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세혈관 이미지
모세혈관 이미지

인간은 혈액 순환으로 신진대사를 끊임없이 수행하며 건강을 유지한다. 혈액 순환이 막히면 당장 불편함은 물론 종국에는 생명의 위험까지 몰릴 수 있다.

우리 생활도 마찬가지다. 만일 도시에 거주한다면 공기처럼 자연스러운 수도, 가스, 전기 등은 사실 혈관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수도관, 가스관, 전깃줄 등은 심장에 해당하는 공급처를 출발해 모세혈관의 역할로 전국 방방곡곡에 자원을 공급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혈관이 도달하지 않는 곳은 필연적으로 괴사할 수밖에 없다. 즉 수도관, 가스관, 전깃줄 등이 쉽게 오지 못하는 곳은 생활 터전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기 어렵다고 볼 수 있다.

가스의 경우 최근 제주특별자치도조차 액화천연가스(LNG) 공급을 받는 데 난항을 겪었다. 지금도 제주도 곳곳의 건물은 ‘가스통’이라고 불리는 액화석유가스(LPG) 용기가 설치된 곳이 많은 편이다.

그러나 이제 가스도 대한민국 곳곳에 수월하게 스며들고 있다. 마치 모세혈관이 스스로 확장해 세포 하나하나에 에너지를 불어넣듯 가스가 도서(島嶼)와 산간(山間) 지방까지 파고들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애월읍에서 가동을 시작한 LNG 터미널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애월읍에서 가동을 시작한 LNG 터미널

◆ 제주 發 LNG 화룡점정(畵龍點睛)…천연가스 전국시대(全國時代) 개막

기해년 막바지에 제주도가 천연가스 시대를 맞이했다. 지난 11월 28일 제주 액화천연가스 생산기지(이하 제주 생산기지)에서 ‘제주도 천연가스 생산기지 건설사업 준공식’을 열면서 LNG 시대를 선포했다.

제주 생산기지의 준공은 대한민국 전역에 비로소 천연가스를 공급할 수 있게 됐다는 의의를 지닌다.

이는 국내 천연가스 도입 33년 만에 이룬 쾌거다. 지난 1986년 인도네시아산 LNG 도입 및 발전용 천연가스 공급을 시작한 후 1987년 수도권 도시가스용 공급을 개시했다.

지난 2007년 애월항이 천연가스 저장 탱크 입지로 선정되면서 시작된 제주 생산기지 건설사업은 총사업비 5428억 원을 투입해 10년 만에 완공됐다. 4만5000㎘급 천연가스 저장 탱크 2기와 80.1㎞의 주(主) 배관망으로 구성됐다.

산업부는 제주 생산기지 준공으로 제주지역의 안정적 전력공급, 제주도민의 에너지 복지향상, 지역경제 활성화 등을 기대하고 있다.

제주도에 천연가스를 공급하면서 이미 가동 중인 한림복합발전을 포함 총 3기의 LNG 발전소가 가동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제주 자체의 전력공급 능력이 늘어나 도내 전력자립도 향상 및 전력공급 안정성 확대에 일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림복합발전은 유류발전소를 LNG 발전소로 전환한 시설이다. 105㎿ 규모로 지난 10월 완공됐다. 제주 LNG 복합발전은 12월 240㎿로 신설한다. 또 남제주 LNG 복합발전은 내년 6월 완공을 목표로 160㎿로 건설 중이다.

남제주복합발전이 신설되면 공급량 기준으로 제주 총 발전의 34%를 담당할 예정이다.

내년 3월 도시가스 배관 공사가 완료되면 제주도 내 약 3만 세대에 등유 및 LPG보다 저렴하고 편리한 가정용 천연가스가 공급된다. 필연적으로 에너지 소비비용 절감에 따른 제주도민의 에너지 복지 증대가 기대된다는 전언이다.

이와 함께 천연가스 생산기지와 발전소 운영은 제주지역의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일조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LNG 냉열사업, 벙커링 등 천연가스 연계사업 창출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보완할 점도 있다. 모세혈관 역할을 할 가스관을 완전히 구축하기에는 시간이 소요되고 일부 지역에서는 ‘남 좋은 일’만 하는 모양새가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에는 최근 LNG(액화천연가스) 수송관 설치를 반대하는 플래카드가 곳곳에 걸려 있다. 폭발할 우려가 존재하면서도 정작 LNG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주민의 일방적인 희생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플래카드를 통해 피력하고 있다.

강태종 감산리 이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남부발전에서 가는데 마을 중심을 지난다고 해서 위험물이라서 주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면서 “인구가 거의 없는 다른 지역으로 얼마든지 설치할 수 있는데 감산리를 지나겠다고 하니까 우리는 부득이하게 마을 통과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 도지사는 준공식에서 “생산기지 건립으로 제주도는 총발전량 가운데 34%를 LNG가 차지하게 돼 명실상부한 청정에너지 지역으로 거듭나게 된다”면서도 “완전한 LNG 공급을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원 지사는 “고도화된 기술을 필요로 하는 LNG 공급은 이제 각 가정에 배관을 통해 공급을 시작해야 하는 단계”라면서 “도민의 약 30% 정도만 우선 LNG의 혜택을 받게 되겠지만 꾸준히 노력해 조속한 시일 안에 100% 공급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도심에 설치된 도시가스 수송관
도심에 설치된 도시가스 수송관

◆ 물 건너 산 넘어 가스 향기 가득한 도서(島嶼)·산간(山間)

이른바 ‘시골’이 도시가스 혜택을 받기 어려운 이유는 분명하다. 인구가 적기 때문에 파이프를 연결하기에는 경제성이 낮다. 도시가스 사업도 영리적인 측면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도서(島嶼) 지역에 도시가스가 없다는 점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섬 지역의 경우 LNG 인수시설을 갖추기 어렵다는 점으로 인해 LPG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LPG 저장시설조차 없는 소규모 지역은 가스의 혜택을 받는 데 있어 상당한 애로를 겪어야 했다. 가스통을 배달해 난방으로 사용해야 했다.

가스통은 상당히 위험한 물체다. 또 무겁다. 군 단위 지역 거주민이 대부분 노년층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가스통을 난방시설과 연결하는 것은 감히 엄두가 나지 않는다. 가스통을 다 사용하면 다른 가스통을 설치할 때까지 꼼짝없이 추운 공기 안에서 떨어야 하는 상황을 맞이해야 했다.

에너지 복지 차원에서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LPG배관망사업단이 움직이고 있다.

한국LPG배관망사업단의 구체적인 업무는 도시가스 소외 지역에 저장 탱크를 설치해 안정적인 공급을 도모하는 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한국LPG배관망사업단의 사업은 크게 ‘군 단위’와 ‘마을 단위’로 나뉜다. 군 단위 사업의 경우 시기별로 1·2·3차로 분류했다. 1차는 강원도 화천군, 경상북도 청송군, 전라북도 장수군 등을 대상으로 2018년 완료했다. 2차는 강원도 양구군·인제군, 경상북도 영양군 등을 대상으로 올해 완료할 예정이다.

3차 사업은 주로 도서(島嶼) 지역을 대상으로 한다. 전라남도 진도군·신안군·완도군, 경상북도 울릉군, 인천광역시 옹진군, 경상남도 남해군, 강원도 철원군에 도시가스 저장시설을 설치한다.

마을 단위 사업은 인구가 적은 대신 면적이 넓은 군 지역을 마을까지 챙기겠다는 목적이다. 즉 인구가 밀집되지 않고 흩어진 지역에 대해서도 도시가스의 혜택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경제성도 잊지 않는다는 전언이다. 에너지 유통구조 축소를 통해 기존 연료비와 비교해 30~50% 저렴하다는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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