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검사원에 대한 차별적 시선 존재…“원칙과 기준으로 검사”
현대엘리베이터 출신…“승강기안전 분야 최고 전문가 되고파”

국내에는 70만대가 넘는 승강기가 설치돼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승강기 대국이다. 승강기안전공단 소속 검사원들은 법률에 따라 매년 이 모든 승강기를 관리한다. 초창기 승강기 검사업무는 남성의 전유물이었다. 기계와 전기 메커니즘을 알아야 하기 때문에 엔지니어 출신들이 대다수였다. 하지만 점차 여성 엔지니어들이 많이 배출되면서 승강기 검사업무로까지 스펙트럼이 넓어졌다. 공단 내 능력 있는 여성 검사원들이 늘어났고, 송희 공단 전북서부지사 검사원도 그중 하나다.

전북 익산의 한 아파트단지 내에서 만난 송 검사원은 검은 유니폼에 흰 안전모를 쓰고 있었다. 언뜻 봐도 170cm는 훌쩍 돼 보였다. 그는 이곳에서 승강기 정기검사를 실시한다고 했다. 한 아파트로 들어간 송 검사원은 큰 키를 활용해 도어 문을 거침없이 연 후 후배 검사원과 함께 승강로 안으로 들어갔다.

“아파트에서 승강기가 고장 나서 멈춰서면 입주민들의 불편이 커 제대로 검사하려고 노력합니다. 설치된 지 15년이 지난 노후 승강기일수록 더욱 정밀하게 점검하죠. 현장에서는 다양한 돌발변수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안전을 최우선으로 두고 일합니다.”

승강기 사고를 예방하는 송 검사원은 원래 안전전문가다. 그는 공단에 입사하기 전에 국내 1위 현대엘리베이터 안전환경팀에 근무했다. 당시 유일한 사내 여성 안전전문가였다. 현대엘리베이터와 협력사 직원들에게 안전교육을 시키고, 그들이 사고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왔다.

“안전공학을 전공해서인지 산업현장의 작업자 안전을 책임지는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현대엘리베이터에서 4년 동안 직원들의 안전사고 예방에 힘썼고, 더 큰 역할을 맡아보고 싶어 승강기안전공단으로 이직을 결심했습니다.”

송 검사원은 이제 전 국민을 대상으로 승강기 사고예방에 앞장서고 있다. 목표를 달성한 그는 공단 입사 후 처음 발령이 난 제주도에서 선배 검사원을 만나 결혼에 골인했다. 꿈과 인생의 반려자,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것이다.

하지만 공단에서 검사원으로 일하는 것은 녹록지 않았다. 여성 검사원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여전히 차별적이었다. 이전 직장에서는 겪어보지 못한 일이었다.

송 검사원은 “현장에서 입주민이나 건물주로부터 ‘여자도 이런 일을 하나요?’라는 말을 들을 때면 속상한 게 사실”이라며 “특히 나이 많은 아파트 관리소장들이 여성 검사원이라는 이유로 못 믿겠다며 검사만족도 점수를 낮게 줄 때는 자존심도 많이 상했다”고 말했다.

반면에 ‘멋지다’고 말해주는 사람들이 있어 힘이 난다고 했다. 그럴수록 원칙과 기준에 맞춰 검사하는 것은 물론 승강기에 대해 더 많이 공부해 전문가가 돼야겠다고 송 검사원은 다짐했다. 그는 현재 기계안전기술사 자격을 획득하기 위해 공단에서 관련 교육을 받고 있다.

“다방면에 걸쳐 전문가가 많아지면 공단의 위상도 높아지고, 대국민 검사서비스의 질 또한 한 단계 더 개선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회가 된다면 현대엘리베이터에서의 교육 경험을 살려 승강기안전 홍보대사로도 일해보고 싶습니다. 장기적으로는 경험을 더 쌓아 인증업무에 도전해 승강기안전 분야 최고 전문가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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