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해지는 전력공급 환경에서 세 마리 토끼 잡기

최근 들어 데이터센터, 병원과 같이 민감한 전력 부하를 다루거나, 공장이나 빌딩과 같은 중·대규모 수용가의 전력설비를 운영하는 관리자들은 과거 어느때 보다 시름이 깊다.

빈번하고 강력해진 자연재해나 예상 밖의 전력 부족으로 인해 정전 발생 확률이 높아지며 전력설비의 안정적인 운용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피크수요 감축 목표도 채워야 하는 이중, 삼중고를 겪고 있다.

지난 9월 태풍 타파는 일본에 50년 만의 기록적 폭우를 몰고 와 간사이 공항과 신칸센 120량 침수 등 천문학적인 피해를 입혔고, 지바현의 14만 가구가 정전 피해를 입기도 했다.

이와 같은 불가항력의 자연재해뿐만 아니라, 얼마 전인 11월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축구장 4000배에 달하는 면적을 태우며 1만3000 가구의 정전과 10만명이 대피한 산불피해나, 뉴욕 맨해튼에 7만여 가구와 도심을 암흑천지로 만들었던 것과 같이 인재에 기인한 대규모 피해도 잦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상황에서 전력설비 운영관리자들의 주요 현안인 정전사태나 전력부족 상황을 극복하고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 받으면서 더 나아가 피크절감까지 가능한 대안은 과연 없는 것일까.

방법은 널리 보급되어 있는 비상발전기에 무정전절환스위치(CTTS; Closed Transition Transfer Switch)를 연계해 설치하고, 수요자원 거래시장에 참여하는 것이다.

비상발전기는 소방기술기준에 따라 지하층을 제외한 7층 이상의 건물에 대해 연면적 2000㎡ 이상일 경우에 해당하는 모든 건물에 설치하도록 의무화돼 있다. 2017년 기준으로 전국에 약 8만4000여대, 2만7347MW 규모로 설치돼 있는데(2017년 국감자료 참조), 이것은 1.4GW 원자력발전소 20기에 해당하는 매우 큰 용량이다. 그래서 잘 활용할 경우 고유의 정전 대응 기능뿐만 아니라,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최적의 수요자원으로서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러한 발전원으로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수요자원 거래시장에 참여하는 방법이 있다. 발전 설비의 특성과 실부하율에 따라 경제성 DR인 피크감축 수요자원 또는 신뢰성 DR인 요금절감 수요자원으로 참여 가능하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18년 6월 기준으로, 다양한 수요자원 거래를 통해 현재까지 899GWh의 전력을 감축했다. 수요자원 시장의 용량은 초기 대비 약 2.8배 증가한 4.2GW 정도이므로, 잠재적인 27.3GW 용량의 비상발전기와 CTTS를 연계한 솔루션이 활성화 될 경우, 부족한 수요자원 확보와 유휴 발전자원을 통한 수익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

CTTS는 Transfer switch의 한 종류로, 한전과 발전기 등으로부터 공급되는 이종의 발전원을 필요에 따라 서로 바꿔서 부하에 무정전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설비다.

절체 시 정전구간이 생기는 Static Transfer Switch나 Automatic Transfer Switch 보다 많은 장점이 있다. 예를 들면, 비상발전기의 무부하 운전으로 인한 설비 수명 단축을 실부하 운전을 통해 수명 연장이 가능하고, 전원 절체시 변압기에서 발생하는 과도전류 최소화, UPS 등의 Back-up power 고장 시 중요부하에 전원 공급 등, 실로 유용한 설비임에 틀림이 없다.

2018년, 지난 100여년 간 전세계 전기제품 및 솔루션 사업을 대표해온 ABB와 GE 간 주요한 M&A가 있었다. ABB는 지난해 7월, GE의 Industrial Solution 사업부문(GEIS, 현재 ELIS)을 인수해 IEC 뿐만 아니라, ANSI, IEEE 및 UL 인증 제품까지 Full line-up 을 갖추게 됐다. 이로써 배전급을 포함한 고압 및 저압 제품에 대한 full packaged portfolio 를 갖춘 세계 유일의 회사가 됐다. 특히 ELIS의 CTTS 및 ATS 제품군과 직류차단기 솔루션은 이미 오랜 기간 전 세계 주요 전력설비 운영자들에게 깊은 신뢰를 받아오고 있다.

예측을 넘어서는 재해와 사고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이 같은 상황 속에서도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위한 설비 운영자들의 고민은 깊어가고 있다. CTTS는 이러한 사명의 무게를 덜어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설비의 수명 증가와 수요시장 참여를 통한 수익 창출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신통한 묘안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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