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강기 설치도급비 협상시즌이 돌아왔다.

매년 승강기 설치공사업체들은 대기업들과 다음연도 설치비협상을 한다. 현대와 티센크루프, 오티스, 미씨비시 엘리베이터 등 소위 ‘빅4’ 회사들은 승강기설치의 대부분을 협력사에 맡긴다.

하지만 지난해 설치비가 10% 가량 줄어든데 이어 올해 역시 대기업들이 설치비 삭감을 요구하고 나서 설치공사업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대기업들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건설경기의 침체가 계속될 것으로 보여 설치비용 삭감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설치공사업계는 지난해 대기업의 어려움에 공감하며 도급비를 내리는데 동의했지만 그로 인한 경영상 타격이 너무 커 내년에는 더 이상 내릴 수 없다는 입장이다. 도급비 삭감은 설치작업자들의 임금하락으로 이어져 업계의 인력유출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렇게 될 경우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으로 도급비는 인상되고 그 여파는 다시 대기업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주장이다.

여기서 문제는 인력유출이 심화돼 비전문가들이 새로 유입될 경우 승강기안전이 보장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최근 들어 설치현장에서 사고가 빈번해지면서 지난 국감 때 대기업들의 안전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년에도 도급비가 삭감된다면 작업자의 안전은 최악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더욱이 이들 대기업은 최근 행정안전부로부터 승강기 유지관리의 불법하도급이 적발되기도 했다. 설치작업자의 안전은 뒷전이고 책임만 전가하려는 불공정한 계약이 만천하에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비용 줄이기에만 급급한 셈이다.

대기업들이 솔선수범해서 작업자의 안전에 비용을 투자해야 한다. 안전은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뒷받침돼야만 얻을 수 있다. 승강기업계에 제2의 김용균이 나오지 않길 바라며, 지금이라도 안전을 최우선으로 협상이 이뤄지길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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