소재가 애매하여 안전사고로 이어진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전기 공사의 경우 해당분야에서 발생하는 모든 하자에 대해 시공업체가 책임(전기공사업법 제15조의2)을 지고 있다.

전기 및 통신 분야 전문인력이 없는 종합건설사에서 낙찰 받는 통합발주방식은 하도급에 재하도급이라는 악순환의 고리 하에서 부실공사를 초래하여 안전을 더욱 저해할 우려가 크고, 정부의 중소전문기업육성시책에도 반한다고 생각된다.

안전사고 관련 2012년 산업재해발생 통계를 보면 전체 건설업의 부상사고는 0.12%~ 0.15%, 사망사고는 0.03%수준이며 반면 정보통신 및 전기공사업은 부상사고 0.04%, 사망사고 0.01% 인 것으로 조사됐다.

마지막으로 “분리발주를 하면 시공연계성이 떨어지고 공정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며 “하자담보 책임도 불분명해져 최종품질이 떨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2016년 10월 12일자 ‘하자분쟁 5년간 98.3% 급증’의 자료에 의하면 국토교통부의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의 결과 통합발주 시 하자신청 건수가 폭증한다(2011년 327건, 2015년 4244건)는 통계가 있다. 결론적으로 전기공사업의 분리발주는 법적으로 정해진 정당한 권리이며, 국가 안전과 시공품질을 담보하는 소중한 제도이다. 순간의 효율성을 위한다는 단견으로 소탐대실하지 않기를 진심으로 제안한다.

허헌 한국전기산업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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