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주 플랫컴 대표이사
권오주 플랫컴 대표이사

영어에 ‘2020 hindsight’라는 말이 있다. 시력이 좌우2.0으로 좋지만, 지난 일을 뒤돌아 보고 뒤늦게 깨달음이라는 뜻으로, 우리 말로는 ‘소잃고 외양간 고치기’에 해당한다.

커뮤니케이션 측면에서 2019년 한 해를 뒤돌아보고, 2020년 새해를 맞기 위해 고쳐할 것은 무엇일까.

우리나라는 보통 외국인들의 시각으로는 동질성이 강한(homogeneous) 사회이다.

지정학적으로 단일 시간대(one time zone)에, 문화인류적으로 단일 인종(one race), 단일 언어(one language), 단일 문화(one culture)라는 특징을 갖고 있는 사회로 비춰진 거 같다.

다문화 가정의 비중이 늘고 있고, 외국인 체류자 숫자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다인종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한국 사회의 여러 현상을 보면 이런 동질성이 여전히 대세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우리 사회는 유유상종, 끼리끼리 문화가 강하고, 언론 보도도 정파적 성향이 강하다. 이런 사회 현상을 설명하는 용어가 에코체임버효과(반향실에서 자기 목소리를 듣는 것)와 확증편향(믿고 있는 바를 더욱 강화하는 성향)이다.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는 신념으로 확성기를 동원해 목소리만 키운다. 내가 하고 싶은 얘기하고, 우리 편이 듣고 싶은 내용만 얘기한다. 상대편 입장에선 우격다짐이다. 설득과 공감은 ‘나의 사전’에 없다. 거리는 소음으로 가득차 불협화음만 들린다. 울림과 감동 대신 짜증만 층폭되고, 주거니 받고 밀어주고 끌어주는 오케스트라의 화음은 만들어내지 못한다.

이로 인해 사회갈등만 증폭되고, 지불해야하는 사회적 비용만 증가하는 것은 아닌가 되짚어 봤으면 한다.

무엇이 문제일까. 진단과 처방은 어떻게 내려야 할까.

여러 요인 중에 커뮤니케이션 플랫폼, 미디어 플랫폼의 문제를 짚어보자. 플랫폼은 메시지와 스토리의 경연장이다. 또 메시지와 스토리를 팔고사는 시장이다. 문제는 쌍방성과 상호성, 그리고 다양성과 균형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커뮤니케이션의 장(場)인 미디어(언론)은 어떤가. 공론의 장으로서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 커뮤니케이션의 장이 제 기능을 발휘돼야 한다. 플랫폼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도 한 번 돌아봤으면 한다. 생각이 바뀌어야 행동이 바뀐다.

다양성과 포용(diversity and inclusion)이라는 가치는 존재하는가. 공존공영은 60년 국민헌장에도 있었으나 구호에 그쳤다. 이제는 실천할 때다. 공존공영의 실천을 위한 첫걸음은 열린 소통이다. 오케스트라의 화음은 상대 연주자의 악기를 소리를 들으면서 나의 악기를 연주하는 데 온다.

가치라는 당위 뿐 아니다. 생존이라는 실존의 문제이기도 하다. 4차산업 혁명시대의 생존키워드는 공유와 연결이다. 공유와 연결이 가능하려면, 다양성이 존재해야 하고, 이를 포용할 능력이 있어야 한다. 2020년 사자성어로 공명지조(共命之鳥), 이청득심(以聽得心) 등의 경구가 선정됐다는 것은 이러한 자성과 반성에 나온 거 같아 그나마 다행이다.

경연장에는 공정성이 지켜져야 경연이 유지되고, 시장에는 다양한 제품이 있어야 더 많은 손님의 발길을 끌 수 있다.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어내는 쪽이 성공할 것이라는 2020 예지력(2020 Foresight)은 못되더라도, 적어도 2020년엔 소잃고 외양간도 고치지 못하는 우를 범하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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