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환경급전, 환경비용 반영한 경제급전에 불과...이마저도 제대로 반영 못 해
제도 만들어 효과가 없다면 안 만드는 것보다 못해
시간 걸리더라도 합리적인 대책 마련해야

6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환경급전의 현황 및 발전방안’을 주제로 열린 21차 전력포럼에서 전문가들이 토론하고 있다.
6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환경급전의 현황 및 발전방안’을 주제로 열린 21차 전력포럼에서 전문가들이 토론하고 있다.

정부가 환경급전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전력시장에 도입하면서도 기존 경제급전에 제도를 덧붙이는 ‘땜질’ 처방이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6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제21차 전력포럼에서는 ‘환경급전의 현황 및 발전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이날 발표를 맡은 조영상 연세대학교 교수는 “전력시장 구성원은 이슈가 생기면 정부만 바라보고 정부는 시기별로 특정 상황에 대해 임기응변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정부가 추구하는 환경급전,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목표와 내놓는 방안들이 일치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조 교수를 비롯해 토론에 나선 전문가들은 정부의 환경급전 정책이 환경급전의 탈을 쓴 경제급전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조 교수는 “정부가 발전연료 세제를 개편했지만 연료별 발전량 비중이 크게 변하지 않았고 온실가스도 별로 줄이지 못했다”며 “이는 본질적인 변화 없이 땜질 처방을 고수하면서 환경급전이라는 이름만 붙였을 뿐 실제로는 환경급전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창호 한국전기연구원 박사도 “환경급전의 개념이 아직도 명확하지 않다”며 “환경급전이라고 내놓는 안을 보면 정확하게는 환경비용을 고려한 경제급전이라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뮬레이션 등 심도 있는 검토를 통해 좋은 구호와 방향, 정책적 취지가 무색해지지 않는,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정책을 내놔야 한다는 것이다.

이 박사는 “제도를 만들었는데 실질적으로 아무런 효과가 없다면 규칙만 복잡해지고 다시 고치기도 어렵다”며 “신호등을 설치하는 데 돈은 돈대로 쓰고 신호가 작동하지 않는 꼴”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시간이 걸리더라도 모든 시장참여자가 수긍할 수 있는 합리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이수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다소 시일이 걸리더라도 합리적인 제도를 마려해야 한다”며 “석탄발전 분야에서 여러 가지 얘기가 나오는데 환경급전이 제2의 정산조정계수와 같은 불합리한 제도가 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도 미국의 애더(ADDER), 유럽연합(EU)의 엑스턴E(ExternE) 등 외부비용을 산정하기 위한 외국의 제도를 소개하며 “외부비용평가위원회를 설립해 외부비용을 계량화하고 이를 포함한 사회적 비용에 근거해 급전순위를 결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발전산업에서 각종 정책에 의해 이미 내부화된 외부비용에 더해 내부화되지 않은 외부비용을 합리적이고 객관적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해 전문적인 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사회적 비용을 산정하기 위해서도 많은 시간과 비용,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이종수 서울대학교 교수는 “환경급전에 합의하기 위해서는 적절하고 합리적인 어떤 ‘숫자’가 필요한데 이를 위해 합리적인 방식의 사회적 비용에 의견이 모여야 한다”며 “그 합의가 환경급전의 키”라고 설명했다.

안정적인 전력수급을 위해 점진적인 과정을 밟자는 의견이 주를 이뤘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김승완 충남대학교 교수는 “현재 거론되는 대책을 시뮬레이션해 보면 온실가스 추가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결과가 나온다”며 “조금 더 급진적이고 공격적인 대책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포럼에서 이창훈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박사는 미세먼지 계절관리제에 관해 설명하며 “미세먼지 계절관리제를 통해 미세먼지 배출량 3491t을 줄일 수 있지만 한전의 전력 구입비용이 1조6000억원가량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환경급전에 따라 발생하는 비용을 누가 부담해야 하는지도 앞으로 다뤄야 할 의제로 언급됐다.

정연제 에너지경제연구원 박사는 “요금부담의 초점이 도매시장에만 맞춰져 있고 소매시장으로 전달되지 않는 현 구조에 대한 논의가 약하다”며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면 정부가 부담하고 소비자도 부담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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