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상생’ 통해 파트너사와 동반성장・안전문화 정착할 것”

서득현 티센크루프 엘리베이터 코리아 대표는 지난해 10월 취임했다. 당시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 기간에 승강기사고가 발생하면서 전임자가 퇴임했고, 뒤를 이어 서 대표가 바통을 전달받았다. 이 때문에 ‘승강기 안전’은 서 대표가 가장 시급하게 처리해야 할 사안으로 떠올랐다. 취임 3개월째 새해를 맞이한 서 대표의 그간 행보와 올해 사업전략, 안전개선방안에 대해 들어봤다.

“취임 후 ‘안전’을 가장 최우선으로 두고 더 이상 사고가 재발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을 썼습니다. 승강기 설치작업자를 위한 안전장치를 강화하고, 더불어 파트너사들과 ‘상생’할 수 있는 개선책들을 마련했습니다. 전임 대표가 갑작스럽게 사퇴를 했지만 그 전부터 차기 대표직을 준비해 온 만큼 기업경영에는 큰 지장이 없습니다. 올해는 소비자들에게 우리가 안전 1등 기업임을 다시 한 번 각인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서 대표는 오티스엘리베이터의 전신인 금성산전 출신이다. 1990년 창원공장 설계실에 입사해 2009년까지 몸담았다. 오티스 싱가포르에서 해외영업을 시작했고, 태국법인장을 지내는 등 설계와 영업을 거치는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쉰들러에서 2년간 영업설치를 경험한 뒤 2011년 티센크루프 엘리베이터에 메이저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임원으로 입사했다. 티센크루프에서도 영업·설치·서비스사업부를 두루 맡았고, 2017년에는 글로벌 본사에서 실력을 인정받아 동남아지역 사장을 역임했다. 동남아 7개국을 담당하는 자리다.

국내외에서의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티센크루프의 새로운 수장이 된 서 대표는 취임일성으로 ‘안전’과 ‘상생’ 키워드를 꺼내들었다.

서 대표는 “안전사고로 지난 몇 달간 힘든 시간 겪었지만 ‘비 온 뒤에 땅이 굳듯이’ 티센크루프가 다시 한 번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이를 위해 작업자들의 안전교육 프로그램을 보완하고, 안전절차를 강화해 파트너사에 안전문화를 정착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취임 첫 행보로 설치와 유지관리 파트너사들과 만나 ‘상생협의회’를 만들었다. 분기별로 한 번씩 파트너사들과 만나 현장의 소리를 듣겠다는 것이다. 작업자들이 승강기 설치와 유지관리 업무 중에 다칠 수 있는 위험요인을 제거하고, 안전하게 작업에만 전념할 수 있는 작업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노력이다.

서 대표는 “이를 위해 티센크루프만의 안전수칙인 ‘SWMS; 안전(Safety), 업무(Work), 체계성(Method), 절차서(Statement)’를 개선했다”며 “승강기를 설치할 때 미리 비계(건설공사 때 높은 곳에서 일할 수 있도록 설치하는 임시가설물)나 추락방지망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했고, 이를 위한 작업자 교육도 병행했다”고 말했다.

이를 어길 경우 파트너사에 대해 자체 패널티를 부과하도록 했다. 패널티가 적정기준을 넘어서는 파트너사에게는 불이익이 돌아가도록 해 안전불감증을 최소화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한 셈이다.

안전팀도 안전실로 승격하고, 인원을 충원해 안전관리자를 전문적으로 교육하고 육성하는 팀을 별도로 신설했다.

그는 “모든 안전수칙을 원점에서 재검토한 결과, 비계와 추락방지망 설치를 위해 작업시간을 1시간씩 연장하는 방안을 도입했다”며 “안전팀도 안전실로 승격하고, 인원을 충원해 안전관리자를 전문적으로 교육하고 육성하는 팀을 별도로 신설했다”고 말했다. 안전에 철저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겠다는 서 대표의 노력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또 현장에 프로젝트매니저(PM)를 파견해 설치작업 이전에 현장에 위험요소가 있는지 확인하고, 이를 파트너사에게 알려줘 설치할 때 반영될 수 있도록 했다. 설치업체는 이 같은 내용을 숙지한 뒤 위험요소에 맞는 안전대책을 마련해야만 설치작업을 할 수 있다.

특히 위험이 감지되거나 돌발상황이 생기면 즉시 작업을 중단하고, 관리자에게 보고할 수 있는 시스템도 구비할 계획이다. 전국에 연간 2000~3000개의 현장이 가동되는 만큼 프로젝트매니저를 더 충원할 복안도 내놨다.

서 대표는 “프로젝트매니저가 현장을 방문할 때 모든 순간을 영상으로 기록할 수 있도록 IoT 헬멧을 도입했다”며 “위험요소가 발견되면 원거리통신을 통해 본사에서 지시를 내릴 수 있고, 설치과정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어 작업자들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데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안전문화 정착을 위해 정기적으로 캠페인을 벌이고, ‘쉬운 안전’을 슬로건으로 작업자들이 안전장치 착용을 잊지 않도록 교육 프로그램도 늘린다. 파트너사들의 대표와 중간관리자와 신입사원들에게 분기에 한 번씩 안전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이밖에도 ‘안전코칭’ 제도를 강화해 본사 임원들이 분기에 한 번씩 현장에 방문해 작업자들을 격려하고, 조언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현재 티센크루프의 설치파트너사는 80여곳으로 종사자만 1000여명에 이른다. 이 중에서 10~15% 정도는 매년 업계를 떠나고, 새롭게 유입된다. 신규인력에 대한 안전 및 기술교육이 필요한 이유다.

서 대표는 앞으로 모바일로 파트너사 인력현황을 검색하고, 안전교육을 받았는지 등 인력관리를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누구나 모바일로 안전수칙을 볼 수 있도록 접근성을 강화한다.

교육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충남 천안공장에는 안전체험관을 마련한다.

“천안공장에 안전 관련 교육시스템을 만들 계획입니다. 현장에는 주로 추락·협착·감전·낙하물 사고가 빈번합니다. 서둘러서 작업하기 위해 안전장치 등을 등한시하는 경우가 많아 작업자의 인식개선에 노력을 기울일 생각입니다. 이를 위해 추락사고를 경험할 수 있는 체험관을 만들어 사고에 대한 경계심을 높일 계획입니다.”

다양한 안전개선책으로 뒷마당을 강화한 서 대표는 올해 리모델링 시장을 중심으로 돌파구를 찾을 계획이다. 건설경기가 지난해부터 침체일로를 걷기 시작하면서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승강기산업 역시 큰 타격이 예상된다.

서 대표는 “건설경기가 악화되면서 건축허가면적인 전년 대비 22% 가량 줄었고, 국내 수주량이 역시 감소하고 있다”며 “10층 건물 이하 단납기 물량도 지난해에 비해 10~15% 정도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대신 법개정으로 인해 20년이 넘은 노후승강기를 교체하는 리모델링 시장이 활기를 띨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대략 4~5만대 승강기가 교체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이 시장을 선점하는데 주력할 방침이다.

그는 “지난해 선보인 나전칠 디자인을 비롯해 새로운 디자인을 개발할 계획”이라며 “이와 함께 유지관리 인력도 늘려 서비스시장도 공략하겠다”고 말했다.

이미 올해 준공되는 여의도 우체국빌딩(157m) 프로젝트를 따냈고, 경기도 동탄의 지식산업센터에 승강기 40대를 설치할 예정이다. 여기에 서울 구로구 G밸리에 39층 규모 게임산업 중심지가 될 ‘G스퀘어’에 트윈 승강기를 공급한다.

“올해는 최대 프로젝트인 현대차그룹의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가 착공을 앞두고 있어, 승강기 수주를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교체시장을 중심으로 수주활동을 이어갈 계획입니다. 이와 함께 개선된 안전수칙이 지켜지도록 현자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할 것이며, 사고를 줄여 파트너사와의 동반성장은 물론 안전문화도 정착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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