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경제협력이 지난해부터 산업계를 관통하는 주요 키워드가 되면서 전기 분야의 중요성이 크게 높아지는 모양새다. 과거 개성공단에서 겪어봤듯 경제협력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 전기의 안정적인 공급이기 때문이다.

현재 북한의 전력상황은 낙후된 인프라 탓에 절대적인 에너지 부족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남북 간 경협이 시작되면 가장 먼저 전기산업계의 먹거리가 크게 증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국내 산업화를 전기 인프라가 이끌었듯, 전기공사업계의 역할이 한층 증대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전기협력이 본격화된다면 지속적인 먹거리 확보를 통해 전기공사업계의 새로운 도약의 시대도 기대할 수 있다. 이와 관련 한국전기공사협회(회장 류재선)는 남북전기협력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남북전기협력을 위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최근 북미 간 대화가 진전을 보이지 못하며 북한에 대한 UN과 미국의 제재가 오히려 강화되는 모양새다. 그러다보니 남북경협에 대한 국내 산업계의 기대는 다소 주춤하고 있으며 새로운 돌파구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남북 간 경협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도 국내 북한 전문가들은 가까운 시일 내에 다시금 교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 정부의 경제정책을 견인하는 원동력이 사실상 남북경협이기 때문이다.

점점 어려워지는 국내 경기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 중 하나로 지목되는 게 북한이라는 새로운 파트너를 만드는 것이다. 단순히 지원을 하는 개념에서 벗어나 내수를 확대할 시장을 개척한다는 점에서 경협이 이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현재 어려운 분위기 속에 낙담하지 않고 남북 간 전기협력 대책을 지속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것.

이에 본지는 남북경협과 전기협력에 앞서 전기공사업계가 반드시 체크해야 할 이슈에 대해 알아봤다.

◆하이테크 요구하는 북한, 최신 기술력 필요=일부 북한 관련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현재 국내 산업계가 북한 시장에 대해 잘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이는 전기산업계에도 적용되는 이야기다.

단순히 전력 인프라를 도입하면 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북한 전문가들에 따르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019년 신년사를 살폈을 때 “조국의 부강과 인민의 행복을 위한 거창한 대건설사업들을 통 크게 벌려야 한다”, “우리 시대를 대표할 대상건설들을 최상의 수준에서 완공해야 한다” 등의 문구가 눈에 띈다.

북한을 과학기술 중심의 문명강국으로 새롭게 도약시키는 것이 김 위원장의 목표가 되고 있다.

이와 관련 단순한 적정기술을 도입하는 것보다 보다 진보된 기술을 북한 측에서 요구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하고 있다.

전기산업계에서도 스마트그리드, HVDC 등 선진기술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게 업계 한 관계자의 설명이다.

특히 기술력을 갖추지 않은 업체는 사실상 북한 시장 진출이 어려울 것으로 업계는 관측하고 있다.

검증된 기술자를 보유해야 하고 전기 분야의 선진기술을 보유하고 경험을 가진 업체와 인력에게 기회가 돌아갈 수 있다는 것.

이 같은 조건들을 미리 파악해야만 북한 전기협력이라는 기회를 붙잡을 수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특히 북한을 전력신기술의 테스트베드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스마트그리드와 HVDC 등 해외에서도 관심을 갖고 있는 기술들을 수출하기 위한 실적을 쌓을 수 있는 무대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북한을 대상으로 해외시장까지 영역을 넓힐 수 있는 레퍼런스를 마련할 계기가 될 수 있다.

◆대기업 위주 진출 가능성 고려해야=북한과의 전기협력이 본격화될 경우 고려해야 할 다양한 시나리오가 제기되고 있다. 우선 한국 뿐 아니라 중국 등 여러 국가들이 북한시장으로의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는 것이다. 남북관계를 단순히 한민족의 개념에서 볼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이 같은 이유로 해외기업들과 비교해 전기공사 분야에서의 경쟁력을 갖추는 게 선결돼야 한다.

또 하나의 문제는 이 같은 시장이 전문 전기공사업계에게까지 기회를 제공 하느냐는 문제다.

사실상 북한 시장으로의 진출은 해외시장으로의 진출과 결을 함께 하는 일이기 때문에 전기공사업계가 단독으로 투입될 수 있는 무기를 확보해야 할 것으로 북한 전문가들은 관측하고 있다.

대기업 위주의 시장진출이 이뤄진다면 전문 전기공사업계는 단순한 하청업체 수준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게 업계 한 관계자의 설명이다. 남북전기협력과 관련한 전기공사업계의 역할을 분명히 하고 중소기업의 몫을 확고하게 다져야 한다는 것이다.

◆UN 대북제재 아래 대책 모색해야=업계에 따르면 현재 남북경협의 가장 큰 걸림돌로 제시되는 것이 UN의 대북제재다.

현재 강력한 대북제재 아래 북한에 대한 지원길이 대부분 막혀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를 어떻게 해소하느냐가 가장 큰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UN 대북제재가 해소된다 하더라도 더 큰 장벽이 남아 있다. 그게 바로 미국의 대북제재”라며 “현재 한국에서 UN과 미국의 의견을 무시하고 지원대책을 마련하는 일은 쉽지 않다”고 전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한 대책 중 하나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미국 뉴욕에서 열린 UN 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비무장지대(DMZ)를 국제평화지대로 조성하자”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최근 남북 간 철도·도로 협력 프로젝트를 제재 대상에서 면제하고 6자 회담 재개 등을 포함한 대북 제재 완화 결의안 초안을 안보리에 제출한 바 있다.

이 같은 방안이 구체적인 실행력을 갖게 될 경우 DMZ 등은 제3국지대로 전 세계의 투자를 유치하는 지역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다양한 시나리오를 사전에 예측하고 전기공사업계의 대응책과 남북전기협력 속에서의 역할을 모색하는 준비과정이 필요하다고 업계 전문가는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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