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강~도라산 전철화 사업, 남북철도 시발점으로 준비 ‘착착’

최근 북・미 간 대화가 정체기를 보이며, 금세라도 추진될 듯했던 남북경제협력이 주춤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정부는 여전히 남북경협의 전초가 될 남북철도에 남다른 기대를 걸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열린 한‧스웨덴 비즈니스 서밋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한반도의 평화는 대륙‧해양의 네트워크 연결로 이어지고, 남북의 도로·철도가 연결되면 유라시아 대륙을 거쳐 스칸디나비아까지 육로가 열릴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남북의 육로가 연결된다면 경제영토가 크게 확장돼 남북 모두 새로운 경제성장 동력을 얻을 수 있다는 문 대통령의 평화경제 구상이 담긴 발언으로 풀이된다. 남북철도 연결을 통해 유라시아 대륙까지 뻗어나가는 노선을 건설함으로써 경제영토를 확장하겠다는 복안이라는 것.

특히 문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최근 중국·러시아가 ‘남북 간 철도·도로 협력 프로젝트’를 대북 제재 대상에서 면제하는 내용을 담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초안을 제출한 상황이어서 더욱 눈길을 끈다.

북・미 간 대화가 교착상태에 머무르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도 남북철도에 기대감을 걸어볼 만한 이유다.

이 같은 상황 속에 남북철도의 시발점 역할을 할 경의선 문산~임진강 간 복선전철 전철화 사업이 지난해 12월 전기가압을 시작하며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지난해 4‧27 판문점 선언 이후 남북경협에 대한 기대감이 한층 높아지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남북경협을 위한 기반으로 전기와 도로, 철도 등 인프라 구축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각계 전문가들은 저마다의 산업계 대응방안 마련에 힘쓰는 모양새다.

경의선 문산~임진강 구간은 이 같은 대응방안의 일환이다. 기존 비전철 구간으로 운행했던 문산~임진강 구간의 전철화는 용산과 신의주를 연결하기 위한 노선으로 역할을 하게 된다.

이 같은 계획은 임진강~도라산 간 3.7km 구간의 전철화를 마지막으로 완성될 예정이다. 현재 해당 구간의 설계는 마무리된 상태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은 최근 임진강~도라산 구간의 전철화 사업을 위한 종합진단에 나섰다.

전철전력을 비롯해 건축, 통신 등 임진강~도라산 구간 사업 관계자들이 합동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본지는 남북철도의 단초가 될 임진강~도라산 전철화 조사 현장에 동행, 남북철도 시발점의 준비상황을 살폈다.

문산~임진강 구간의 전철화 공사를 추진한 현장사무소가 위치한 임진강역 인근에는 6‧25 전쟁의 아픔을 기록한 경의선 장단역이 자리잡고 있다. 지금은 관광지로 활용되고 있는 이곳에는 ‘철마는 달리고 싶다’는 문구가 적힌 증기기관차 등 다양한 볼거리들이 가득하다.

현장 곳곳에 분단의 아픔을 되새겨주는 흔적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현장사무소에는 철도공단 전철처를 비롯해 분야별 관계자 16명이 현장조사 준비에 한창이다.

전철전력 분야 점검을 위해 본사에서 직접 임진강역을 찾은 오재훈 철도공단 부장과 함께 현장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오늘 약 2km 정도를 걸을 거에요. 전철화 사업이 진행된 노선과 함께 마지막 목적지인 도라산역 현장에서 기존 설계 대비 보강해야 할 부분을 눈으로 확인하기 위한 작업입니다.”

도라산역으로 가려면 민간인통제선을 지나야 한다. 군인들의 통제를 받아 동행한 사람들 모두가 신분증을 제시해야 한다. 곳곳에 깔려 있는 바리케이트가 이곳이 군사구역임을 실감하게 한다.

민통선을 지나니 커다란 다리가 눈에 띈다. 정주영 현대 전 회장이 소 200마리를 끌고 북한으로 향했다는 통일대교다.

통일대교를 건너 깊숙이 들어가 한적한 곳에 위치한 철도 선로 앞에서 차를 세운다.

“여기서부터 도라산역까지 걸어 들어갑니다.”

전기와 통신 분야 담당자들은 이곳에서부터 걸어 들어가며 현장조사를 실시한다는 게 오 부장의 설명이다.

자갈이 가득 깔린 노선을 따라 궤도를 밟으며 걸어 나간다.

저마다 손에 설계도를 하나씩 들고 하나하나 꼼꼼히 확인하는 모습이다.

공단 관계자 몇 명이 한데 뭉쳐 의견을 나누는 모습이 보인다. 당초 설계에 없었던 안전펜스들이 철길 주위에 설치된 까닭이다.

안전펜스가 미리 설치돼있으면 더 좋은 일인데, 심각하게 의견을 나누는 모습이 이해가 되지 않아 오 부장에게 물었다.

“철로를 따라 일정 거리 내의 설비에는 접지를 반드시 해야 하거든요. 1차 설계에 반영되지 않은 안전펜스가 있다 보니 접지 작업을 어떻게 해야 할지 논의하는 겁니다. 이것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설계를 해놓았더라도 현장에 나오면 상황이 다른 게 눈에 많이 띄어요. 이곳은 제법 현장상황이 좋은 편이긴 하지만 그래도 확인해야 할 내용들이 곳곳에 있어요.”

오 부장이 철로를 따라 있는 커다란 나무들을 손으로 가리킨다.

“저 나무를 보면 지금은 전철화가 안 돼 있다 보니 선로 방향을 조금 침범해도 문제가 없지만 이제 전철화가 된다면 전주와 전차선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겁니다. 저런 것들은 설계도에 반영하는 내용이 아니거든요. 우리가 직접 눈으로 확인해야 할 부분이죠. 전철주를 세울 위치나 설비를 방해하는 지장물이 있는지 여러 제반사항을 확인해야 해요.”

선로를 따라 걷다 보니 길이 막혀 있다. 선로 끝에 차가 마중 나와 있다. 여기서부터는 다시 차를 타고 도라산역으로 이동해야 한다.

도라산역에 도착하니 커다란 역사가 보인다. 이곳이 앞으로 남북을 연결하는 관문이 된다는 게 오 부장의 설명이다. 도라산역사 위에 ‘경의선철도남북출입사무소’라는 간판이 눈에 띈다.

철도공단 직원들이 곳곳으로 흩어져 다시 설비 점검에 나선다. 일부는 전기실을, 일부는 역사 내부 조명설비 등을 살핀다.

오 부장은 선로 쪽으로 나가 도라산역을 지키는 역장을 만나 대화를 나눈다. 실질적으로 역 상황을 가장 많이 파악하고 있는 사람이다보니 실질적인 설비 개선대책을 들을 수 있어서다.

철길을 따라 세워진 이정표에는 평양으로 이어지는 길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여기가 서울까지 50km, 평양까지 200km 거리에요. 당장은 언제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될지 알 수 없는 거지만 언제라도 상황이 좋아지면 당장 공사를 시작할 수 있게끔 준비해두는 게 이번 점검의 목표죠. 이곳이 앞으로 북한으로 가고자 하는 사람들이 찾아야 하는 곳이잖아요. 더욱 품질을 높이기 위해 발품을 많이 팔아야 해요. 그래야만 사람들에게 더 나은 철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것 아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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