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성(문화평론가)
윤희성(문화평론가)

제가 과거에 다니던 직장의 예를 들어서 송구하지만, 예술의전당을 다니면서 종종 국내외 출장을 다닙니다.

그 중에 경쟁기관의 운영이나 새로운 프로그램을 알아보기 위해서 해외출장을 가는 경우가 많은데, 당연히 해당국의 대표적인 공연장이나 전시장을 둘러 보게 마련입니다.

프랑스의 퐁피듀센터, 영국의 바비컨센터, 미국의 링컨센터 등등이 그런 예이죠. 그런데 제가 간부가 되면서부터, 저희 직원들이 해외출장갈 때는 조금 색다른 시도를 했습니다.

예를 들어 동경이나 LA의 디즈니랜드 같은 곳을 다녀 오도록 했습니다.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앞으로 예술의전당의 비교대상은 문화예술기관이 아니고 테마파크 같은 곳이 될 거라는 생각에서입니다.

통상 공연이나 음악 등의 프로그램의 내용으로 찾아오시는 관람객이 차이가 날 거라는 종전의 시각에서, 앞으로는 레저나 즐겁게 즐기는 공간으로 가는 관람객의 요구사항을 알지 못하면, 오히려 문화예술 고객을 뺏길 수도 있다는 인식 때문입니다.

비록 서로 장르는 다르지만, 어차피 여가나 레저를 즐기는 방편으로서 관람객의 시간이나 공간을 뺏고 뺏기는 면에서 본다면, 고전적인 라이벌인 세종문화회관 같은 곳의 프로그램을 분석하기 보다는, 롯데월드 같은 곳의 친절하고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분석해서, 예술의전당을 찾아 오시는 분들에게 서비스하는 것이 더 경쟁력이 있다는 판단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이었지만, 이미 지금은 일반화되어서, 테마공원 뿐만아니라 호텔이나 병원같은 발전되고 고도화된 서비스기관의 운영방식을 도입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같은 일들이, 지금도 각종 미디어 산업에서도 똑같이 활발히 일어나는 중입니다.

현재 스트리밍 동영상 콘텐츠 산업에서 각광받고 있는 넥플릭스 같은 서비스가 가장 신경쓰이고 경쟁자라고 생각되는 곳은 어디일까요?

당연히 동종업계의 강자인 유튜브나 디즈니TV같은 업체이겠지만, 그 만큼 신경쓰고 눈여겨 보는 분야는 아마도 게임산업의 주요업체들일 겁니다.

즉, 인터넷이용자가 자신의 시간과 공간을 할애하면서 서비스를 즐기는 서비스란 측면에서는 경쟁자이자 보이지 않는 라이벌이기도 할 겁니다.

음악과 영상에 스트리밍서비스가 도입된 뒤 시장이 활성화되고 유로콘텐츠 산업이 자리잡았던 것처럼, 게임도 스트리밍 방식이 확대되면서 게임산업의 저변이 넓혀질 것으로 보입니다. 마찬가지로 스트리밍 게임서비스가 확대되면서, 기존의 영상산업도 변화를 겪을 게 당연시되어 보입니다.

넥플릭스같은 업체가 기존 스트리밍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업체의 소비형태를 바꾸고, 시장의 지평선을 넓힌 것처럼, 주변 장르의 영향까지 고려해서 서비스를 보완한다면, 또 다른 형태의 스트리밍서비스를 기대해 볼 수 있게 할 것입니다.

공직자, 국회의원, 공무원들의 해외출장이 가끔 문제가 되는데, 아까운 나랏세금으로 한가롭게 해외나들이나 다녀온다며 국민의 비판을 받기 일상입니다.

그런데 어차피 갔다와야 하는 해외출장이라면, 조금 색다른 도전적인 해외출장을 다녀오면 어떨까 생각해 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공공부문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비교대상이 뭔가부터 생각해야 될 것 같습니다. 가기전에 한번들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