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취재를 위해 들른 한 공기업 로비에 ‘한·아세안 CEO 서밋’을 홍보하는 배너가 세워져 있었다.

한·아세안 CEO 서밋과 해당 공기업의 연결고리가 떠오르지 않아 여기저기 알아봤지만 연관성을 찾을 수 없었다.

알아보던 중 공기업 관계자는 “정부 부처가 전폭적으로 홍보에 나서고 있다”며 “행사와 관련이 없는 공기업도 담당부처의 요청으로 일부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아세안 CEO 서밋과 관련이 없고, 행사에서 의제로 다뤄지지 않는 분야의 공기업도 해당 행사의 홍보에 동원되고 있다는 것이다.

자사와 전혀 상관이 없는 행사를 위해 물적·인적 자원을 동원해 홍보하는 게 기업 입장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심지어 관련이 없는 공기업과 주로 접촉하는 사람들 또한 해당 행사에 관심이 없는 경우가 부지기수인 점을 고려하면 홍보 효과 역시 물음표다.

어떻게 보면 정부가 국가적으로 중요한 행사를 홍보하기 위한 인력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해당 행사와 관련이 없는 공기업이 ‘비자발적인’ 홍보에 가담하는 게 올바른 활용법인가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특히 이 공기업을 담당하는 부처가 정부 정책에 대한 홍보가 부족하다는 이유를 들며 얼마 전 소통을 위한 태스크포스(TF)까지 만들었던 터라 굳이 무관한 공기업까지 홍보전에 가담해야 했는지 의문이다.

공기업 문화는 직원을 사적인 일에 동원하지 않고 부당한 지시를 내리지 못하도록 만들어가고 있지만 정작 공기업은 인적·물적 자원이 기업과 상관없는 정부 행사에 동원되고 있는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공기업 직원들 사이에서는 “정부 부처 때문에 내 일을 못 할 지경”이라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는 전언이다.

공기업은 공공성이 강조되는 분야에서 수익성보다는 공공성을 우선하기 위해 운영될 뿐 여전히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하나의 기업이라는 점을 되새겨야 할 때인 것 같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