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 2층 균형추 밟고 승강기 설치작업하다 추락
현대엘리베이터 지난 5년간 11명 사망사고 최다

지난해 12월 21일 경기 포천시 소재 리조트에서 현대엘리베이터 협력업체 직원 A씨(59)가 승강기 설치작업 중 추락해 사망했다. 사진은 당시 사고현장.
지난해 12월 21일 경기 포천시 소재 리조트에서 현대엘리베이터 협력업체 직원 A씨(59)가 승강기 설치작업 중 추락해 사망했다. 사진은 당시 사고현장.

승강기 추락사고가 또다시 발생했다.

이번에는 현대엘리베이터다. 이번 사고를 포함해 올해만 8명이 건설현장에서 승강기를 설치하다 숨졌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이 고용노동부·승강기안전공단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현대엘리베이터 협력업체인 정밀승강기 직원 A씨(59)는 지난해 12월 21일 오후 1시 35분쯤 경기 포천시 산정호수 인근에 있는 한화호텔앤드리조트에서 승강기 설치작업 중 추락해 사망했다.

이날 A씨는 동료와 2인1조로 기존 승객용 승강기가 철거된 6층 건물 승강로에서 새롭게 제품을 설치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당시 승강로에서 균형추를 밟고 카 외부판넬을 조립하다 지상 2층에서 지하 2층(높이 15m)으로 추락해 사망했다.

A씨는 사고 당시 안전모와 안전대를 착용하지 않았고, 작업발판과 안전대 걸이설비도 설치하지 않고 작업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 한 전문가는 “일반적인 카 판넬조립 작업은 카를 가장 아래층에 놓고 사다리 등을 이용하지만 당시 사고현장에선 작업자가 카를 중간층에 놓고 균형추를 발판으로 삼아 카 외부판넬을 조립한 것으로 보인다”며 “안전장치만 제대로 착용했어도 일어나지 않았을 인명사고”고 말했다.

고용부는 2차사고 예방을 위해 해당 공사 작업중지 명령을 내렸다. 고용부 관계자는 “사고발생 원인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를 철저히 조사해 법위반 사항이 확인될 경우 엄정 사법처리하겠다”며 “중대 재해 발생 사업장에 대한 정기감독도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고까지 포함해 지난 10월부터 한 달 꼴로 잇따라 승강기 사망사고가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 10월 12일에는 경기도 평택에서 40대 하청업체 직원이 추락해 숨졌고, 지난해 11월 15일에는 전남 목포의 한 아파트에서 고장 난 승강기를 수리하던 30대 근로자가 작업 도중 승강기에 깔려 사망했다. 같은 달 18일에는 경기 고양시의 한 아파트에서 역시 정비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승강기와 승강로 사이에 끼여 사망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9년 12월까지 최근 5년간 승강기현장에서 사망한 사람은 총 38명이다. 이 중에서 현대엘리베이터 현장에서 숨진 사람이 11명으로 가장 많았다. 2015년부터 매년 승강기 사망자를 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10년 넘게 국내 시장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하청업체의 안전관리에는 소홀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3위인 오티스엘리베이터가 5년간 단 한 건의 사망사고도 없었던 것과 대조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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