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이 저물어간다. 아직은 부르기도 낯선 2020년도 불과 며칠 뒤다.

위기가 아닌 적이 없었지만, 전기산업계는 올 해도 그리 순탄하지 않았다.

미-중 무역 분쟁과 브렉시트, 한-일 무역갈등에 따른 국제 질서의 불확실성, 이에 따른 경기 위축, 국제유가 하락과 중국의 경착륙 가능성, 경제권역별 블록화 심화 등 외부 변수는 거대한 벽처럼 산업계를 위축시켰다.

든든한 버팀목이던 전기산업 수출도 2년 만에 곤두박질 쳤다.

지난해 전년보다 7% 증가했던 수출은 2017년(-7.2%)에 이어 2년 만에 마이너스가 기정사실화 되는 분위기다.

특히 주력 품목인 변압기와 케이블의 수출 감소가 두드러졌고 중국과 중동 지역의 수주 악화가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내수 시장도 녹록지 않았다. 대부분 기업들이 실적 악화를 받아들이고 시장은 갈수록 더욱 강력한 체질개선과 수출 기업화를 요구하고 있다.

그래도 주저앉을 순 없다. 우리나라 전기산업의 세계시장 경쟁력은 글로벌 선두권으로 평가받고 있다. 반도체나 자동차 등 주력산업도 전기산업의 조력이 없었다면 쉽지 않았을 일이다. 전기산업의 저력과 잠재력은 여전히 유효하다.

○…개인적으로도 1년 중 시간 앞에서 가장 초라해지는 때는 단연 연말인 것 같다. 한 해를 시작하며 나름 거대하게 품었던 소망이나 목표의 정산서가 원치 않는 카드명세서처럼 날아드는 시점이다. 기대와 다른 허탈한 성적표를 받아들던 학창 시절 마냥 씁쓸한 헛웃음을 짓게 된다.

때론 지친 숨을 내쉬며 달렸고, 허투루 보내지 않은 것 같은데도 어딘가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다.

그래서 연말은 왠지 모르게 쓸쓸하고 허전하다. 그렇지만 너무 우울하거나 슬퍼할 필요는 없다. 거대하든 소박하든 꿈을 이루지 못했다고, 내 뜻대로 되지 않았다고 이걸로 끝이거나 죽는 것도 아니다.

차분하고 침착하게 1년이란 시간을 되돌아보는 성찰의 시간 속에 스스로에 대한 대견함과 응원이 함께 해도 크게 문제될 건 없다.

우리는 각자의 위치에서 치열하게 1년을 보냈다. 이 정도면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마땅히 박수치고 박수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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