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한국경제언론인포럼 회장(MBC논설위원)
김상철 한국경제언론인포럼 회장(MBC논설위원)

일본 아베 신조 정부가 출범한 것은 지난 2012년 12월이다. 지난 11월 20일을 기점으로 아베 총리는 일본 역대 최장수 총리가 되었다. 아베 총리는 현재 주요 7개국 정상들 가운데서도 독일의 메르켈 총리에 이어 연속 재임 기간이 가장 길다. 이른바 아베노믹스의 성과 덕분이다.

치적으로 내세우는 두 가지 대표적 지표가 주가 상승과 실업률 하락이다. 수출과 기업 이익이 크게 늘었다. 일본의 닛케이 평균주가는 세 배 가까이 뛰었다. 실업률은 지난해 25년 만에 최저 수준인 2.4%를 기록했다. 흔히 말하는 잃어버린 20년은 확실히 끝난 느낌이다.

아베 총리는 집권 초기부터 강력한 경제 개혁에 나섰다. 아베노믹스의 이른바 ‘3개의 화살’은 통화공급 확대, 적극적 재정운영, 구조개혁이었다. 양적 완화로 엔화 가치를 떨어뜨리고 이 덕분에 기업들의 실적이 개선되면 이어서 임금상승과 소비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는 구상이었다.

엔화는 실제로 떨어졌다. 아베의 집권 이전인 2011년 달러당 70엔대였던 엔화 가치는 2015년 달러당 125엔 수준까지 떨어졌고, 엔저는 기업의 실적 회복과 외국인 관광객 대량 유입으로 이어졌다. 수출 대기업의 이익이 증가하면서 사내유보금은 아베 정권 기간 70조 엔이 늘었다. 일본 방문 외국인 관광객 수는 2012년 836만 명에서 2018년 3119만 명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여기까지가 전부였다. 기업의 실적개선은 근로자의 임금상승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아베노믹스 이후 실질 임금상승률은 2년을 빼고는 항상 마이너스였다. 지금 실질임금은 20년 전과 비교해도 오히려 낮다. 1997년 일본의 임금 수준은 당시 평균적으로 개인이 한 달에 37만엔 정도를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20년이 지난 지금은 오히려 당시보다 6만엔 적은 31만엔 정도를 받고 있다. 일본에서 흔히 '워킹푸어(working poor)’로 불리는 연봉 200만 엔 미만의 노동자는 4년 연속 1100만 명을 웃돌고 있다. 소득이 늘지 않으니 소비가 늘어날 수도 없다.

경제성장에 가계소비가 차지하는 기여율은 40%에서 20%로 오히려 줄었다. 대신 기여율이 늘어난 것은, 엔저 덕분에 증가한 수출이다. 수출의 기여율은 21%에서 45%로 커졌다.

일자리는 넘치고 사람은 부족하다지만 이것도 실속은 없다. 정작 일손이 부족한 업종은 서비스, 건설공사, 보안 같은 비정규직에 저임금 업종이 대부분이다. 돈을 쏟아부어 끌고 온 재정정책 때문에 정부가 짊어진 부채는 급증했다. 일본 정부의 빚은 10조 달러로 국가 총생산 규모의 두 배가 훨씬 넘는다.

사실은 지난 7년간의 경제 성장률도 그렇게 인상적이지는 못하다. 아베노믹스 이후 연간 평균 성장률은 1.2% 정도였다. 잃어버린 20년이라고 부르는 1991년부터 2011년까지 일본의 평균 경제 성장률은 0.9%였다. 대단한 차이라고 할 수는 없다.

아베는 유능한 대중정치인이다. 아베노믹스는 실제 성과보다는 선전효과가 더 컸다. 어쩌면 아베노믹스의 가장 큰 성과는 결국 아베의 장기집권이었다고 얘기할 수도 있겠다. 아베 총리의 임기는 2021년 9월까지다. 일부에서는 4선의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고 한다. 불가능한 일이라고 미리 단정하기는 이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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