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우리는 ‘기후위기’를 거론하며 작은 얼음 조각 위에 위태롭게 서 있는 북극곰을 떠올리지 않는다. 누군가의 이야기였던 기후위기는 직면한 현실이 됐다. 우리 인류는 기후위기의 위험성을 깨닫고 이로 인한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인천 송도에서 열린 기후변화 정부 간 협의체(IPCC) 제48차 총회에서 회원국의 만장일치로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가 채택됐다.

이 특별보고서에 따르면 지구 온도를 1.5℃로 제한하기 위해 세계는 2050년까지 1차 에너지 공급의 50%~65%, 전력생산의 70%~85%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하고 이산화탄소 순배출 제로를 달성해야한다.

우리 정부 역시 재생에너지 확대라는 세계적 흐름에 맞춰 적극 노력하고 있다. 2017년에는 현재 3~4% 남짓에 불과한 재생에너지 비중을 20%까지 늘리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 계획’을 발표했다. 연차 목표에 따라 태양광과 풍력 발전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그런데 법·제도적으로는 아직도 재생에너지 확대·보급을 가로막고 있는 요소들이 즐비하다.

지난해 7월 정부는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제시하면서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이하 ‘RPS’) 의무비율을 2019년 6%에서 2030년 28%까지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2030년 재생에너지 비중을 20%까지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당연한 선택이다. 그러나 지금은 오래된 법령 하나가 재생에너지 확대의 발목을 잡고 있다.

RPS를 수행하면 발급되는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이하 ‘REC’)는 최근 3년간 가격이 66.3% 폭락했다. 2017년부터 REC 공급량이 RPS 의무량을 역전해 공급수요법칙에 의해 가격이 크게 하락하기 시작한 것이다. 한국에너지공단 예상으로는 REC 공급량이 2019년 이후 태양광을 중심으로 더 증가해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의 성장동력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RPS 연간 의무공급량을 10%로 제한하고 있는 신재생에너지법을 조속히 개정해 RPS 의무공급량을 확대하여 시장을 안정화시켜야 한다.

지난 11월 21일 RPS 의무공급량 상한 규정을 폐지하는 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해 국회에 제출됐다. 의무공급량 상한 규정이 폐지되면 산업부가 시행령을 통해 연간 의무공급량을 상향조정할 수 있기 때문에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시급히 개정돼야 한다.

혹자는 재생에너지 경제성이 낮은 상황에서 RPS 비중 확대가 오히려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지적하지만 이는 지나치게 근시안적인 접근이다. 어떤 분야든지 산업의 성장을 위해서는 경쟁력 확보 단계까지 정부의 지원이 중요하고, 이는 중장기적으로 산업의 성장과 국내 경쟁력 우위로 이어진다.

재생에너지 산업이 미래 신산업으로 손꼽히고 매년 급속히 성장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 시기를 놓치는 것이 오히려 우리사회를 위험하게 만든다. 또한 이는 기후위기라고 불리는 작금의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기도 하다. 탄소경제에 기대어 기득권을 누리고 있는 일부 세력에게는 매우 불편한 진실이겠지만, 재생에너지는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빨리 하느냐의 문제기 때문이다.

얼마 남지 않은 20대 국회에서 신재생에너지법 개정안이 처리되려면 야당을 포함해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의 관심과 협조가 필수적이다. 이른 시일 내에 본 법안이 통과돼 재생에너지 산업 육성과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토대가 마련되길 바란다.

김성환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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