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중국의 국영기업, 톈진물산이 3억 달러 규모의 달러채 상환에 실패했다. 미국의 경제잡지 포춘이 선정한 글로벌 500대 기업 가운데 132위의 기업이었다. 20년 만에 중국 국영기업 최초로 달러화 채권을 상환하지 못한 것이다. 중국 정부가 무리한 금융지원을 중단하면서 비롯된 일이다.

중국 회사채 시장의 부도가 속출하고 있다. 2019년 한해 중국 채권시장의 디폴트 규모는 200억 달러 규모였다. 사상 최고치다. 전망도 밝지 않다. 앞으로 1년 안에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을 가진 기업들 가운데 절반 이상은 현재 충분한 현금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많은 국제 신용평가기관들이 새해 중국 기업들의 줄도산을 예상하고 있다.

항상 그렇지만 경제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어떤 사람들은 위기를 걱정하고 또 다른 어떤 사람들은 반등을 예상한다. 물론 새해에도 악재는 많다. 미·중 무역전쟁, 투자위축, 디플레이션 등이 그것들이다. 일반적으로는 그래도 지난해보다는 조금 나을 거라는 전망이 많다. IMF는 내년도 선진국 성장률은 올해와 같은 1.7% 선에 머무를 전망이지만, 신흥개도국들은 올해 3.9%에서 내년에는 4.6%로 반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세계은행과 OECD, UN도 마찬가지로 올해보다는 성장률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시장의 불안은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부채가 너무 많다. IMF는 현재 세계경제의 가장 큰 위험 요인은 기업 부실채권의 증가라고 경고했다.

전 세계 부채는 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것으로 나타났다. IMF가 집계한 2018년 기준 세계의 부채는 188조 달러로 1년 전보다 3조 달러 증가했다. 물론 당연히 사상 최고치다. 세계 국내총생산(GDP) 대비 226%에 달하는 수준이다.

특히 선진국의 GDP 대비 기업부채 비율은 역대 최고치였던 2008년과 같은 수준이라고 한다.

기업부채가 많이 늘어난 나라에는 미국과 중국,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 스페인, 이탈리아 등 8개 주요 국가가 모두 포함된다. IMF가 계산해 본 결과로는 글로벌 금융위기때의 절반 수준으로만 경기가 가라앉아도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는 기업의 부채 총액이 19조 달러가 될 것이라고 한다. 주요국 총 기업부채의 약 40%가 채무불이행 위험에 처한다는 의미다.

특히 중국의 기업부채는 말 그대로 잠재적으로 가장 큰 리스크다. 무엇보다 정확하게 그 규모와 성격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사실 세계은행과 IMF는 지난 몇 년 동안 전 세계에서 늘어나는 부채에 대한 경고를 계속해왔다. 세계은행은 보고서에서 특히 개발도상국의 부채는 지난 50년 만에 최고로 빠른 속도로 늘어났다며 급증한 부채는 성장이 둔화하면 감당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다른 점이라면 민간 부문만 위험한 게 아니라 정부도 위험하다는 점일 것이다. 대부분 국가의 GDP 대비 공공부채 비율도 이미 사상 최고 수준이다. 기업도 정부도 빚더미 위에 올라 앉아있다. 위기가 닥쳐도 정부가 쓸 수 있는 돈이 없다는 의미다.

방법은 사실 별로 없다. 부채를 줄여나가려면 금리를 조금씩이라도 올리고 돈줄도 조여야 하겠지만 여전히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금리에 손을 댈 수는 없다. 방법은 없고 위험은 걱정스러운데 또 새해를 맞는다.

김상철 한국경제언론인포럼 회장(MBC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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