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기사의 특정사실과 관련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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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중전기기 분야 대기업들(빅4)은 전력기자재 시장 침체로 고전했다. 내수와 수출 모두 어려운 시기를 보내며 시장의 기대치를 이어가지 못했다는 평가가 대체적이었다.

특히 현대일렉트릭은 2017년 현대중공업으로부터 인적 분할된 후 2년 만에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미국발 반덤핑 규제와 대내외 업황 악화로 적자경영의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해 연간 1006억원 영업손실로 적자전환한데 이어 올해는 3분기까지 1166억원의 누적 손실을 기록했다. 이 때문에 재무구조가 악화됐고, 유상증자와 자산매각, 인력감축 등 고강도 구조조정을 시행하며 체질개선에 나섰다.

효성중공업은 지난해 효성에서 분리된 후 중공업 부문의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반면 건설 부문이 반등하며 전체 실적을 견인하는 모양새다. 중공업 부문은 올 3분기 기준 52억원의 누적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 발생에 따른 신규시장 감소로 국내 전력시장 약세가 지속됐고, 고압 중전기시장의 경기악화가 맞물리면서 실적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반면 건설부문은 3분기 누적 영업이익 1218억원을 달성하며 효성중공업의 흑자전환을 이끌었다.

LS산전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 유일하게 시장의 기대치에 부합하는 모습을 보였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 125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7.7% 감소했지만 침체된 전력시장에서 선방했다는 평가다. 전력기기 해외매출이 증가했고, ESS와 태양광발전 분야에서 수익성이 커졌다. LS산전은 올해 6월 전남 영암에 설비용량 93MW급 ESS 연계 태양광 발전 프로젝트(1848억원)를 따내는 등 경쟁사보다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앞서가는 형국이다.

일진전기는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 113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동기 영업손실(26억원)에서 벗어나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전선 부문이 흑자를 견인했고, 전력시스템 부문도 수익이 증가했다. 초고압케이블과 변압기 등 독자적인 기술을 내세워 해외수출을 늘린 덕분이라는 평가다.

배전반 업계는 전기산업계 여타 제조업과 마찬가지로 물량 감소와 경쟁 심화 등 위기 속에서 사업다각화와 새로운 아이템 발굴에 매진한 한 해 였다.

배전반을 주축으로 한 제조업계는 연초부터 전기조합 이사장 선거로 후끈 달아올랐다. 전기조합 회원사의 70~80%가 배전반 또는 연관기업들이기 때문에 조합 이사장 선거는 항상 배전반 업계의 표심이 당락을 좌우하곤 했다.

선거를 통해 곽기영 이사장의 연임이 확정되면서 ‘배전반 내구연한 법제화’도 자연스럽게 수면 위로 떠올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삼화 의원은 3월, 노후화된 배전반 설비가 대형화재의 직접적 원인이 되고 있지만, 사용연한 등 안전 관련 규제가 부재하다며 최근 ‘전기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내구연한 법제화를 최초 제기했던 전기조합은 배전반 권장사용기간을 법안에 언급된 30년이 아니라 20년으로 줄여야 한다는 입장을 강하게 펴고 있다. 내년에도 내구연한 이슈는 배전반 업계의 주요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하반기에는 관수 시장 유력기업들이 대거 포함된 가스공사 배전반 입찰 담합 의혹과 관련,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가 임박했다는 분위기가 감지되며 업계를 바짝 긴장시켰다.

공정위는 2013년 4월부터 2015년 7월까지 가스공사가 발주한 15건의 배전반 구매입찰에서 18개 기업이 입찰별로 낙찰예정자와 형식적 입찰참여자, 투찰가격 수준 등을 합의하고 이를 실행했다고 보고 있다.

18개 기업에 대한 제재는 내년 초 결정될 전망이라 후폭풍이 거셀 전망이다.

또 3월에 개정된 중소벤처기업부 고시(제2019-25호)에 따라 앞으로 수출우수기업이 주요 관수 입찰에서 유리한 고지에 설 것으로 보여, 배전반 업계는 수출 실적 확보가 큰 숙제로 남은 한 해 였다.

다만 올해 최대 규모 배전반 입찰이던 9월 도로공사 터널용 배전반 입찰에선 수출 가점 기업이 전무한 탓에 과거 경쟁입찰과 유사한 방식으로 낙찰자가 정해졌다.

중소 변압기 제조업계는 올해 유례없는 일감 부족으로 고달픈 한 해를 보냈다.

한국전력 배전용 변압기(고효율주상·콤팩트형) 발주 물량과 공인검수시험 면제 생산실적 등을 감안하면 최근 3년간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일감이 사라지면서 일부 업체들은 휴업 신고나 고용보험 신청 등을 검토하는 등 개점 휴업 상태에 놓이기도 했다.

하반기와 내년 일감을 좌우할 한국전력 배전용 변압기 단가입찰에선 전기조합과 변압기조합 컨소시엄이 나란히 대부분의 물량을 수주하며 저력을 발휘했다.

유일하게 단독 응찰에 나선 금강변압기도 낙찰에 성공,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기업들은 전반적인 수요 부진을 탈출하기 위해 해외 시장에 문을 두르리거나 새로운 아이템 추가에 역량을 쏟았다.

유입변압기로 유명한 동아전기㈜(대표 신상균)는 몰드변압기 양산체제를 갖추고 본격적인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동아전기는 1000kVA 기준 연간 500대 수준의 몰드변압기 생산 능력을 보유했다.

엘파워텍(대표 최성규)은 LA전력청이 발주한 25억원 규모의 대용량 전력용 유입 변압기 납품 계약을 체결하며 북미 시장 진출을 알렸다.

개폐기 분야는 올해 침체된 전력기기 시장의 늪에 빠지며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최대 수요기관인 한전이 지속적인 영업적자에 따른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면서 비용절감을 이유로 개폐기 구매량을 줄였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한전의 개폐기 구매량은 전년 대비 전체적으로 30~40% 가량 줄었다는 분석이다. 지난 4월 입찰에선 배전용 에코개폐기와 컷 오브 스위치(COS; Cut of Switch) 구매물량이 지난해보다 40% 가량 줄면서 관련 업계의 먹거리 확보에 빨간불이 켜졌다. 업계는 올해 배전기자재 예산이 줄어들어 개폐기의 입찰규모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은 했지만, 실제 물량이 기대치를 훨씬 밑돌자 허리띠를 졸라매며 긴축경영에 들어갔다.

더욱이 국정감사를 통해 한전이 개폐기 26개 품목에서 3000대가 넘는 재고를 쌓아놓고 있는 사실이 드러나는 등 수요량 예측에 실패한 한전의 책임론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재고를 소진해야 하는 한전으로서는 올해 구매량을 줄여야 했고, 이에 따른 부담은 고스란히 업체들에게 돌아갔다.

한전물량이 줄어들면서 업체들 간 경쟁도 치열해졌다. 특히 다른 품목과 달리 개폐기 분야는 사업조합 컨소시엄이 유지되면서 신규업체가 지속적으로 유입됐다. 결국 지난 5월 폴리머피뢰기 입찰에서 처음으로 조합체제가 붕괴됐고, 개별경쟁으로 인해 낙찰가는 전년 대비 반토막이 났다.

한전이 개폐기 구매량을 줄이는 가운데 신규업체가 증가하면서 업체들의 수주량은 점점 줄어들었다. 돌파구 마련을 위해 일부는 다른 품목으로 사업을 다각화하기 시작했다. 이는 결국 전체 전력기자재 시장의 수익성악화로 이어졌다. 일부는 해외시장 문을 두드렸다. 그 결과 인텍전기전자와 서창전기통신은 각각 3천만불과 5백만불 수출탑을 거머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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