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노형 개발을 시작해 2007년에 착공한 뒤 지난 8월 4호기가 상업 운전을 하기까지 12년이 걸린 대역사가 마침표를 찍었다. 신고리 3·4호기 준공은 우리나라 원자력건설 및 운영 경쟁력을 보여주는 역사적 결과물이다. 신고리 3·4호기는 UAE 수출 원전의 참조 원전이기도 하다.

발전용량은 140만㎾급으로 기존 100만㎾ 대비 40% 늘렸고 설계수명은 60년으로 기존 40년 대비 50% 높아졌다. 연간 208억㎾h의 전력을 생산하는데 이는 국내 발전량(5699억㎾h)의 3.7%에 해당하는 전력량이다. 부산·울산·경남 지역 전력 소비량의 약 23%에 해당한다.

신고리 3・4호기는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했다. 총사업비 7조5000억원을 투입해 연인원 420만명 이상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경제 발전의 밑거름이 됐다. 또 APR1400은 아랍에미리트에 수출한 원전의 참조 노형으로, 우리나라를 원전수출국으로 끌어올린 발전소 역할도 했다.

원자력발전 전력공급의 중요성과 함께 국가의 경쟁력을 가늠하는 척도와 같은 역할을 해왔다. 원전을 건설, 운영할 수 있는 국가는 기술 선진국으로써 대우를 받았다. 때문에 원전 준공식은 물론 기공식에도 대통령이 참석하는 경우도 있었다. 故 김대중 대통령은 1998년 울진 5・6호기 기공식에 참석해 원전건설의 의미를 부여했으며, 2012년 이명박 대통령은 신울진 원전(현 신한울) 1・2호기 기공식에 참석해 원전건설에 대한 자부심을 높였다.

역대로 원전 준공식에는 대통령이 참석해 참여자들을 격려하고, 자부심을 불어 넣어줬다. 하지만 신고리 3・4호기 준공식에는 처음으로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았다.

에너지전환 정책을 통해 원전을 서서히 줄이겠다고 발표한 정부로써는 굳이 원전 진흥의 상징과도 같은 발전소 준공식에 참석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었을 것이다. 2017년 6월 19일 문재인 대통령은 국내 최초의 원전인 고리 1호기 영구정지 기념행사에 참석해 원전 중심의 발전정책을 폐기하고, 탈핵시대로 가겠다는 정부 입장을 표명한적 있다. 때문에 이번 신고리 3・4호기 준공식에 대통령이 불참한 것은 원전 정책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확인하는 자리도 됐다. 원자력 발전은 전력공급의 안정성, 경제성 측면에서 첫 원전이 가동된 후 50년 가까이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최근 들어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에너지로 새롭게 조명을 받고 있다.

에너지전환에 가장 모범적이던 EU는 원자력을 다시보기 시작했다. 이달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5)에선 원자력이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에너지원으로서 기후변화 대응에 기여할 수 있다는 COP25 결의안(resolution)을 채택했다.

이제 60년 설계수명의 신고리 3・4호기가 준공 된 만큼 탈 원전의 시계는 60년 후로 미뤄졌다. 아니 더 미뤄질지 모른다. 때문에 원자력을 이제 정치적 이념의 잣대로 보지 말고, 현실적인 에너지로 봐야하며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해서도 안 된다. 신고리 3・4호기 준공이 갖는 의미도 컸지만 그 빈자리는 더욱 커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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