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반덤핑관세로 수출길 막힌 한국기업, 돌파구는?!
현지 생산공장 짓거나 확장으로 돌파구 찾거나
작성 : 2020년 01월 01일(수) 23:40
게시 : 2020년 01월 03일(금)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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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일렉트릭의 미국 앨라배마 변압기생산공장 전경. 최근 증설을 마쳐 연간 2만1000MVA(변압기 110대) 생산규모로 확대됐다.

미국 트럼프 정부가 보호무역주의 기치를 내세우면서 최근 반덤핑 관세 등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전력산업에서 가장 큰 타격을 입고 있다. 미국에 수출하는 국내산 변압기에 고율 관세가 부과됐기 때문이다. 현대일렉트릭과 효성중공업, LS산전, 일진전기 등 변압기를 수출하는 제조사들은 반덤핑관세율로 미국 내 수출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미국 상무부는 현대일렉트릭과 효성중공업, LS산전 등이 수출하는 중대형 변압기(60MV급 초과)에 다시 한 번 고율 관세를 부과하기로 잠정 결정했다. 6차 연례재심(2017년 8월∼2018년 7월 판매분)에서 현대일렉트릭이 수출하는 제품에 60.81%의 반덤핑 관세 예비판정을 내린 것이다. 미국 상무부는 효성중공업 등 다른 한국 업체에도 40.73%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기로 잠정 결론지었다.

반덤핑관세는 수출국 시장가격보다 싸게 수출해 수입국 산업이 피해를 입었을 때 그 가격 차이(반덤핑 마진)만큼을 관세로 부과하는 제도다.

특히 현대일렉트릭의 경우 2017년 3차 재심부터 반덤핑관세율이 20배나 뛰면서 4차, 5차까지 관세폭탄을 맞았다. 중간재인 철강 품목을 제외하면 우리나라 공산품이 미국에서 이 정도의 징벌적 반덤핑관세를 부과받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고관세로 미국 내 수출이 어려워지자 국내 변압기 제조사들은 현지에 생산 공장을 짓거나, 확장하면서 돌파구 찾기에 나섰다.

◆美 상무부 2012년부터 한국산 변압기 반덤핑 관세 부과
미국의 한국산 변압기에 대한 반덤핑관세 부과는 지난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스위스 ABB와 델스타, 펜실베니아 트랜스포머 테크놀로지 등 미국 변압기 제조사들은 현대중공업 등 국내 업체들을 견제해왔다.

그러다 스위스 ABB의 미국 현지법인이 현대중공업 등을 대상으로 반덤핑 제소를 했고, 미국 상무부와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조사에 들어가 2012년 최종판정에서 현대중공업(14.95%), 효성(29.04%), 일진전기·LS산전(각 22.0%)에 반덤핑 관세가 확정됐다.

미국에서 반덤핑 여부가 결정되기까지의 조사(상무부와 무역위원회 동시 진행)는 예비단계와 최종단계로 나눠진다. 부과 기업에게 조사 결과에 대해 해명할 기회를 주는 연례재심(최초 조사와 동일한 절차) 제도가 있다.

이어 2013년부터 해마다 재심이 열려 기존 최종판정이 수정됐는데, 재심 때마다 관세율이 낮아져 지난 2016년 9월 재심에선 현대중공업 3.09%, 효성 1.76%, 일진전기 2.43%로 줄었다. 2016년 한국 업체들의 미국 변압기 수출액은 연간 2억5544만달러(약 2953억원)에 달했다.

◆트럼프 정부 보호무역주의 확대…2017년 변압기 반덤핑 관세 20배 올라
하지만 낮아진 관세율은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보호무역주의 기조 탓에 느닷없이 껑충 뛰었다. 2017년 3월 미 상무부는 현대중공업의 변압기에 60.81%의 반덤핑관세 재심 최종판정(3차 재심)을 내렸다. 전년 9월 재심의 3.09%보다 반덤핑관세율이 20배 뛴 것이다. 효성과 일진전기가 각각 2.99%를 부과 받은 것과는 대조적이다. 국내 기업 중 미국에 가장 많은 변압기를 수출하는 현대중공업이 트럼프 정부의 반덤핑관세의 최대 희생양이 됐다.

미 상무부가 현대중공업에 고율의 반덤핑관세를 부과한 근거는 ‘불리한 가용정보(AFA; Adverse Fact Available)’ 규정이다. AFA는 미 상무부가 해당 기업에 반덤핑 판정에 필요한 자료를 요청했을 때 협조하지 않거나 부정확한 자료를 내는 경우에 이용 가능한 정보를 선택해 해당 기업에게 최대한 불리하게 덤핑 마진을 추산할 수 있는 제도다.

AFA 조항은 기본적으로 수출기업이 미국 상무부의 조사에 비협조적일 경우 적용되는데, 이러한 판단 과정에서 조사당국의 재량이 크게 개입된다. 결과적으로 AFA를 적용했을 때의 덤핑마진은 적용하지 않았을 때에 비해 훨씬 더 높게 산정된다.

이후 2017년 4월 현대중공업은 변압기 등을 생산하는 전기전자시스템 사업부문을 인적분할 해 현대일렉트릭을 설립했다. 2018년 6월에는 효성중공업이 효성으로부터 인적 분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정부의 한국산 변압기 반덤핑관세는 2018년 3월(4차 재심)에도 계속됐다. 당시 상무부는 현대를 비롯한 효성과 일진, LS 등 한국산 변압기업체에 모두 60.81%의 관세를 부과했다. 효성 역시 현대와 마찬가지로 AFA가 적용됐고, 일진과 LS에는 현대와 효성의 관세율을 그대로 적용했다.

2019년에 내려진 5차 재심(2016년 8월∼2017년 7월 판매분)에서 현대는 역시 같은 관세율이 적용됐고, 효성은 AFA가 적용되지 않아 상대적으로 낮은 15.74%의 관세율이 부과됐다. 대(對)미 수출비중이 크지 않은 일진과 LS 또한 15.74%의 반덤핑 관세율이 정해졌다.

◆2017년부터 한국 기업들 미국 수출길 막혀…변압기 수출액 급감
한국전기산업진흥회에 따르면 2016년 우리나라의 전체 변압기 수출액은 9억6300만달러(1조1132억원) 규모다. 그 중에서 미국 수출액은 약 35~4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은 단일시장으로는 최대 변압기 수출국이다.

그러나 2017년 트럼프 정부가 들어선 이후 고율의 반덤핑관세가 부과되기 시작했고, 가격경쟁력을 잃은 탓에 국내 기업들의 변압기 수출도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2017년 변압기 전체 수출액은 8억6300만달러로 전년대비 10.4% 감소했다. 2018년에는 6억3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27.1%나 감소했다. 이는 미국시장의 반덤핑관세 영향이 컸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변압기 전체 시장의 35~40% 비중을 차지하는 미국에서 고관세로 수출길이 막히자 그 여파가 고스란히 전체 수출액 하락을 불러일으켰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더구나 2017년에는 현대일렉트릭에 전년 대비 20배가 넘는 60.81%의 고관세가 부과됐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변압기를 미국에 판매하는 현대의 수주절벽이 전체 수출 감소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2018년에는 4개사 모두 60.81%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 받았다. 이는 사실상 미국 내에서 영업을 할 수 없는 수준의 관세다.

◆현대일렉, 미국 앨라배마 공장증설…효성, 테네시 변압기 공장 인수
대외여건이 국내 기업들에게 불리하게 돌아가자 현대는 미국의 앨라배마 공장증설에 나섰고, 효성중공업은 아예 공장을 사들였다.

현대는 지난해 11월 커지는 북미시장을 공략하고 한국산 변압기 고율 관세를 피하기 위해 기존 앨라배마 공장을 증설, 총 3만8678㎡ 규모의 생산 공간을 확보했다. 연간 생산능력은 기존 1만4000MVA(변압기 80대 규모)에서 2만1000MVA(110대 규모)로 늘어났다. 기존에는 중형 변압기 위주로 생산했지만, 대형 변압기 중심 생산 체제로 전환했다.

현대는 미국 내 고객들의 자국산 대형변압기 선호 추세를 적극 활용해 내년 앨라배마 법인의 연 매출을 2억달러(약 2300억원) 이상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효성은 지난해 12월 500억원을 투자해 미국 테네시주에 위치한 미쓰비시의 초고압변압기 공장을 약 500억원에 인수했다. 기존에 미쓰비시는 이 공장에서 외철형 초고압변압기를 생산했다. 외철형 초고압변압기는 철심이 권선 밖에 있는 구조로 안정성이 뛰어난 반면 크고 무거워 발전회사 등에서 주로 사용해 왔다.

하지만 기술 발전에 따라 글로벌 변압기 시장은 부피를 덜 차지하면서도 안정성이 높은 내철형으로 급격히 기울었다. 내철형 초고압변압기는 현재 글로벌 변압기 시장 수요의 95%를 차지한다.

효성은 공장의 설비를 외철형에서 내철형으로 교체하고 증설하는 데 470억원을 투자, 올해 상반기부터 본격 생산할 계획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컨설팅 기관인 프로스트 앤드 설리번에 따르면 북미 지역 전력 변압기 시장은 연평균 4% 규모로 꾸준히 성장해 2022년 약 29억달러(약 3조35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효성중공업은 미국 테네시주에 위치한 미쓰비시의 초고압변압기 공장(MEPPI, Mitsubishi Electric Power Products, Inc.<사진>)을 4650만 달러(약 500억 원)에 인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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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ixi@elec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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