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옥 한동대학교 기계제어공학부 교수
조병옥 한동대학교 기계제어공학부 교수

월성 1호기의 '영구정지'를 놓고 찬반논쟁이 치열하다. 이는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둘러싼 논쟁의 압축판이다. 찬성과 반대 측은 나름대로 타당한 이유와 논리가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평행선을 달릴 뿐 합의에 이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상대편의 입장에서 문제의 해법을 모색해 볼 뿐 아니라 문제의 접근법을 달리해 보면 어떨까?

원자력 이슈를 바름과 그름의 시각에서 벗어나보면 좋을 것 같다. 바름과 그름의 논쟁으로 접근할 경우 영원히 합의에 이른지 못할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총은 바른가 그른가? 마약은? 핵은? 이들 각각은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이들 존재만으로 선악을 판단 할 수는 없다. 다만 이들은 사용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선이 될 수도 악이 될 수도 있다. 총이 군인의 손에 들려져 국가를 지키기 위한 용도로 사용될 때는 선이 될 수 있지만 범죄자의 손에 들려져 살인의 도구가 될 때에는 악이 되고 만다. 마약이 의사의 손에 들려져 암환자에게 사용될 때와 자신의 쾌락을 사용될 때 판단이 달라지는 것도 같은 이치이다. 존재의 이유에 대한 논쟁에서는 합의에 이를 수 없지만, 사용의 논쟁으로 접근할 때는 쉽게 판단할 수 있게 된다.

원자력도 마찬가지로 선이 될 수도 악이 될 수도 있다. 원자탄으로 사용되어 대량 인명살상을 하면 커다란 악이 되지만 우리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암 치료용 방사선이나 편리한 전기에너지 생산에 사용될 때는 좋은 선이 되는 것이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경우 방사성피폭으로 인해 사망한 사람은 한명도 없었지만 일본의 경제, 환경, 문화에 커다란 악영향을 주었고 우리나라에도 큰 불안감을 주었다. 반면에 우리나라 원자력발전소의 경우 지난 60년간 지속적인 연구, 건설, 운영 단계를 거치면서 세계 최고수준의 안전성과 이용율을 보유하게 되어 값싼 전기를 풍부하게 공급하였고 해외수출에도 성공하였으며, 온실가스와 미세먼지의 피해가 없는 에너지로서 국가의 경제, 환경, 과학기술 발전에 크게 기여하였음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와 같이 원자력 이슈는 사용의 논쟁에서 문제의 해법을 찾을 수 같다. 거의 모든 사람들은 가공할 만한 살상 능력을 가진 원자탄은 당연히 사용하지 말아야 하며 세계의 모든 핵무기는 폐기되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 그렇다면 원자력발전소는? 탈원전 단체는 후쿠시마 사고를 예로 들면서 사용후 핵연료와 함께 안전성 문제를 제기한다. 친원전 단체는 경제성과 환경성 그리고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월성 1호기 가동 재개와 신한울 3,4호기 등에 대한 원전사업의 당위성을 주장한다. 우리나라 원전은 과연 안전 한가? 부존자원이 거의 없는 우리나라가 원자력발전소가 없이 경제성장을 잘 할 수 있을까? 원전과 탈원전의 이슈도 우리가 어떻게 활용한 것인가의 문제로 접근할 때 국민적 합의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원전의 안전 문제가 완벽하게 해결되도록 기술과 설비를 갖추고 안전관리 능력을 보유하여 잘 사용하면 원자력은 원전과 탈원전이 합의하는 아주 좋은 에너지가 될 수 있는 것 아닐까 자문하며 몇 년 전에 만났던 빌 게이츠가 생각이 났다. 세계 최고의 갑부이고 자선사업가인 그는 에너지와 환경 산업에 대한 관심도 지대하다. 특히 ‘테라파워’ 라는 원자력기업을 만들어 지난 30여년간 열화우라늄을 연료로 사용하는 이른바 ‘진행파 원자로(TWR: Traveling-Wave Reactor)’ 기술을 개발해왔다. 그는 기존 원자로보다 더 작게 훨씬 저렴하고 안전하게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신기술 원전을 공동으로 개발하고 건설하기 위한 국제 파트너십 구축방안을 협의하기 위해 우리나라에 왔고 필자를 비롯하여 국내 원자력 기술전문가와 수차례 회의를 가졌다.

마침 시간을 내어 필자는 평소 궁금했었던 질문을 던졌다. “천재이자 세계 최대 갑부인 빌 게이츠씨가 위험성이 있는 원자력발전소에 대한 기술 개발과 건설투자를 하는 이유가 무었인지.” 그는 방그레 웃으며 몇 가지 이유를 차분하게 설명해 주었다. “(요약) 원자력사업에 참여하는 이유로 첫째, 원전의 안전성 문제는 걱정하지 않는다. 첨단기술로 극복할 수 있다. 특히 IT 기술이 앞선 미국과 한국이 협력하면 원전의 안전성을 혁신적으로 향상할 수 있다. 둘째, 저렴한 전기생산이 가능하다. 미국과 같이 부유한 나라에서도 여름과 겨울의 혹한, 혹서에 비싼 전기요금 때문에 냉난방을 하지 못해서 수많은 가난한 사람이 죽어가는 뉴스를 접할 때 정말 가슴이 아프다. 안전하고 값싼 원전을 개발하여 세계의 가난한 사람들을 돕고 싶다. 셋째, 온실가스가 배출되지 않는다. 2005년에 미국 뉴올리언즈 지역에 기후변화에 기인한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발생하여 2500여명이 사망 또는 실종되었다. 특히 도시의 저지대와 강변에 거주하는 빈곤자 가정에서 희생이 컸다. 따라서 온실가스가 방출되지 않는 원자력과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대규모 기술개발과 건설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빌 게이츠의 이 말에 나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커다란 감동에 쌓이고 말았다. 세계 최고의 천재 갑부는 원자력을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비즈니즈 모델이 아니라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을 돕기 위한 선한 에너지로, 사랑의 에너지로, 이 겨울을 따뜻하게 해 주는 축복의 에너지로 승화시키고 있었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후쿠시마 사고를 반면교사 삼아서 그러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설계를 철저히 보완하였고 혹시 큰 사고가 발생한다 하여도 국민피해가 최소화되도록 사고관리 계획서를 마련하고 있다. 빌 게이츠의 해법대로 원자력발전소에 충분히 통제 가능한 안전기술이 개발되어 입증되고 잘 활용된다면 안전성, 경제성, 환경성 그리고 에너지 안보를 통한 국민 삶의 향상과 국가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원자력기술의 선한 활용에 원전과 탈원전이 잘 합의하여 하나님이 우리나라에 주시는 안전하고 따뜻한 축복의 에너지가 되기를 원하고 바라고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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