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만찬장소로 베트남 하노이 오페라하우스가 유력하다는 소식에 기자를 비롯한 부산의 클래식 애호가들은 작은 충격을 받았다.

북미 두 정상이 만난다는 사실이 아니라 부산에도 없는 오페라하우스가 베트남 하노이에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세계 12위 경제대국 대한민국의 제2의 도시 부산에는 우여곡절 끝에 오페라하우스가 건설 중이다.

착공에 들어간 오페라하우스는 지난해 오거돈 부산시장 취임 이후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다. 그 결과 신고리 5·6호기처럼 공론화로 건립 여부가 결정될 위기(?)까지 갔었다. 제대로 된 오페라를 경험 못했던 시민들이 대다수인 상황에서 공론화를 한다는 것은 건립하지 말자는 말로 해석될 수도 있었다.

오페라하우스 건물 자체가 님비현상이 아닌 핌피(PIMFY, Please in my front yard)현상인데 이미 착공에 들어간 사안을 공론화해야 한다는 것이 말이 되냐는 총론적인 주장도 제기 됐다.

반대론자들의 주장은 ‘그들만의 놀이터’라는 이유로 2500억원의 예산과 250억원의 운영비를 감당할 수 없다는 논리를 폈다. 또 야구장에도 음악 공연이 자주 열리니 롯데 기부금 1000억원을 야구장 건설에 전용할 수 있다는 황당한 주장을 펼치는 교수도 있었다. 그 교수는 오페라하우스 건립을 지지하는 음악인들을 이해관계인이라 칭했다. 일반인 중에 몇 명이 오페라를 즐길까 하는 생각이지만 오페라하우스가 없었던 부산에서 그런 추측은 공정하지 않다.

그러나 운영비 250억원은 수익이 전혀 발생하지 않을 때를 가정한 것이라며 훌륭한 공연과 부대 수입으로 흑자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자를 상당히 줄일 수 있으며 무엇보다 관광효과와 일자리 창출 문화에 기여하는 바가 있기 때문에 경제적 잣대만을 들이대서는 안 된다.

부산의 젊은 오피니언 리더 안일규는 “인구 350만 명의 대도시에 오페라하우스 운영비 250억원을 걱정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실례로 부산국제영화제에는 80억원 이상의 시비와 국비가 지원돼고 있지만 그 누구도 부산국제영화제를 폐지하자고 주장하는 시민은 찾아보기 힘들다. 영화라는 문화산업이 주는 효과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건립을 최종 확정한 후에도 설계 재검증이 불거졌다. 적자를 줄이기 위해 뮤지컬 등 다목적 공연장으로 변경될지 모른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갖은 루머가 돌았다. 최근 부산시가 ‘오페라하우스 설계 재검증 마무리’라는 보도자료를 냈다. 오페라하우스를 기대했던 시민들의 우려와 달리 뮤지컬 등 다목적 홀로 변경되지 않을 듯하다.

정통 클래식이라고 흥행이 안 되는 것은 아니다. 구자범 지휘자는 광주시향 2년간 전회 전석매진 기록을 세웠다. 구자범과 같은 티켓파워를 갖춘 천재 지휘자가 부산 오페라하우스를 맡는다면 부산의 오페라 인구는 대폭 증가하고 적자가 아닌 흑자 운영도 가능할지 모른다.

부산 오페라하우스는 전기인들에게 단순한 예술적 의미만 있는 것이 아니다. 최첨단 음향공학이 적용되는 건축물임에도 불구 전기공사는 분리 발주했다.

기자는 지난 여름휴가를 이용해 가족들과 베트남 하노이로 자유여행을 갔다. 오페라하우스에 베트남필하모닉이 연주하는 바흐를 가족들과 들었다. 솔직히 음향은 서울 예술의전당 보다 더 나은 듯했다.

좋은 공연장에서 들으니 베트남 필하모니의 연주도 근사했다. 아마 부산문화회관에서 들었다면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지난 2015년 제17회 쇼팽 콩쿨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했고 한국은 열광했다. 조성진보다 35년이나 앞서 베트남 피아니스트 당 타이 손이 쇼팽 콩쿨에서 우승했다. 하노이에 오페라하우스가 없었다면 가능했을까?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