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제111회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열린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빌딩 안팎은 북새통을 이뤘다. 지난달 회의에서 한 차례 보류됐던 월성 1호기 운영변경허가(영구정지)안이 재상정돼 운명이 결정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또 월성원전의 맥스터(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 추가건설안도 안건으로 올랐다.

이른 아침부터 KT 빌딩 앞에서는 친원전·반원전 단체가 마치 양 진영의 입장을 보여주듯 마주 보고 선 채 현수막을 펼쳐 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전력기술, 한전원자력연료 등 원자력발전 공기업·기관의 노동조합이 모여 결성된 원자력노동조합연대는 “원자력의 안전규제를 담당해야 하는 원안위가 정부의 꼭두각시가 돼 어제는 가동연장을 외치더니 오늘은 영구폐쇄를 하려한다”며 월성 1호기 조기폐쇄를 저지하기 위한 투쟁에 나섰다.

또 탈핵시민행동, 고준위핵폐기물전국회의 등 시민·환경단체는 월성 맥스터 증설안 심사 중단을 촉구하며 원안위에 월성 1호기 영구정지를 결정하라고 주장했다.

추운 날씨를 방불케 하는 열기를 뒤로하고 회의장으로 들어서자 역시 수십여 곳의 언론과 전국 기관·단체 관계자들이 자리를 가득 채웠다.

회의장을 가득 채운 인파에도 월성 1호기의 운명의 기로 앞에서 사진 기자들의 카메라 셔터 소리만 연신 들릴 뿐이었다.

역력했던 긴장감이 무색하게도 원안위 위원들은 마치 의결을 미루기로 합을 맞추기라도 한 듯 보고받은 자료에 대한 세부적인 지적만을 이어갔다. 회의가 진행될수록 위원들은 안건에서 벗어나 ‘원안위 위원들이 안건을 의결하는 기준’에 대해 논쟁을 하기 시작했다.

일부 위원들은 “원안위는 안전규제를 담당하는 기관이니 월성 1호기나 맥스터의 안전성만 놓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고 또 일부는 “안전성 외에도 고려해야 할 다양한 여건들이 있다”고 반박했다. 한 위원의 말처럼 ‘도돌이표’만 반복되다 결국 위원장은 이 ‘부담스러운 결정’을 또 한 번 보류했다.

포화상태가 임박하면서 추가건설이 필요한 맥스터에 대한 특단의 결정이 시급하다. 이제는 원안위가 정부가 아닌 회의장 바깥에서 들려오는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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